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용서와 축복
1) 아버지의 용서(루카 15,11-24)
*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시는 아버지
루카복음 15장에는 부모의 재산에서 자기 몫을 당당하게 요구한 뒤, 아버지와 형의 곁을 떠나는 둘째 아들이 나옵니다. 돈 있고 신날 때에는 멀리멀리 가서 탕자처럼 살다가 쫄딱 망한 다음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 속에서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그토록 망하고 타락할 줄 알면서 왜 돈을 주었냐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면 때려서라도 말려야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아버지가 아들이 요구를 들어준 이유는 바로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됩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했기 때문에 져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요즘도 아버지를 어기는 아들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가지 말라” 하면 꼭 가고야 맙니다. 자기 뜻대로 될 때까지 반항합니다. 이러니 아버지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루카복음에 나오는 아버지도 그랬습니다. 아버지는 마지막에 “그래, 좋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 하며 한 걸음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허락했던 것입니다. 아들의 요구가 잘못된 것이고, 그가 잘못된 길로 갈 것이 뻔했지만 허락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돈을 주었습니다. 눈물과 고통, 아픔을 참고 재산을 나누어 주었던 것입니다. 아들에게 상처받았지만 아들의 요구대로 해 주는 것,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며칠 뒤에 작은 아들은 자기 것을 모두 챙겨서 먼 고장으로 떠났다. 그러고는 그곳에서 방종한 생활을 하며 자기 재산을 허비하였다.”(루카 15,3)
아마 그 당시 아버지 재산은 현금이 아니고 부동산이었을 것입니다. 상속 재산이니 꽤 되었을 텐데, 그 큰 돈을 갑자기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 떠난 것으로 보아, 부동산은 하루 아침에 안 팔리니까 작은 아들은 자기 몫을 싼값에 팔았을 것입니다. 결국 아들은 아버지가 피땀 흘려 공들여 모은 재산을 제 값도 못 받고 다 팔아 아버지 곁을 떠나 먼 나라로 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속이 얼마나 상하고 아파겠습니까? 게다가 가까운 곳이 아닌 먼 고장으로 가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아버지는 큰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 엇나간 사랑의 계산법
그럼 왜 아들은 아버지를 멀리 떠나려고 했을까요? 아마도 아들은 아버지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이미 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아버지 옆에 있기가 불편했을 것입니다. 아버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고 아버지가 죽어서 상속해 줄 때가지 기다리기가 지루했던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을 때 탕자가 됩니다. 이런 사람은 독립하고 싶어하고 간섭받기를 원치 않습니다. 이 작은아들도 아버지나 형의 간섭이 싫었습니다. 가장 안전한 곳에 가정인데도 위험이 도사린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간섭을 받고 사는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간섭에서 벗어나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감당하기 힘든 시련도 함께 오게 마련입니다.
자기 몫만 챙기는 사람은 탕자가 되기 쉽습니다. 작은 아들은 아버지한테 가서 당당하게 자기 몫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기 것에만 관심을 두면 언제나 갈등과 고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마음속에는 허랑방탕하고 싶은 욕구, 타락하고 싶은 본능이 있었습니다. 성경엔 분명하게 아들이 돈을 가지고 먼 고장에 가서 ‘방종한 생활’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다 욕망이 잠재해 있습니다. 교양이나 도덕 같은 것들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은 인간 본질 자체가 더러운 쓰레기 같습니다.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 합니다. 특히 이런 허영심을 절제하지 못하고 타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있습니다. 결국 작은 아들은 자기의 욕망을 위해 아버지와 가족을 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 사랑에 애타는 아버지의 마음
그러면 아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아버지는 어땠습니까? 아버지는 아들을 미워하는 대신 아들이 떠난 그 순간부터 밤마다 문을 열어 놓고 아들을 기다렸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온통 아들 생각 때문에 좋은 일이 있어도 기쁘지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린 것입니다.
우리들 주변에는 이렇게 집 나간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가 있습니다. 자식을 교도소에 둔 부모, 이혼한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어떨까요? 부모의 가슴은 멍들고 아릴 것입니다. 항상 체한 것 같고 이유 없이 가슴이 쿵쿵거려 깜짝깜짝 놀랄 것입니다. 그것이 부모입니다. 부모의 심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똑같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도 이만큼 애타게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50년, 70년을 한결같이 기다리십니다. 하느님은 지금도 가슴이 멍들고 찢겨 밤잠을 못 주무시고 울고 계십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부모의 맘을 표현하여 놓으심이 감동입니다.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