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일주일이 참 다이나믹하게 흘렀다.
오늘은 7학년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어머니 밥상'을 차려주신다기에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
모닝커피도 내려 마시고, 신문도 뒤적이고, 9학년 주말 먹거리 장도 봐 왔다.
텃밭에서 바람결이 홀로 상추를 솎고 계신다.
이미 종이상자 하나가 거의 가득 찰 정도다. 곁에 쪼그리고 앉아 거든다.
"지난 주에도 농사모임 아무도 안 와서 나 혼자 풀 매다 갔어요."
내 경험상, 60년대 중후반 태생 언니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순수한 성실성'이다. 한 번 정한 약속은 우직하게 지킨다.
(아까 '한 명만 빼고'하며 바람빛을 쳐다 본 건 장난이었어요^^)
닮고 싶은 언니들의 모습이다.
그동안 배움지기들이 아이들과 솎아낸 자리엔 제법 상추다운 상추가 올라오고 있다.
텃밭 농사라고 쉬이 볼 일이 아님을 느낀다. 땅은 다 알고 있다.
2.
'향이 언니' 덕분에 쇠고기 미역국 잘 얻어 먹었다.
그러고도 남은 고기는 다음 주 푸른솔이 잘 요리해 주실 것이다.
(꽃등심 2팩, 목살 1팩, 삼겹살 2팩)
무지개 은하수는 12시 되기도 전에 모든 세팅을 마치고 논다. 우와~
김치오뎅 볶음, 상추겉절이, 오이숙주나물, 마늘쫑멸치볶음...
그리고 바람결이 솎아주신 야들야들 상추로 토마토 넣어 샐러드.
(고슴도치가 수박꽃에게 전수해 준 비법의 소스 ; 매실액 + 들깨가루 끝!)
지훈이가 거들어줘서 신난다 가족에게도 한 접시 가득 보냈다.
나의 선생님 두더지께 샐러드 한 접시와 와인 한 병 바쳤다.
감사한 마음 어찌 다 표현할까나... 칼 맞으신 머리는 괜찮으신지.
3.
바람별과 다은아빠가 오셨다. 작은별과 수박꽃도 오셨다.
오늘의 '쥐몰이 대작전' 멤버들.
곳간 짐을 모조리 꺼내고, 서생원들을 생포한 후,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구멍을 봉쇄하는 게 오늘의 미션.
나는 멀리 텃밭으로 도망가 있었다.
한참 후, 주미가 텃밭으로 내려 와 전한다.
"제니스, 다 해결됐다고 공양간으로 오래."
두 아빠가 (부부로 추정되는) 젊은 커플을 가마니에 생포하여
관옥나무 도서관쪽 밭 너머로 멀리 위배 보냈단다. (보리밥 그 동네 조심하숑!)
구멍은 모조리 막고, 서식지가 될 만한 장소는 완전 폐쇄.
작은별과 수박꽃이 그릇들을 빡빡 씻고, 앞치마도 빨아놓으셨다.
곳간은 이제 누워서 자도 될 정도로 쾌적하다. (냄새만 빠지면)
정말정말 감사하다!! 이제 맘놓고 공양간 발 디딜 수 있겠다.
내가 들어가니 성공 축하주(!) 한 잔씩 하고 계신다.
두더지가 내게도 막걸리 한 잔 따라주신다.
"권지원, 축하해!"
"으히히, 감사합니다."
그때 천지인 악동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
주말에 9학년 먹이려고 사 온 라면에 군침을 흘린다.
두더지께서 흔쾌히 '쥐몰이 성공기념'으로 끓여먹으라신다.
신난 천지인, 라면 끓인답시고 예닐곱명이 부엌에 바글바글.
어른들의 호통에 몇 명만 남고 쫓겨났다.
라면으로 저녁밥을 대체하기로 합의.
어른들 아이들 모두 해피한 결정. 쥐님들 덕분이다.
내일 마라톤 마치고 먹일 콩국수용 콩을 불리고 삶았다.
작은별이 친정 엄니의 코치를 받아 완벽하게 준비 끝.
망태가 끓여주신 부산 오뎅탕에
무지개가 용화사에서 받은 갈치속젓 등을 차려,
오늘 수고하신 일꾼들과 늦은 저녁 맛있게 모시고 귀가.
(망태와 다은아빠는 하사 작은집 전기가 나가 손 보러 가심)
4.
다음주는 푸른솔이 밥상 엄마다.
오늘 곳간 정리하며 나온 건시래기, 토란대, 취나물 쓰시란다.
김부일 선생님 고흥 바지락도 다음주 목요일이면 도착 예정.
마늘쫑도 넉넉히 확보. 무말랭이 한 번 무쳐주셔도 되고.
망태가 통마늘 한 주먹과 청양고추 갖다 놓으셨다.
혹시 오이와 풋고추 필요하시면 수박꽃에게 콜.
다시멸치 2박스, 잔멸치 1박스 여수 김준호 님에게 주문해 놨음.
(월-화요일쯤 도착 예정. 010-6236-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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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몰이 미션 클리어!
그놈들 덕분에
좋은 공부했고,
좋은 사람들과 많이 웃었다.
빗님이 오신다.
작물에겐 더없는 단비겠다.
그런데 울 애기들.. 내일 마라톤은 할 수 있을까나.
세상에 일방적으로
나쁘거나 좋은 건 없나 보다.
한 주간 '말씀과 밥의 집'에서 잘 놀았다.
고마운 마음 전하며....
첫댓글 그저 고맙고... 쥐녀석 때문에 허그도 당하고 ㅋㅋ 사는 게 그렇지 ㅎ
감사해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