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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 유소정, 박지혜, 문예슬, 한송이, 이탁, 이용창 , 여희숙 선생님
기쁨나눔
일정연수/ 독서모임에서 받은 도움들...
아름다운 저녁하늘과 한강과, 구름 들.
연극 연수/ 자유탐구. 아이들이 뿌듯.
아이의 성장/ 난독증과 보물상자.
첫 담임, 첫출근.
개학후 바로 상담.
도농초 강의. 독도 도서관 친구들
이 주의 책. 온작품을 만났다 낭독극이 피었다
123쪽 "사람들은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조커들을 갖게 된단다.(......) 우리들은 탄생과 더불어 이 모든 조커들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것들을 사용하는 게 낫겠지!"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과연 조커라는 게 통할까라는 의구심이 한창일 때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노엘 선생님의 말이 마음속 깊은 곳을 울렸다. 아이들도 혹시나 '내 인생에 조커란 없어.'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만의 조커를 버려두고 있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조커 중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조커는 무엇이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을 기쁘게 하는 조커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 안 올 때 쓰는 조커'를 가진 책 속 아이들만 부러운 눈치였다.
그러다 몇 년 후 이 책을 다시 6학년 아이들과 천천히 읽어나갔다.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다 보면 어떤 문장이 아이들의 삶과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에 다가갈지 모른다. 천천히 읽다가 멈추어가며 그날 읽은 부분에서 갖이 인상적인 말 찾기, 갖고 싶은 카드 이야기하기, 가족과 친구에게 줄 조커 카드 만들기 등을 했다.
128쪽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이런 슬픈 이야기를 읽히고 들려주는 것이 좋은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만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힘이 약한 것에 대한 감정이입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본래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약한 존재에 이입된다. 약한 자들에게 이입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은 약한 존재인 거북이에게 불리한 경주라는 것을 느끼고 거북이를 응원한다. 약한 존재에 대한 상상력은 아이들이 어린이 되었을 때나 힘이 있는 자가 되었을 때 중요하게 발현된다. 약하고 힘없는 자들의 입장을 상상해보고 기꺼이 그들의 자리에 나란히 설 수 있는 삶의 자세를 가지게 된다.
조커 카드를 아이들과 직접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소원 적는 것만해 도 해소가 될 것 같다. 집에서 부모님도 알고 직접 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이 유튜브에 빠져있는 이유를 이해하는 연수에서 강사가 말하길,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약자의 입장이 되어 자신을 동화시키는 어린이 동화를 읽으며 커 나가는데 -예를 들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상어 가족 노래같이 강자인 상어에 자신을 이입을 한다. 내가 최강자가 되고 아무나 물어뜯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도망 다니고. 아이들 정서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좋은 동화들을 접하고 이런 감정을 익히고 자신의 자리와 다른 사람의 자리가 어떤지 익힐 수 있는 계기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6쪽 우리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갈등이란 이처럼 일방적 갈등이 많다. 누군가 한 명이 마음을 풀면 해결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교과서 속 글을 읽으면 특별한 갈등을 느끼지 못한다. 갈등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풀리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삶에는 이런 단순한 갈등이 별로 없다. 대체로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다 보니 복잡하게 얽힌다.
47쪽 먼 미래에 멋진 노래를 하기 위해 정작 지금은 노래 실력만 키우고, 기타 기능을 가르치고, 작곡의 기법만 알려주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멋진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악기도 중요하고, 작곡 능력도 필요하지만 내용은 없고 기능만 있는 것은 공허하다. (중략)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힘이다.(중략) 공부란 먼 미래를 위해 쌓아두는 어떤 행위가 아니라, 지금의 내 필요를 만족시키며 나를 여기 머무르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게 하는 성장의 과정이어야 한다.
74쪽 같이 읽다 보면 아이들의 작은 느낌까지 다 눈치챌 수 있다. 어느 대목에서 아이들이 교사를 쳐다보거나 싸한 분위기가 들면 아이들이 그 문장의 뜻을 모르는 경우다. 그럼 문장의 뜻을 함께 짐작해 보면 된다. 교사도 혼자 읽을 때는 모르다가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 컥 하고 목이 멜 정도로 감정이 올라오는 대목이 있다. 그럼 멈추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 장면에 어울리는 시를 찾아보거나 인물들의 상황이나 마음에 몰입해보는 활동을 해도 된다.
어느 대목을 읽다 멈추고 인물의 감정을 짐작해본다든지 인물의 마음에 닿는 시를 고른다든지 하는 것은 인물을 깊이 읽는 방식이다. 읽다가 어느 문장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이야기한다면 그 좋은 문장들을 아이들이 가지게 된다. 어떤 이유로 인물들이 갈등하고 있는지, 이들의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짐작해보는 동안 사상, 역사에 대한 배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이 가능하려면 읽어주고 천천히 설명해주어야 한다. 교사가 혼자 읽어줄지라도 아이들 모두에게 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가 읽어주는 것을 듣기만 하는 방식이거나 모두가 다른 책으로 독서감상문을 쓰고, 독서토론을 하는 등 독후 활동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213쪽 맥락에 몰입하면 모든 교과목표를 넘어선다.
226쪽 실제로 연극을 잘 마치면 "너희들 연기 잘하는구나. 연습하느라 고생했겠다."라는 반응이 일반적이지만 낭독극을 잘 마치면 "너무 감동적인 작품이었어. 나도 읽어보고 싶어."라는 작품 중심의 피드백을 받았다. 낭독극을 발판으로 아이들도, 선생님도 연극으로 가는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 제재에 대한 비판. 단순한 갈등들만 다뤄준다는 것을 지적한 지점이다. 이런 목소리가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단순한 갈등을 먼저 다뤄야 하는지, 바로 현실의 갈등을 끌어와야 하는지 ...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고민해보게 되었다.
어떤 노래를 해야 하는지, 내 이야기 중에 어떤 걸 들려주고 싶은지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 같다. 기능만 익히고 있는 현실을 비유한 점이 좋았다.
소리 내서 읽는 것에 대한 다른 의견, 겉돌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의견. 그때는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이 부분을 읽어보니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색한 말은 소리로 읽어보면 티가 나기 때문에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텍스트의 종류와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맥락에 몰입하면 모든 교과목표를 넘어선다. 온작품읽기를 해도 기본 교과목표를 내려놓지는 못했다. 강한 표현인 것 같아서 밑줄을 쳤다.
연극과 낭독극의 비교, 학예회때 했던 인생극장 연습했다. 재능있는 아이들과 에너지를 많이 써서 준비했다고 생각했고 몇 년 동안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다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예전에 찍어놓은걸 보니 내용이 감동과는 달랐던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이 한번씩 나오고 대사가 있어서 민주적이었다곤 생각했지만 ... 낭독극도 관심을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1쪽 자기가 사는 것가 공부가 관련이 있다 싶으면 공부가 힘들지 않다. 좋다는 것을 다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 정제된 작품으로 차분하게 아이들과 교사가 같이 호흡하며 가는 수업은 누구에게나 배움의 시간이 되고, 자람의 시간이 되고, 치유의 시간이 된다.
135쪽
'책임질 수 있지?'라는 말
맨손으로
밤송이를 꽉 쥐는 것만 같다.
'네가 이해하렴.'이라는 말
누군가가
시궁창 속으로 밀어 넣는 것만 같다.
'네가 배려해주면 되잖니.'라는 말
무릎 위로
거머리가 기어오르는 것만 같다.
'넌 자존심도 없니?'라는 말엔
내 몸속뼈가
싸르륵 녹아 버리는 것만 같다.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 (문학동네 어린이)-
166쪽
왜 사냐고 묻거든
서인우
살아 있는 것이라면
전부 사는 거야
183쪽
살아 있어 살아 있어
그립고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울고 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울고 있어
206 쪽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상실을 겪었을 때, 슬픔에 눌려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지 않았으면 한다. 또 슬픔과 외로움을 겪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함께 서줄 수 있는 마음이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생겨나기를 바랐다.
215쪽 "이 책이 법적으로 너희 소유는 아니지. 그렇지만 너희가 그 책을 길들이는 순간부터, 다시 말해서 그것을 읽는 순간부터 책은 너희 것이 된단다. 나는 너희에게 역사 선물, 인물 선물, 단어들, 문장들, 사상들, 감정들의 선물을 준 것이야. 일단 책을 읽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일생 동안 너희들 것이 된단다."
책을 읽기 전에 차성욱 선생님의 강의로 먼저 들어 본 다음 책을 펴게 됐다. 고민하고 실행한 선생님의 입장으로 생생하게 3시간 연속으로 강의를 들었다. 듣고 나서 보니 맥락들이 와닿았다. 인상 깊게 느끼는 부분은 제재로 들어오는 문학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교과서에 딱정벌레라는 시가 나온다. 실제 시집과 교과서 시의 차이를 말씀하셨다. 실제 시는 하얀 여백에 딱정벌레 시가 쓸쓸한 느낌을 주는 반면 교과서에 제시된 시의 배경에는 화려한 자연의 배경이 시를 압도한다.
실제 예시로 나온 시와 아이들의 시가 마음을 울렸다. 온작품 읽기를 수업의 방법적 측면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온전한 작품으로 텍스트를 접하고 작품을 만남으로써 아이들이 온전한 작품을 만나서 자신을 확장하고 외연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감동이 느껴지는 부분을 함께 나누고 싶다.
온작품 읽기는 단지 독서습관을 기른다는 의미 이상이지 않을까.
자기 사는 것과 공부가 관련이 있다 싶으면 공부가 힘들지 않다. 좋다는 것을 다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 정제된 작품으로 차분하게 아이들과 교사가 같이 호흡하며 가는 수업은 누구에게나 배움의 시간이 되고, 자람의 시간이 되고, 치유의 시간이 된다.
온작품을 읽어나갈 때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사 선생님이 말하길 교사가 쭉 읽어주는 것이 좋기는 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에 따라서 읽는 것이 두근거려서 자기 순서가 되면 어떻게 되지 떨리고, 읽고 나면 긴장이 풀려서 집중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책을 구입하기가 어려와 학부모님들께 사 와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준비를 해왔다. 같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고를까 싶었던 중요한 문장을 아이들이 고르고, 아이들이 나보다 더 생각이 뛰어나고 표현이 더 뛰어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 정류장, 반에 좋은 시집을 20권 정도 구비해놓고 중간중간 활동할 때마다 우리 시 정류장에 들러보자, 하고 이 상황에 가장 맞는 시 찾아보기, 이 인물에게 제일 해주고 싶은 말을 이야기하고 써보는 활동이 인상 깊었다. 책임과 배려에 대한 시. 개인적으로 반성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정말 이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던 말... 실제로 내가 듣는다고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쓴 시를 읽어주면 아이들이 더 공감할 것 같다.
읽어보고 싶은 책, 살아있어. '시에 눈이 있다.'라는 표현. 시의 눈은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이나 표현이다. 그것을 찾아보는 표현을 찾아보면 아이들이 시를 쓰는 활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무릎 딱지도 같은 맥락, 깊은 상실과 이별에 관련된 것을 읽으며 이런 것들을 기대하며 읽을 수 있겠다.
동 학년 선생님이 온작품읽기를 했었는데, 온작품읽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고 싶다.
42쪽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싶은 것과 맞물리게 하는 것, 배우고 싶은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르치는 자의 몫이다. 가르치는 자의 역할은 어긋난 톱니바퀴 같은 상황을 잘 어우러지고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137쪽 "평화는 억울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배려는 누군가 일방적으로 참아서 오는 것이 아니다."
142쪽 내가 나답게 사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네가 너답게 사는 것에 대해서도 편견을 갖지 ㅇ낳는다. 어른들은 쉽게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자기와 다른 것을 배척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정작 나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문화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나와 다른 것을 쉽게 배척하고 구분 짓고 차별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205쪽 책에서 인물을 배운다는 것은 주인공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는 가를 알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의 삶에서 많은 것을 찾기도 한다. <아빠 보내기>에서도 민서네와 직접 관련이 없는 7층 할머니에게서 아픈 이웃과 연대하는 법, 가족과 작별하는 법을 배우고 함께 살자는 아들에게 '사는 건 다 각자의 몫이 있고 그걸 인정해주는 게 더 큰 사랑'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으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얻는 것이다.
(중략)
누구나 살면서 너무나 많은 이별과 상실을 경험하고 그 이별과 상실에서 오는 슬픔이나 외로움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 슬픔과 외로움이 불행함으로만 남지는 않아야 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슬픔이나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또 다른 만남과 존재로 또 다른 사랑과 우정을 주고받을 수는 있다. 슬픔이나 외로움이 곧 불행이라는 등식이 아님을 알게 해주는 존재가 <아빠 보내기의>의 7층 할머니, <샤를의 모험>의 무당벌레들이다.
236쪽 그래서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 사람의 진심은 말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사람이 쓰는 어휘나 말투, 어조나 말의 내용에서 속마음의 많은 부분이 드러난다. 평소 쉽게 쓰는 말속에서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잘 묵히고 차곡차곡 쌓은 진심이 입으로 내뱉어지는 것이다.
책을 소리 내어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머릿속, 가슴속에 잘 차올라 정리된 내용이, 독자의 입을 통해 활자 그대로 내뱉어진다. 작가의 말이 다져지고 다져져서, 또는 체로 걸러지고 걸러진 뒤 나온 것이라서, 그 글자들을 정성껏 입에 담는 일ㅇ느 다른 이와 대화하듯 말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부드럽거나 혹은 날카롭게, 또는 씩씩하고 시원하게 차올라 종이 위에 박힌 글자를 줄줄이 읽어본다는 것은 글자 위를 따라 촘촘히 박음질을 하는 것과 같다. 한 땀 한 땀을 내가 살아온 리듬과 호흡과 어조로 읽으며 글자들을 내 색깔의 실로 새롭게 꿰매는 일이다. 같은 밑그림이 그려진 도화지 위에 읽는 사람마다 다른 색으로 그림을 입히는 것과 같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것이 낭독이다.
아이들에게 눈물바다를 읽어줬다. 끝 마치기가 무섭게 자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고학년 여자아이가. 눈물바다는 저학년이든 고학년에든 시원한 해소감을 주는 작품인 것 같다. 아이들이 왜 읽었던 책을 또 읽어달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한번 타본 놀이기구를 또 타고 또 타보고 싶은 것이다. 어느 부분이 재미있는지 익혔으니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더 즐겁다.
교사가 아동문학과 시, 그림책을 풍부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리 포터의 올리벤더 지팡이 상점처럼 아이에게 꼭 맞는 작품을 골라주려면 많은 책을 미리 읽어봐야 하는 것이다.
책을 껴안고 다닌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낭독할 때 쫀득한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 있다. 그런 그림책은 직접 내가 목소리로 읽어줘야지만 알아볼 수 있다.
내가 나인 것, 같은 조금 거칠거칠한 작품도 온작품읽기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활어 같은 아이들에게 더 날 것의 작품을 가져왔을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75쪽
하루살이
정유경
어느 날 하루살이들은 생각했네.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밥 먹은 시간도 아껴야겠어.
말하는 시간도 아껴야겠어.'
그래서 하루살이들은
밥도 먹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무얼 할까 고민도 더는 하지 않고
대신 아름다운 하늘을 날기로 했네.
대신 아름다운 사랑을 찾기로 했네.
- 까만 밤. 창비-
267쪽
모든 사람들
박민수
모든 사람들은 개성이 있다
자신의 고유의 색도 있다
모든 사람들의 개성은 다 다르게 생겼고
다 다른 색이기도 하다
그 모든 색을 섞으면 나오는 검정색
난 검정색이 되고 싶다
날개 달린 검정색
독서교육에 대한 내용은 임용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를 했는데, 이제 드디어 남을 위한 교육을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맡은 이 아이들을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지식을 아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두 편 독후감을 쓰는데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여희숙 선생님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독서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처음 접하게 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에 대한 글과 한비야 씨에 대한 글이 함께 나온 기사가 있었는데 한비야가 일 년에 백 권 읽기를 목표로 하는데, 흔히 사람들이 100권 읽기를 안 좋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것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백 권을 정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는 것에서 오는 좋은 것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독서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들을 쭉 읽어보니 결과물을 만들지 말라고 했던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독후감을 쓴다던가 기록을 한다던가 하는 것보다는 읽는 것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강조를 하셨다. 학교에서 5학년이 온작품을 하고 있는데 딱히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라고 말씀하진 않으시고... 방학 중에 어떤 일을 맡게 될지 몰라 그때는 책을 그냥 읽었었다. 이해하긴 쉬운데 실천하긴 어려운 내용인 것 같다. 빨리 읽었는데 ... 아는 것이 힘이다 가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여희숙 선생님께서 인터뷰에서 하셨다. 참 중요한 말인 것 같다.
시를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시를 두 개 정도 찾았다. 고등학교에서 시집을 사서 마음에 드는 시는 외우기도 했었다.
대학교 때 힙합동아리를 했는데 가사를 직접 써야 했다. 그 시절에 가사를 많이 썼었는데, 그것이 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커서 보니까 시가 힙합 가사보다 깊은 것 같다. 시와 힙합은 크게 보면 자기 생각을 함축적, 비유적으로 적는다는 것을 보니 비슷한 것 같다. 시를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게 되었다. 반에 시집을 많이 쌓아놓고 싶다. 조금씩 사면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학교에서 아이들이 책장 없는 교실에 있는 것을 처음 봤다.
그동안 했었던 생각 중 하나가 대충 살자는 철학이었다. 설렁설렁.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쉬고 눈치 보고... 했던 삶.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어느 순간부터 대충 살자, 안전한 게 제일이지라는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랬는데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가만히 있으려 해도 외부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있고 스스로 나를 위해서 열심히 살지 않으면 제일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정신없이 살아보고...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해야 할 일을 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온전히 한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송이 선생님의 그림책 속 주인공도 말로는 '뭐 어때'라고 하지만 주인공이 바로 그 순간이 집중하는 것. 그래서 즐거운 것 같다. 저것은 설렁설렁이 아니라 그 순간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해 보이고. 자기가 원하는 삶이니까. 주어진 삶을 주도적으로 열심히 사는 것. 그래서 시도 남이 보면 사랑만 하고 하늘만 날면 대충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살이들은 열심히 순간을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시는 충격적이었던 것이, 검정색에 대한 해석. 검정색은 부정적이고 어둡고 이런 색인데, 미술에서 보면 모든 색을 섞으면 검정색이 된다. 그 발상이 멋있다. 남들이 보기에 어둡다고 생각하는 검정색을 모든 색이 섞인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정말 멋있었다. 검정색에 대한 새로운 시각. 아이가 아니면 하기 힘든 생각인 것 같다. 엄청난 예술가인 것 같다.
30쪽 하나의 좋은 작품을 골라 작품의 시대적 상황을 추론하고,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을 살피며, 인물들이 그 시대의 문제들을 어떻게 푸는지 배우고, 좋은 문장이나 어려운 낱말들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며,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는 경험들을 하는 등 다채로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온작품 수업이다.
32쪽 교사로 30여 년을 일해온 친구들이 모이면, 말도 안 되는 일을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자행했던 시절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그런 시절을 살았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시절'이야기는 끝이 없다. 10년 미만 경력의 후배 교사는 입을 떡 벌리고 듣고만 있다.
먼 훗날일지, 가까운 날일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 중 "학교에서 그런 것도 했어요?"라는 질문이 나올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난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전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활동을 하고 똑같은 질문에 답을 쓰는 것이라고.
102쪽 내가 만난 아이 중 가장 잘 우는 아이는 예림이었다. 예림이의 얼굴을 보면 언제 울음이 터질지 몰라 초조했다. 게다가 예림이는 울면서 계속 사설을 했다. 하루는 울기만 하든지 말만 하든지 하라고 했더니 "울기만 하면 왜 우냐고 그러고, 말만 하면 내가 얼마나 속상한지 모르잖아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렇다. 왜 우냐고 묻지만 우는 이유를 끝까지 들어주는 어른들은 별로 없다. 울음만 그치면 아이에게서 관심이 금세 멀어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속상함을 충분히 들어낼 때까지 우는지도 모른다.
133쪽 아이들이 싸우면 어른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무작정 사과하라는 말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사과는 그냥 혼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마음에 없는 사과를 하는 버릇이 들고, 자기 마음이 괜찮은지 들여다볼 틈도 없이 용서하는 버릇이 든 것이다. 정작 마음은 풀리지 않았으니 어울려 지내는 내내 관계는 불편하기만 했을 것이다. 용서나 감사나 배려도 모두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어른들이 하라고 하니까, 정답인 듯하니까 그냥 따라 하지만, 아이들 안에 전혀 내면화되지 않은 가치들이 있었던 것이다.
173쪽 읽기 능력이 2~3년 뒤처지는 아이는 학급에서 소외되기 쉽다. 학교에서의 복지란 바로 수업이다. 수업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해 외면하면서 다른 복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믿는다. 나는 책을 읽어주는 방식이 수업의 소외를 막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200쪽 말로 가르치는 것은 절대로 아이들 삶에 녹아들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삶이 멋지고 바른가를 이야기로 가르치려 하면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그러면 당신부터 그렇게 살지?"라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직업이나 삶의 구체적인 방식을 일일이 가르칠 수 없다. 멋지고 신나게 살아가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215쪽 바르게 사는 사람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바르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서도 아이들은 또 배운다.
차성욱 선생님 연수를 들은 적이 있다. 말을 굉장히 담백하게 하신다. 도움이 되는 부분, 따라 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많이 공감이 됐다. 우리가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쪼개져있는 텍스트를 읽으며 전국의 어린이들이 똑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은 조만간 없어질 것 같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책이 무엇인지 선정할 수 있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 중 하나가 되겠다. 아동문학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 책을 많이 안 읽어본 것 같다. 수업 중 15분 책 읽기처럼,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줄 수 있다면 우리가 굳이 소리 내어 똑같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다양한 단계의 아이들과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람처럼 책을 많이 읽고 아이들을 파악할 수 없다면 이런 방법으로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아이들이 화를 낼 때든 울 때든 다양한 감정을 드러낼 때 여기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가리지 않고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볼 빨간 아이도 화를 낼만큼 내고 풀리면 부끄러워한다. 울보 학생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울 때마다 쟤 또 울어 하며 싫어했다. 아이들에게 아이들에게 눈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다.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했다. 1학기 때 꽤 많이 울던 아이가. 아이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울 때마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뭔가 부정적인 재스쳐를 취하지 않았을까? 우는 감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주니 아이들이 1학기 끝날 때쯤엔 우나보다, 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아이들의 감정을 끝까지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자아이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멋지고 신나게 살기,를 적어놨다가... 못 살면 어떻게 하지 생각했다, 그러면 뭐 어때!
선생님이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보는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독극에 대한 것, 입체 낭독극이라고 해서 한번 해봤다. 배역만 정해줘도 아이들은 훨씬 더 이야기에 몰입한다.
36쪽 삶을 교과서로 나누고 차시로 나누고 분절적인 목표로 나누고, 삶 속의 생활언어를 개념 언어로 만들다 보면 원래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게 된다. 배운다는 것은 앎을 넘어서서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새롭게 창조할 수 있거나 즐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90쪽 흔히 저학년 아이들은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림 그리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210쪽 처음에 아이들은 책을 싫어하는 아이와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과 표정을 읽지 못했다. 또한 험난한 산골로 책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의 감정이 이입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어느 시점에 인물이 되어 일기를 쓰게 했더니 그 인물들의 상황에 즉각적으로 몰입했다.
온작품 읽기 운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 힘으로 학교에서 교과서를 없애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과 처음에 작품을 읽을 때는 보고 베껴 쓰지 말고 가장 기억에 남는 낱말 하나만 이야기해봐라고 했다. 그리고 그 낱말을 통해 생각나는 이야기를 해보았다. 말하는 것 중에 중요한 낱말이 나오면 또 써주고 또 써주고... 칠판 가득 아이들이 말하는 낱말을 썼다. 그리고 비슷한 것끼리 묶어보고... 아이들의 삶 속에 들어있는 어마어마한 낱말들이 등장했다. 그 이후에는 이 낱말이 들어있는 시를 찾아보자, 하고 시를 찾고 아이들이 찾은 시를 낭독했다. 시를 골라 낭독회를 해보기도 했다. 또 인형극을 해봤다. 인형을 만들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책을 시나리오로 만들고 무대 밑에서 흔들며 보고 읽으니 수줍음이 많은 아이도 잘 참여하고 재미있어했다.
관련 활동을 해보면 아이들이 책 읽기를 정말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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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 이번에 정유경선생님 동시집 샀어요^^
예슬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