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경주월드라는 놀이공원에 갔다 놀이 기구를 둘러보며 즐거웠던 것도 잠시 내가 탈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놀이 기구는 많아봤자 서너 개였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같이 다니던 윤하언니와 윤서언니는 탈 수 있고 타고 싶은 놀이 기구가 많아보였다
잠시 후 언니들은 드라켄을 타러 갔다 나는 바이킹도 못 타는 애가 그 악명 높은 롤러코스터를 어떻게 타겠냐라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며 언니들을 기다렸다 바로 근처에는 360도로 회전하는 자이로드롭같이 생긴 놀이 기구가 있었다
그러고 윤하언니에게 전화가 왔고 윤하언니는 아까 말한 놀이 기구 앞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했다 난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그 놀이 기구 쪽으로 걸어갔다
놀이 기구 앞에 도착하자 의자에 앉아있는 현곡쌤을 만났다 저 놀이 기구를 타라는 현곡쌤의 말을 듣고는 난 전 저거 타면 죽어요, 타다가 심정지와요, 전 저런 거 못 타요 같은 말들로 극구 거부했다 그렇게 잠시 후 윤하언니는 놀이 기구에 탑승했고 윤서언니와 나는 자리에 앉아 윤하언니를 구경했다
현곡쌤이 말씀하셨었다 입구에 들어가는 순간 태어난 거고 놀이 기구를 둘러보고 타며 노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이고 출구로 나오는 그 순간 죽는 것이다
태어난 그 순간엔 재미를 기대하며 즐거워했고 살아가는 과정에선 안정을 기대해 어렵고 무서워 보이는 것들은 전부 회피하다가도 쉬워 보이는 게 나오면 또다시 즐거워하다 결국엔 또 두려워하고 회피하길 반복하며 죽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을 똑같이 반복하다 혼자서 열기구 모양 놀이 기구에 탄 뒤 높은 곳에서 놀이공원을 내려다봤었다 그 상태로 한참을 멍을 때리다 난간에 비추어진 내 얼굴을 보았다 수많은 놀이 기구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다, 나도 탈 수 있었다면 타고 싶다 같은 생각만 반복했었다 난간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며 자괴감이 몰려왔고 그렇게 부럽고 해보고 싶으면 해보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게 계속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다 나 여기 배우려고 온 건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생각이 끝나자마자 패밀리 바이킹을 탔다 비록 작은 바이킹이었지만 이조차도 나에겐 엄청나게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렇게 한번 타보니 적응이 된 건지 생각보다 할만한데?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탔었다
그저 안정을 원해서 두려움을 회피해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두렵다고 회피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말이 다시 한번 들렸다 무상을 느꼈다기보다는 머리에 팍 꽂히는 한 말씀을 들은 거 같다 한 말씀을 들었다 해서 피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여러모로 아쉬웠고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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