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이 돌멩이가 아니라서
눈부시게 노랗던 은행잎들도 나무 위에 매달린 숫자보다 땅 위를 뒹구는 숫자가 더 많아 보입니다.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이라도 더 많이 찍어둘 걸 그랬나 싶은 아쉬움은 좀 더 따뜻하게 옷을 입어야겠다는 조바심 앞에서 어느새 희미해져 갑니다.
이런 날 자동차를 몰다 보면, 가끔 앞 유리 위로 낙엽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걸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도 모르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분위기에 빠져 음악의 볼륨을 더 크게 올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혹시 지 금 차창 위로 떨어지는 낙엽들이 모두 돌멩이만큼의 무게를 지녔다면 어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그러면서 낙엽이 돌멩이가 아닌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대부분 세상 모든 것들은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할 때 지상으로 떨어져 내립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낙엽은 무거워서가 아니라 가벼워졌을 때 대지 위로 내려앉습니다.
무거워서 떨어지는 것, 그것은 추락이라 부르지만, 가벼 워서 떨어져 내리는 것, 그것은 자유라 부릅니다. 오로지 위를 향해 오르는 것만이 목적인 사람은 결국 그 욕망의 무게로 추락을 경험하지만, 버릴 줄 아는 사람은 비로소 한 자리에 얽매였던 속박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맛봅니다.
가벼운 것은 떨어져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지만, 무거운 것은 조금만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누군가에게 위협이 됩니다.
겨울이 오기 전, 제 영혼에 달라붙어 있는 욕망의 잎사귀들이 돌멩이가 아닌 낙엽이 되어 떨어져 내리는 행복한 만추를 보내고 싶습니다.
첫댓글 "가벼 워서 떨어져 내리는 것,
그것은 자유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