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77배 발원문 작업과 동시에 이벤트 팀이 준비한 재밌는 게임들을 했다. 우리 팀은 발원문에 들어갈 문장, 되고자하는 나, 기도문을 정리하여 다듬는 작업을 하였다. 팀 내의 작업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없이 순조롭게 풀렸다. 이벤트 게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까지도 점수차가 얼마 나지 않았기에 재밌게 즐길수 있었다. 하지만 셋쩨날, 넷째날에 이미 이겼다고 생각한 게임들을 지고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화가 났다. 분명 과정 자체는 즐겼지만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미쳐버릴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날 마무리 시간에 기주가 정리하며 이야기했다. 승부욕에 눈이 멀어 즐기지 못한 자신이 보였나, 아니면 온전히 즐긴 자기가 보였나. 그리고 상품도 다같이 받는다는 사실과 함께 매끄럽지 못한 진행에 대해서 사과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어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살림교실 준비를 하러 가기전에 왜 내가 이런 감정들에 휩싸였을까?라는 생각을 한시간 동안 해보았지만 별 진전은 없었다. 살림교실 준비를 마친 후 식사를 하려는데 화가 안풀리고 답답해서 나가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식사를 시작했는데, 소리를 지르고 여기저기 화를 냈음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정하가 떠준 밥을 10분만에 다 먹고 나가서 생각 겸 명상을 해보려 했다. 내 안에 화가 너무 뜨거워서 식힐 겸 추운 날씨임에도 그냥 가만히 서서 가로등 불빛을 보았다. 현곡이 주신 과제인 무상을 경험하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고 시간이 지날 수록 별에별 생각이 났다. 그러던 중 밥을 먹던 재혁이가 창문을 열고 “똥가오 뭐냐”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하 이 새끼 지금 뭔가 딱 올 것 같았는데 도움이 안되네”하고 다시 돌아선 순간 머리를 후라이팬으로 맞은거마냥 아무 생각이 안들었다. 정곡을 찌르는 말 “너 자존심부리지마”라는 말이었다(원래 였으면 좌탈座脫인데 서있었으니 입탈立脫) 그 말과 함께 모든 감정이 해소 됐다. 쌓여있던 감정들, 이번 학기에 있었던 감정들, 한희와 있었던 일들, 눈에 걸리던 모든 일들이 한번에 정리가 됐다.(물론 시간이 지나며 정리된 것 재혁이의 말을 들은 시점에서는 아무 생각도 없는 무상을 경험중) 그리고 헐레벌떡 다시 들어가 현곡께 자랑을 하고 저녁모임에서 배움을 나눈 뒤에 나는 다시 태어났다. 평소에 나는 내 배움의 수준을 평가하려 들었는데. 그런건 없었다. 이제서야 거대한 배움의 여명을 본 것이다.
현곡이 또 하나 주신 과제가 있었다. 불이 나려면 탈 것, 산소, 그리고 점화 시킬 만한것(또는 발화점 이상의 열)이 필요한데 감정도 같다. 감정에서의 탈것, 산소, 그리고 발화원이 무엇일까? 라는 과제였다. 이제 나는 좀 알 것 같다. 탈 것은 평소에 계속해서 쌓이던 감정들, 사건사고들이다. 발화원은 그 감정들을 터뜨릴 만큼의 사건, 트리거이다. 마지막 산소는 바로 자신의 생각이다.
평소에 쌓인 감정들은 쌓이는 대로 터지지 않는다. 발화원인 평소와는 다른 크기의 감정, 다른 자극이 있을때 불이 붙는다. 그렇다면 한번에 확타고 끝날일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그 불씨에 생각이라는 산소를 끊임없이 넣는다. 산소가 없으면 자연스레 꺼질 불을 계속 지핀다. 그 산소인 생각을 끊어주는 것이 경험이자 배움, 지금, 순간, 섬광, 무상인 것이다. 근데 이 것을 생각으로만 이해한다고 바로 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배울 준비를 마쳐야지만, 스승께서, 신께서 답을 주신다 그렇다면 배울 준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답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정직과 신뢰이다. 나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은 정말 힘들다. 내 초라한 모습, 추한 모습들을 인정하는 순간 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전부 땅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지만 사실 아니다. 그 지위와 체면은 전부 가짜다. 영원하지 않다. 나 자체, 그대로의 나, 그 모습이 마음에 안들더라도 인정하는 순간, 떨어질 것 같던 자존감은 다시 올라간다. 자신의 단점을 아는 순간 배움의 목표가 설정되고 그 배움의 성취감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나도 나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해서 화가나고 지랄을 한것.
어제 무상을 경험하러 경주월드에 갔다. 나는 평소에 놀이기구를 대부분 타지만 정말 미친것 같은 놀이기구는 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숙제라는 명목으로 모든 놀이기구를 탔다. 현곡은 놀이공원이 인생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삶의 희노애락, 그것이 모두 담겨있는 것이 놀이공원이라고 하셨다. 롤러코스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떨어질때 가장 재미있다. 위에서 말한 자존심이 바닥을 치는 것도, 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때가 나중가면 가장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것이다. 그렇다면 놀이기구를 탈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놀이기구를 타러 줄을 설때는 만감이 교차한다. ”아 괜히 탄다 했다“ 하지만 준비가 됐든 안됐든 롤러코스터에 앉아 출발하게 된다. 롤러코스터가 올라갈때 내가 하게된 가장 큰 생각은 다채로운 욕들과 이 롤러코스터를 만든 새끼와 이 롤러코스터를 움직이고 있는 양반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경험이 얼마나 두렵든, 그 경험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어야 도전할 수 있다. 그것이 배움의 준비인 신뢰, 스승을 믿는 것이다. 스승을 믿어야 스승이 주신 배움의 기회, 그것이 고난과 역경이든 편안하고 행복한 탄탄대로이던 피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배울 준비를 마쳐야지만 행복한 삶을 자기만의 삶을 일궈 나갈 수 있다. 글을 쓰다보니 두서가 집을 나갔지만 이 글을 내가 방황할 때마다 다시 읽을 삶으 지침으로 삼고 또 다른 놀이 기구를 타러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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