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어린배움터가 스물 한 살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 쇠날에는 그날을 축하하며 사랑어린 벗들의 공연이 있지요.
덕분에 사랑어린배움터 이곳 저곳에서는 그날의 준비를 위해 마음과 손길을 보태고 있지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사랑어린배움터를 잉태하기 위해 어느날, 누군가들이 이렇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겠지요. 스무해 전에.
그들의 마음은 처음엔 설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고, 일이 잘 안되었을 때는 힘들어 하기도 했겠지요.
어떻든 간에 많은 조건들이 맞추어졌기에 한 학교가 잉태되어 졌을거예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학생들이 그곳에 왔고, 그들과 함께 할 교사들도 꾸려졌고, 쉽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애씀과 눈물들이 한해 한해, 겨우겨우 스무해를 살게 했을거예요.
이렇게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참 놀랍고, 고마운 마음 밖에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듭니다.
지나간 어렵고, 얼굴 붉히며 힘들었던 순간들까지 이제는 고맙다 하는 느낌으로만 남아있기도 해요.
요즘은 이런 이야기들을 동무들과 자주 나누게 되네요.
스물 한 살 청년이 된 사랑어린배움터에 머물고 있는 우리들이 지나간 시간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편안하게 이곳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고마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으로요.
오늘은 그 언젠가 선배들 처럼 우리는 걸었어요.
그리고 가족별로 아침 열기도 하고, 할머니 옛 이야기도 듣고, 두더지와 만나 질문하고 배우는 시간도 가지고, 9년의 마무리인 에세이도 적으면서 토닥토닥 웃고 놀면서 하루를 보냈지요.
11월이지만 아직은 따뜻하여 공부하고 놀기에는 큰 어려움은 없답니다.
어제 곤하여 보이지 않던 하늬도 건강하게 돌아왔고, 다리를 삐여 부목을 대고 있는 민유도 잘 걸어다녀요.
감기 기운이 살짝 있는 상율이는 개의치 않고 팔팔 날아다니구요.
이런 일상의 잔잔함을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낄 수 있어요.
간식으로 빵과 쨈을 먹고 동생들은 집으로,
천지인 동무들은 소현과 리코더 연주를 하였어요.
그리고 늦은 밤까지 수학 공부도 하구요.
그 시간에 배움터 생일 잔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모여서 마지막 점검도 가졌지요.
모자이크 처럼 모두 각각 일들의 퍼즐 조각을 이리 저리 맞추고 있답니다.
이런 일의 방식도 참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요.
누군가 주도하여 따라가는 옛 방식과는 다름이 존재하네요.
언젠가 부터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즘 우리들의 일의 방식이 점차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아이들의 놀이처럼요.
문명 전환을 이야기하며 영성의 시대, 여성의 시대라 하는데 삶의 방식도 그에 따라 변한다는데,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시나브로 그렇게 그렇게 변화되고 있을거예요.
사랑어린 배움터가 21세기 초에 태어날 때 이런 시대정신은 몰랐지만 청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 정신을 잘 배워가면 좋겠군요.
그것이 성장이고 성숙이겠지요.
오늘 잔치 모임 마무리에 우리가 잘 즐기면 좋겠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이제는 그 과정에서 이미 즐기며 잔치하고 있는 사랑어린 사람들의 해맑은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잔치도 즐거웠습니다.
당신이 계셔 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