*** 바로 지금 여기에서
미국의 유명한 작가인 헤밍웨이(1899~1961)의 단편 속의 한 장면. 밖으로까지 환히 불빛이 비쳐 나오는 텅 빈 술집에 알코올 중독자인 한 고독한 남자가 홀로 앉아 술을 마시며 중얼거린다.
“하늘에 계신 허무한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허무하게 빛나시며, 그 나라가 허무하게 임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허무하게 이루어지소서. 오늘 우리에게 허무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에게 잘못한 일을 허무하게 용서하듯 우리의 죄를 허무하게 용서하시고 우리를 허무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허무한 악에서 허무한 우리를 구하소서. 허무한 주의 이름으로 허무하게 아멘.”
‘허무’는 헤밍웨이 작품의 공통된 주제다. 헤밍웨이는 실제로 전쟁에 뛰어들기도 하고 비행기를 타고 추락하여 중상을 입기도 하고 일생 동안 세 번 이상을 이혼하고 새로 결혼했지만 자신이 소설 속에 표현하였듯이 허무한 인생과 허무한 고독 속에서 마침내 1961년 7월 사냥총을 입에 물고 스스로 방아쇠를 당겨서 자살하고 말았던 것이다.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는 그 허무한 술꾼에게 있어 마지막 한 잔의 술이야말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유일한 걸림돌인 것이다. 딱 한 잔만, 계속 이런 미련 때문에 모든 것이 허무한 술꾼은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은 바로 주님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여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바로 술 한 잔 때문에, 돈 한 푼 때문에, 열쇠 하나 때문에, 훈장 하나 때문에 방황하면서 허무한 하느님에게 허무한 술타령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주님께로 나아가겠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죄악으로 더럽혀진 더러운 몸이므로 스스로 목욕하고 깨끗한 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주님께로 나아가겠다.”
어찌 보면 기특한 생각인 것처럼 여겨지나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내 영혼이야말로 온갖 더러운 죄악의 대로 더럽혀진 몸이었으므로 곧바로 주님께로 나아가 은총으로 깨끗이 씻어야만 했을 것이다. 주님께로 나아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처럼 아주 작은 일상사들이다. 가족들의 문제라든지, 술 한 잔의 미련, 쾌락에 대한 집착과 같은 것들이다.
일찍이 중국의 선사였던 조주가 말했다.
“눈 앞이 곧 길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라.”
조주의 말처럼 눈 앞이 곧 주님의 길이다. 바로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부터 우리는 모든 것을 박차고 주님의 길을 따라나서야 할 것이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