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님!
모처럼 가족 나들이..즐겁게 읽었습니다.
여름 땡볕의 바다보다는 계곡과 산이 개운하긴 해요.
무주구천동 말만 들어도 괜히 설레이는 것 같아서..
다음엔 동해랑 무주랑 꼭 바꿔서 나눠가져요.
동해는 내손에 있고..
구천동은 돈키호테님 손안에 있으니..
남은 휴가도 보람되게 사용하시고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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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바다를 좋아했다.
결혼후 단 한번도 바다에 가본적이 없는 우리.
그동안 휴가란 휴가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하면서 모두 시골일에 반납해 온터..
그 흔한 바다 한번 오지 못한 것이 아내에게 미안했는데, 생각해 보면...
아이 낳으랴 키우랴 .. 지금은 작은 애가 4살이니 지 앞가림은 할 터..
그래서 큰 맘먹고 떠났다.
우리의 계획은 3박4일로 바다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내가 원래 좋아하는 여행스타일은 無計劃속에 베낭여행이었다.
우선 생전 처음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보고 싶었다.
정말 인생이란 것이 34살 될때 까지 여행에 무척이나 인색했다.
물론 고향이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 그래도 난 그동안 남는 시간은 물론 분에 초까지 농민의 아들 도리를 충분히 이행해 왔지 않았나 생각한다.
학교 다닐때도 주말이나 방학은 어김없이 집에 와서 지게를 졌다.
군대에 있을 때, 웅변을 많이 해서 휴가가 많았는데 역시 집에서 죽으라고 일을 했다.
군대는 이럭저럭 6시가 되면 작업이 끝 이라지만, 정말 농사일이라는 것이 6시가 넘어도, 해가 져도 ,어두워 져도 별이 총총 떠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날 일이 끝마쳐야 끝인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휴가 나와서 몸살이 걸려서 군대에 복귀했다. 항상..
그래도 난 그일을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해야 하는 일이므로 정말 목숨 걸고 일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내 아들이 나만큼 효도를 하지 않아도 ..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 입장에서 볼때,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의 내 행동으로 주위에선 흔하게 나를 孝子라고 한다. 하지만, 큰 형과 작은 형 입장에선 더 효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깔려 있을 때는 먼저 기대를 채워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난 그점에서 먹고 들어간 것 같다.(효도하기가 더 수월했다는 이야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구질구질한 서울의 비속을 헤치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토요일.. 새벽 6시 반에 출발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더럽게 막혔다.
가는 중에 지도에 만리포 해수욕장이 들어왔다.
천상 가 본곳이 별로 없기에 어디를 택하던지 나에겐 처음이다.
**그래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가 보자.
그래서 마음에 들면 1박하지 뭐!!
다행히도 비가 그치는가 싶었다. 우리 가족은 해수욕장에서 잠시나마 몸을 담그고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떨어지는 비...
해변에 있는 수많은 파라솔이 있었는데, 사실 흐린 날씨에 파라솔에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손님은 한명도 없이 파라솔만 서 있었다.
우연히 파라솔을 임대하려는 사람에게 가격 흥정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한번 사용하는데 만원이라고 했다.
또, 바다에서 노를 저을 수 있는 튜브가 있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3시간에 2만원을 달라고 했다. 아마 그 튜브가격은 3-4만원이면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그 뒤로 멀로 돌아가보니 3시간에 칠천오백원이었다. 재미있는 일이다.
비가오는 바람에 특별히 탠트를 칠수도 없고, 그래서 우선 샤워를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이왕 이까지 왔는데, 천리포 해수욕장에도 가 보고 싶었다. 답사겸..
그래서 천리포를 돌아 나온 후, 가까운 안면도로 향했다.
비는 계속 퍼 부었다. 뉴스에선 오후부턴 갠다더니..
안면도에 가까이 가보니, 가까이 눈에 띄는 것이 삼봉 해수욕장이었다. 우선 대충 답사를 해야 했기에 들어가 보려니, 무조건 입장료가 1인당 1100원이란다.
그래서 대충보고, 맘에 들면 와서 돈을 내겠다고 말하고 들어갔는데,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었다.
소나무 숲이 있어 그 아래에서 탠트를 친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비가 누적거리며 오고 있어서 온통 진흙탕이었다.
이런 곳에 탠트를 치고 놀다가는 나중에 탠트 세척하는 것도 문제일 것 같았다.
다시 발을 돌렸다.
이번에는 안면도 좀더 깊이 들어가 보았다.
밧개 해수욕장이다.
- 이름 하나 고약하다.
그곳에는 해변까지 차가 쉽게 들어갈 수있는 매력이 있고, 물이 아침에 빠져 나가면 뭔가 아침꺼리로 주울 수 있는 것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탠트를 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이곳에서 1박은 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기에 이곳 저곳을 알아 보았다.
탠트 자리 하나에 1박 하는데, 1만5천원.
물론 바닷가이고 화장실과 세면장이 있었다. 샤워는 안되고..
그리고 원두막 같은 집(아주 약한 마루바닥)에서 하룻 밤 자는데, 7만원
그런데 도로를 벗어나 바다에서 30 m 벗어나서 원두막에 물어보니, 3만 5천원이었다. 샤워와 화장실도 무료였다.
그래서 그곳에 짐을 풀고, 가져온 음식을 풀고 식사를 만들었다.
떠날때, 약속이 아내를 왕으로 모신다고 했기에 모든 음식을 내가 만들었다. 설걷이 까지..
그래도 아내가 조금씩 도왔다.
식사를 마치고, 바다로 가서 까불다가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린 것이다.
정말 2-3초 정도인데. 이런 먹통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우선 집에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집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집에 표고버섯 일이 무척 바쁜데, 놉(일당일을 하는 사람)을 얻어려고 해도 없고 고민이라고 했다.
그날 밤, 누울 자리는 넉넉했지만, 바닥이 흔들리는 바람에 정말 불편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여행이 처음인 아이들에겐 집보다 나을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가자고 계속 졸라댔다.그래서 이런 여행을 계속 하느니 차라리 집에 가서 일이나 하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야 정말 달갑지 않은 눈치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계속 다니기에도 힘들고 그래서 안면도에서 아침 밥을 지어 먹고 일요일날 무주로 향했다.
물론 무주에서 표고목(표고가 자라는 나무로 참나무 종류)을 2-3천본 다루었더니, 손에는 물집으로 포장이 되었고, 몸은 서울에 도착한 지금까지 군대군대 삭신이 쑤신다.
글쎄 처음으로 바다에 가서 그런지 별로 바다에 매력은 없었다.
난 산에서 자랐고, 산이 좋았다.
다음부턴 산으로 휴가를 지내기로 했다.
아니 또 모른다. 70 노부모를 생각하면 휴가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고 집에서 일이나 해 드리고 싶다. 내 몸이 으스러 지는 한이 있어도.
그래도 아내와 결혼후 처음으로 우리만의 휴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올 여름휴가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만족한다.
보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