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자리
이오네스크는 프랑스의 극작가로서 현대인들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전위극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른바 ‘앙티 테아트르’, 즉 반연극(反演劇)의 거장이다. 그가 39세 되던 해 발표한 『의자들』이란 희곡은 그를 부조리극의 대표적인 작가로 인정받게 했다.
얼른 보면 난해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주 풍자적인 이 희곡에는 나이를 알 수 없는 두 노인 부부만 무대 위에 등장할 뿐 무대 위에 등장하는 것은 단지 ‘의자들’뿐인 것이다. 이 노인 부부는 초대받은 손님들이 올 때마다 무대 위에 의자들을 갖다 놓는다. 무대 위에는 끊임없이 귀족, 귀부인, 경시총감과 같은 높은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그럴 때마다 노인 부부는 “어서 오십시오” 하고 인사를 하면서 의자들을 갖다 놓은 것이다. 결국 무대 위에는 빈 의자들만 늘어나게 된다. 그 의자에는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은 수많은 귀족들이 앉아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보이는 것은 빈 의자들뿐인 것이다.
이오네스크는 이 전위극을 통해서 인간을 하나의 도구로 형상화하고 있다. 인간의 지위라든가 명예라든가 그런 것은 없고 다만 있는 것은 하나의 도구인 ‘의자들’뿐이라는 강력한 충격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윗자리에 앉으려는 것을 보시고 “낮은 자리에 앉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덧붙이셨다.
인간에게는 원래부터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있는 것은 다만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만 있을 뿐이다. 높고 낮은 것은 높여진 위치의 차이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높은 자리에 앉을 때 우리가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인간에게 있어 권력과 명예와 부의 싸움은 이오네스크가 표현하였듯 하나의 의자 싸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만 의자에 불과함에도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독점하려 하며 낮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높은 자리를 강탈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으로 해서 인간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주님 저희를 낮은 자리에 앉게 하소서. 우리를 의자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