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1일 쇠날 (음 3.21)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 안에 거하는 자들은 하느님 안에 거하고,
하느님은 그들 안에 거하신다."
- 인간적인 사랑과 초인간적인 사랑 <영성수련의 기본>
한 주간의 종지기 소임을 다 하는 날,
아침명상 때 신난다의 목소리를 통해 이 글을 전해 주신다.
오늘도 온전히 사랑안에 거하기를 기도한다.
오늘은 송성영 선생님께서 꽃잎.열매를 만나시는 날.
중등친구들이 싼티아고 순례중엔 초등 꽃잎.열매와 함께 해 주시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오시고, 한 번은 고흥으로 초대하신다 한다.
하늘친구들과 함께 하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감사하다.
(그런데 '중등.초등' 말고 다른 말은 없을까나...?)
송샘과의 만남을 위해 꽃잎.열매들은 바로 배움터로 와야했다.
하여, 어귀에서 등교 버스를 기다리는데 추웠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발길이 자연스레 한결네로 바쁘게 향했다.
댕댕이 부부가 웃음으로 반기며 커피와 걸칠 따뜻한 옷을 주었다.
밝은미래가 왔다. 아이들이 너무너무 보고싶어 왔단다.
그래... 그 밖에 뭐가 있으랴. 걷는 뒷모습이 보기 좋다.
꽃잎.열매가 살림방에서 송샘과 만나는 동안 아침열기를 했다.
우리 가족은 태식이와 어진이가 빠졌다. 구빈이는 아파 오후에나 온단다.
세 명이나 빠지니 휑하다. 오늘따라 아이들이 고요해 질 줄 모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맏언니오빠들의 빈자리가 크다.
명상 시작까지 30분이 넘자 슬슬 올라오는 火.
우리 가족은 들뜬 마음을 '미친원숭이바이러스 (crazy monkey virus)'라고부른다.
초걈 트룽파 마음공부 책에서 읽은 '미친 원숭이'란 표현을 응용(?)했다.
죽비로 그 바이러스를 내보내준다. 마침내 찾아오는 고요.
그런데... 나는 죽비를 정말 그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는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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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들레 가족의 어머니 밥상, 인기만점 카레와 미역오이냉국이다.
그런데 카레에 '가지'가 들어있다. 오늘은 많이 먹겠다던 아이들이 슬슬 꼬리를 내린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녀석, 입맛이 없어진 녀석... 알고도 속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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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모심을 마치자 제니스의 마음이 바빠진다.
오후에 있을 생일잔치와 싼티아고 순례팀 배웅모임을 준비한다.
(종지기란 한 주의 교장이자 당번. 종지기 맡은 주에 행사가 없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딱 걸렸다^^)
5월 마지막 주는 꽃잎열매 고흥순례 예정이고, 무엇보다 중등형아들이 없어 오늘로 앞당긴 것이다.
늦은 1시 30분, 징을 치고 먼저 살림방으로 올라간다.
제니스 가족은 어진이가 동생들을 줄세워 들어온다. (어진아 고맙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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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전체 모임을 이끄는 게 부담이 된다.
마음을 모으며 이시간 당신께 온전히 맡기겠다고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서광이에게 카메라를 주었다. 이제부터 서광이의 시선이다.)
'피어납니다 너는 예쁜 꽃 하늘천사가 내려왔어요~♪'
('생일축하합니다' 대신 사랑어린배움터에 꼭맞는 노래를 찾을 때까지는 이 곡으로)
세 번을 부는데 중간에 너무 빨라 멈추게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5월에 지구별에 여행 온 친구들이다.
예원. 태식. 선호. 다빈이가 촛불을 밝혔다.
배움지기들이 자작시 또는 표절시(^^)를 선물한다.
나도 태식이에게 썼다.
'사랑으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라는 다소 진부한 제목.
"제 생일은 피비린내의 중간이에요."
5.16과 5.18 사이에서 '사랑. 평화. 생명. 나눔'의
씨앗을 품은 아이가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썼다.
무대를 의식하지 않는 저 천진함...이 좋다!
지구별에 와 줘서 고마워!
이 와중에도 열독중이신 태식군... ㅠㅠ
두번째 마당은 '싼티아고 순례팀 배웅'
막 광주 순례에서 돌아 온 중등아이들이 피곤한 기색이 보인다.
모두 벽에 기대어 노인들처럼 앉아있다. 그대로 둔다.
잎새들과 생활지혜 배움때 싼티아고 순례팀 손수건을 수놓기로 했다.
제비를 뽑았다. 진지했다. 언니형아들을 위해 한 달 동안 정성을 수 놓았다.
(물론 첫 시간 제비만 뽑고 안 들어온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내가 4장을... ㅠㅠ)
오늘 그 손수건을 순례선물로 드리기로 했다.
비밀리에 하자고 했는데 정민이를 뽑은 준서는 입이 근질거려
몇번이나 민들레한테 가서 말할까말까 했다가
결국 민들레의 꼬임(!)에 빠져 실토를 했단다.
순례를 떠나는 마음을 동생들과 나누기로 했다.
"저는요, 왜 하늘이 저를 싼티아고로 보내셨는지 그 답을 찾고 올래요."
은혁이는 소성. 예승을 뽑은 친구들을 대신해서 그림을 그려주었다.
세 번이나 이름이 불리워지자 아이들 사이에 동요가 인다.
참다못한 재희가 큰 소리로 외친다.
"오~ 나 은혁이 오빠 다시 봤어."
"저는 학교 가는 마음으로 떠납니다."
마음이 울컥한다.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멋있어졌노...
보민이 언니 뽑았다며 신이 났던 태현,
그 정성을 나는 보았다.
"걷는 내내 너희들 생각할게."
"저는 솔직히 설레임, 기대 이런 게 지금은 없어요. 그냥 좀 두렵다는 생각?"
아, 그럴 수 있구나. 그럴 수 있지...
어디 서광이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끝이 찡해진다.
서광아, 그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걸어봐.
너를 위해 기도하는 많은 이들이 있단다.
"미르야, 잘 다녀와라"
(아이들은 이 와중에 미르형이 더 크다며... ㅠㅠ)
"잘 다녀오겠습니다."
쿨한 미르
아들아...
(그새 잠이 든 강민)
'아름다운 동행 걸어서 별까지 나무를 심자'를 크레용으로 그리고
현수 이름과 하트를 수놓은 다훈
'현수형에 손수건'이라고 친절하게 용도까지 써 넣었다. ㅋㅋ
(그런데 실은, 잘 닦이지 않을 것 같다. 배낭에 배너로 달면 더 좋겠다싶다.)
드리는 마음이 더 좋은 걸 아이들도 아는 것 같다.
아니, 본능적으로 우리는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쑥스러운 구빈은 승보오빠 무색하게 쌩~
별 말 안 했지만... 마음을 느꼈다.
천고제 가신 두더지를 대신하여 아몽이 받았다.
은혁이가 온 마음을 모아 수 놓고 그렸다.
"얘들아, 내가 함께 해야 하는데... 잘 다녀와라"
급기야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아몽.
아이들도 숙연해 진다.
새로 태어난 둘째 아가 '혜민'이를 환영하며 박수를!!
모두 일어서 삼배를 드리며
보내는 마음과 떠나는 마음을 고했다.
사랑어린 순례단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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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내고... (너구리의 몰카)
입하수련 1주일 동안 무성히 자라있을 풀들,
별 걱정은 안 된다. 아직은 풀뽑는 게 재밌는 나는 농부가 아니다.
농사에 대해서도 사유해 보는 수련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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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알 단강음악제 리허설
"그렇게 할거면 무대에 오를 생각 하지 마. 백 번 연습하고 올라가."
아이들 기가 죽는다.
속으로 뭐라뭐라 할 말이 올라오겠지만 고개만 숙이고 있다.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이지 싶었다.
매사를 있는 힘과 정성을 다 해 살 것을 배우면 좋겠다.
그런 걸 잘 못배우고 우리는 그냥 산다.
설사 무대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그걸 배우면 족하다.
아이들은 10시까지 남아서 연습연습....
엄마아빠들의 '마이웨이' 한글버젼,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다.
가사만 안보고 하면 좋으련만...
소리샘의 온갖 구박(!)을 참아가며
이를 악물고 빠라라라~~~ ♬
실제 공연보다 이렇게 만나
웃으며 준비하는 과정이 배움이다. 그치 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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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명국 목사님께서 선물을 주셨다.
관옥 목사님의 글씨를 새기고 손수 달아주셨다.
6성급 호텔룸같지 않은가~! (대체나 옆에 별들이.. ㅎㅎ)
감사하다.
(하늘친구방 뒤로 보이는 방은 꼭 '두여자방' 같다며 웃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배움지기들과 아이들이 세 분의 스승님께 편지를 썼다.
이 또한 정성스럽게 할 친구들만 쓰자고 했다.
우리 씨앗들이 고사리손으로 쓴 '사랑합니다' 감동....
이 나이에 비로소 참 스승님들을 뵈었다.
늦게나마 인생에 축하할 일이다.
스승님,
학생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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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 받은 시 한 편으로
종지기의 한 주를 마무리 한다.
황홀한 사랑은 거대한 바다.
은하수는 그 바다에 떠 있는 엷은 물거품. [루미]
[하늘기도 1000-104일째를 닫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