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이 성 욱-'글밭 가는 길'(수맥) 동인 어린 날 나의 슬픔은 빨간 구두를 신고 춤추듯 안개 밭을 헤메고 다녔지 산발한 가슴을 풀어 헤치고 홑겹의 얇은 가을 햇살 속 나풀나풀 뛰어 오르던 그 견딜 수 없는 슬픔의 가벼움이 어스름 저녁 길 땅거미로 내려 앉는 숨죽이는 슬픔의 느린 동작을 누군가는 눈치 챘을 지도 몰라 나의 슬픔이 때로는 한 그루 나무로 서서 눈 시린 연못가 가장 긴 그리움의 팔을 뻗쳐 한 줌 바람으로 흩어진 그대와의 아득한 거리를 가늠하면서 물 수제비 뜨듯 부질없는 눈물 몇 방울 던져보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새떼처럼 반짝이는 단풍잎 속 꼭꼭 숨어서 속살 붉어지는 울음들 더러는 한숨 같은 바람으로 포르르 날려 보내기도 한 것을 그래. 아직 흐르지 못하고 견디고 있는 몇 잎의 기억은 풍장으로 걸어두어야겠지 얼마쯤은 햇빛과 바람으로 뒤채이면서 시간의 긴 머리카락 칭칭 동이다가 스스로 제 풀에 벗겨지는 슬픔의 허물 꼬집어도 통증 없는 열 가신 세월 속으로 먼지만 풀썩 한번 일었다 주저 앉겠지. 감상------배 환 봉 언젠가도 한 말이지만 세상살이란 결코 연극이 아니다. 연극이기엔 더 절실한 아픔들이다. 하지만 이 아픔을 모르고 살아 온 사람들을 보면서 한 때 부러울지는 몰라도 나이 들고 보면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인생을 수박 겉 핥기로 살다 가는 일이라 생각된다. 아픔이나 슬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어찌 인간다운 가슴이 있겠는가. 이 시를 읽으며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에 남아 있을 어린 날의 슬픔들을 드려다 보는 것 같은 공감을 느낀다. 내 슬픔은 오로지 내 것일 뿐, 누구의 위로로는 지워지지는 않는다. 다만 '스스로 제 풀에 벗겨지는 슬픔의 허물' 이라 한 것처럼. 그리고 모든 것은 세월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 뿐. 젊은 이의 시인데 퍽이나 차분하고 감정이 승화된 시라는 느낌이 든다.
다음 카페의 ie10 이하 브라우저 지원이 종료됩니다. 원활한 카페 이용을 위해 사용 중인 브라우저를 업데이트 해주세요.
다시보지않기
Daum
|
카페
|
테이블
|
메일
|
즐겨찾는 카페
로그인
카페앱 설치
청사초롱문학회
https://cafe.daum.net/choung1004
최신글 보기
|
인기글 보기
|
이미지 보기
|
동영상 보기
검색
카페정보
청사초롱문학회
브론즈 (공개)
카페지기
부재중
회원수
19
방문수
0
카페앱수
0
검색
카페 전체 메뉴
▲
카페 게시글
목록
이전글
다음글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손님방
<군산미래신문>슬픔-이성욱
오원
추천 0
조회 25
12.10.16 01:30
댓글
0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댓글
0
추천해요
0
스크랩
0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
선택됨
옵션 더 보기
댓글내용
댓글 작성자
검색하기
연관검색어
환
율
환
자
환
기
재로딩
최신목록
글쓰기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