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저녁무렵에도 오다말다한다.
농협 들러서 개밥을 사서 배움터로 향했다.
주차한 후 노월마을을 향해 걸었다.
천지인 동무들은 먼저 출발했는지 제일 앞서서 인사했다.
경로당 앞에 동무들과 배움지기들이 옹기종기 서있다.
경로당 문앞에는 동네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신다.
인사드리니 "아이들 데리고 다니느라 수고한다"며 격려해주신다.
이 사람은 제일 끝에서 태율과 함께 걸었다. 태율이 이전에 비해 순해졌다.
전처럼 돌발적으로 찻길로 뛰어들지 않는다. 고맙다.
걷기명상을 마치고 자허당으로 가서 관옥선생님을 모시고 배움터로 왔다.
걷는 걸 즐겨하시는 분이라 걸어서 가고 싶으셨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준비된 차를 드리자
고맙다고 악수하시며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사랑어린 어린 아이들을 안아보며 살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고맙냐."
할아버지 마음공부를 들어갔다.
늘 강조하시는 말씀,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 서로의 말이 통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럴 수 있으려면 우선 상대의 눈을 잘 보며 말하고 듣는 게 순서다. 우리의 마음을 제일 잘 보여주는게 얼굴이고 그 중에서도 눈이다."
오늘의 주제는 '관종'이었다.
'관종'이라는 말을 어제 처음 들었다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다.
모든 사람이 '관종'이라는 한 동무의 말을 들으시고 잠시 후 질문하셨다.
방 안에 휴지가 몇 개 바닥에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하겠냐고 동무들에게 일일히 물으셨다.
모든 동무들이 더러우니까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듣고 난 후,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일 다른 사람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레기통에 버린다면 그것은 관종짓이야.
그렇지만 너희들 모두는 더러워서 (남이 보든 안 보든 관계없이) 치우겠다고 했으니 관종이 아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사는 사람,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
점심밥모심 시간,
오랜만에 관옥선생님, 효선사모님, 김장로님이 함께 하셨다. 어른들이 같이 하시니 더욱 풍성한 느낌이다.
1시,
새식구모심에 마음모으는 자리. 소은과 함께 했다.
오전에 동무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전해 받았다.
함께 어울리고 싶은 동무들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절절했다.
김치를 전혀 안먹었던 유화도 내년에 동생들을 맞이하는 언니가 되고 싶어서
입학 후에 처음으로 먹었다고 한다.
오후,
논에 갔다. 노랗게 익은 벼 앞에서 한옥현, 오태규 농부님과 통화했다. 논의 기운, 힘을 받으며.
오하이오의 도움으로 개밥을 옮기고, 율파가 녹슨 낫들을 갈아주었다.
세 시반,
일꾼들 마무리 시간. 두더지도 오셨다.
하루와 한주를 마무리하는 시간, 서로의 마음과 기운을 모으는 자리다.
순례, 벼베기, 전태일연극, 말씀과 밥의 집 수리예정 등
우리에게 오는 무엇이든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고맙고 고맙습니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