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發願)
임길포
염주를 굴립니다
손가락 끝에 마음을 모아
그댈 위해 쉼 없이 굴립니다
한 알에 사랑을 싣고
한 알에 연민憐憫을 나누며
또 한 알, 한 알에 기쁨을, 나눔을 ……
어느 날
툭
줄이 끊어지고
일백여덟 알갱이 사방으로 흩어져
어느 집 마당에 노란 민들레로 피어날 때까지,
두 손 받들어 그대에게
염주 하나를 드립니다.
임길포 시인의 발원發願을 읽습니다. 소원을 비는 발원의 양식은 종교에 따라 다릅니다. 임길포 시인의 시시, 「發願」에 보여주는 것은 불교식이지요. 염주를 굴리며 발원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이 아니라도 사람이라면 어떤 형식이든 발원을 하게 마련이지요. 그 발원은 대체로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임길포 시인의 시, 「발원」에서는 “손가락 끝에 마음을 모아/그댈 위해 쉼 없이 굴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 아닌 ‘그대’를 위해 발원하는 것입니다. 그대를 위한다는 것은 곧 타자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대를 위해 “한 알에 사랑”과 “한 알에 연민”을 나눕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기쁨’과 ‘나눔’까지 나누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눔’을 나눈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이것은 사랑의 양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것보다 서로 나누는 것임을 말입니다. 그런 발원이 “어느 날/툭/줄이 끊어지고/일백여덟 알갱이 사방으로 흩어”질 때까지 간절히 발원합니다. 흔히 ‘줄이 끊어진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뜻하는 바가 잘못되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는 염주알 108개가 사방으로 흩어져 발원했던 모든 ‘그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흩어진 염주알이 “어느 집 마당에 노란 민들레로 피어날 때까지” 발원을 멈추지 않겠다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시인이 이 시에서 말하는 ‘그대’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소망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습니다.
첫댓글 교수님
고맙습니다.
신도 들의 마음을 잘표현 한것 같습니다.소원 이루어짐을 노란 민들래로 마음속에서 피어
남을 느낌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