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로 쌓는 진짜 하루”… 폐쇄형 SNS에 빠진 Z세대
완벽한 순간만을 전시하던 SNS 기록 방식이 변하고 있다. 특별한 하이라이트가 아닌 매시간마다 마주하는 평범한 풍경을 2초의 영상으로 쌓아 올리며 소중한 이들과 ‘진짜 일상’을 공유하는 ‘폐쇄형 SNS’가 청년층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있다. 대표적으로 매시간 정각마다 2초의 영상을 기록하는 ‘셋로그(setlog)’가 이러한 소통의 흐름을 대변한다.
셋로그는 특정 지인들과 ‘로그(Log)’라는 공유 공간을 만들어 2초 분량의 영상을 나누는 SNS다. 사용법은 로그를 개설하거나 친구의 로그에 참여한 뒤, 매시간마다 눈앞의 풍경을 짧은 영상으로 기록하면 된다. 별도의 편집이나 보정 없이, 각자가 올린 영상은 그날 하루가 마무리될 때쯤 분할 화면으로 일상을 담은 영상이 완성된다.
이러한 새로운 소통 방식은 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셋로그는 지난해 12월 아이폰 전용으로 출시된 후, 애플스토어 소셜 네트워킹(무료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달 23일 안드로이드 버전까지 출시되며 합산 이용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화려한 연출보다 일상의 실시간 공유가 새로운 소통 가치로 자리 잡았음을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셋로그는 기존 SNS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는 게시물의 인기를 증명하는 숫자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게시글마다 매겨지던 ‘좋아요’ 숫자가 사라지니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한결 가벼워진 소통이 가능하다. 특히 ‘로그’라는 독립된 방에 초대된 사람들끼리만 일상을 나눌 수 있어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다. 직접 고른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만을 시간 순서대로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셋로그만의 특징이다.
이러한 ‘날것의 소통’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비리얼(BeReal)’은 무작위로 전송되는 알람이 울릴 때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용자는 알람 후 2분 내에 보정 없이 전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해 사진을 찍어야 하며, 정해진 시간에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친구들의 게시물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됐다. 예쁘게 보정된 사진이 아닌, 가감 없는 일상을 공유하는 구조다.
미국의 ‘로켓위젯(Locket Widget)’은 친구가 찍은 실시간 사진이 폰 배경화면 위젯에 즉시 나타나게 한다. 위젯을 누르면 바로 기본 카메라가 실행되며, 앨범에 저장된 과거 사진은 전송할 수 없다. 친구 수를 20명 내외로 제한해 가장 가까운 이들과만 소통하게 함으로써, SNS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일상의 순간을 나누는 도구로 기능하게 한다.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알고리즘에 의해 끊임없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SNS의 피로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이다. 꾸밈없는 기본 카메라만을 허용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기보다 소수와의 긴밀한 소통에 집중했다. 이러한 변화는 소통의 중심이 불특정 다수에게 열린 플랫폼에서 아는 사람끼리만 모이는 ‘폐쇄형 SNS’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폐쇄형 SNS란 알고리즘에 의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모르는 사람과 끊임없이 연결되는 개방형 서비스와 달리, 주로 초대받은 지인이나 가족 등 소수의 인원과 소통하는 공간을 말한다.
셋로그가 인기를 끈 이유는 ‘남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과 더불어 타인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피는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이모(22)씨는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도 필터나 음악을 고민하다 결국 귀찮아져서 포기할 때가 많다”며 “반면 셋로그는 꾸미는 기능이 아예 없다 보니 눈앞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찍어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사용자를 홀가분하게 만드는 건 타인의 반응을 살피는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씨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이나 스토리를 올리면 누가 읽었는지, 좋아요는 누가 눌렀는지 수시로 확인하게 되는데, 셋로그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며 “타인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소통할 수 있어 훨씬 자유롭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청년들은 타인의 시선이 지배하는 열린 공간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드러내도 안전한 닫힌 공간을 선택하고 있다. 1시간마다 돌아오는 2초의 기록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하루일지라도 꾸밈없이 서로가 같은 시간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정서적 유대감을 확인시켜 준다.
[전문가 코멘트 ~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