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옛날에 글을 짓는 사람은 글에 능한 것을 '좋은 글'로 여긴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글을 '좋은 글'로 생각했다. 산천의 구름과 안개, 초목의 꽃과 열매도 충만하고 울창하게 되어야 밖으로 드러나듯이 마음속 생각이 충만하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
내가 어릴 때에 가친께서, "옛 성인은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충동으로 부득이 글을 썼다"고 말씀하셨다. 나와 아우 철轍이 지은 글들은 모두 이렇게 쓰여진 것들이다.
기해년己亥年에 가친을 모시고 초楚 지방을 지나는데 배 위에서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바둑을 두고 장기를 두며 술을 마시니 집안에서 맛보던 즐거움과는 달랐다. 산천 경치의 수려함과 풍속의 질박함, 그리고 현인군자賢人君子들의 자취들, 눈과 귀로 전해지는 것들이 섞이어 마음속에 와 닿으니 저절로 탄성을 읊조리게 되었다. 가친이 지으신 글과 아우 철轍의 문장을 모두 여기에 담아 <<남행집南行集>>이라 이름한다.
<<남행집>>은 한 때의 일을 기억하고 훗날에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는 글이 되리라. 이 또한 쓰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담소하는 사이에 저절로 얻게 된 것이다.
12월 8일 강릉역江陵驛에서 쓰다.
첫댓글 선생님 오래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