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길이 되다
꽃이 지니 꽃에 가렸던 풀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전엔 꽃만 보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풀잎에 눈길이 더 오래 머뭅니다.
그중 나무나 땅 위에 핀 것보다 콘크리트길이나 보도블록 사이로 고개를 든 풀들이 유독 사랑스럽습니다.
머리카락보다 조금 굵어 보이는 풀 한 줄기가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그 어떤 것도 뚫고 나올 수 없을 견고함을 이기고, 작은 틈새로 들어온 빛을 따라 얼굴을 삐죽 내민 초록들이 기적처럼 다가옵니다.
가만히 그 풀잎들을 보고 있으면 한 줄기 빛이 곧 생명 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희미한 빛일지라도, 그 빛을 느낄 수만 있다면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는 걸 말이지요.
이토록 대지의 모든 생명들은 한 가닥 빛에도 섬세하게 응답하는데, 나는 왜 쏟아지는 빛 속에 서있으면서도 그 빛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지 돌아봅니다.
주님께서 조금씩 깨닫고 자라나라고 내려주신 그 생명의 빛을 외면하고, 어둠 속에서 홀로 자신만의 평온함을 누리며,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착각한 건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닫히고 막혔던 어둠의 길을 빛으로 열어주시는 주님, 빛이 길이 되고, 그 길에서 우리 서로 봄처럼 환한 미소로 만나는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주님을 향해 달려가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언제나 두 팔 벌려 꼭 안아주시는 주님,
당신 품으로요….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