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에 사로잡힌 임금
이 일 때문에 임금은 분노하고 격분하여, 바빌론의 현인들을 모두 죽이라고 분부하였다.(2,12)
드디어 임금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답은 하지 않고,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고 자신을 탓하는 술사들과 점성가들의 말에 임금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습니다. 사람이 분노에 사로잡히면 이성을 잃는 법입니다. 임금은 즉시 술사들뿐 아니라 바빌론의 모든 현인들까지 모두 죽여버리라는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립니다. 그는 순간의 분노에 사로잡혀 훗날 엄청나게 후회할,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을 감행하려 합니다. 그러나 임금의 서슬 퍼런 명령에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했습니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감정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네부카드네자르처럼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폭발하여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주위 사람들에게 무서운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분노에 더딘 이는 용사보다 낫고 자신을 다스리는 이는 성을 정복한 자보다 낫다.(잠언 16,32)
결국 바빌론의 왕궁에 무시무시한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렇게 어명이 내려, 이제 현인들은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니엘과 그 동료들도 처형하려고 찾아 나섰다.(2,13)
여기서 ‘현인들은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라는 말은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임금이 사형집해 명령이 벌써 시행된 것입니다. 아마도 최고위 자문위원들은 명령 즉시 처형되었을 것이고, 이는 점점 하위 관료들에게까지 확산되었을 것입니다.
1970년대 캄보디아에서도 이처럼 무시무시한 킬링필드(killing field) 대학살이 일어났습니다. 폴 포트(Pol Pot)가 무력으로 통치하기 위해 전 국민의 4분의 1을 학살했습니다. 그는 부자들을 비롯해 손이 곱고, 안경을 쓰고, 영어를 하고, 대학교에서 교육받는 엘리트들을 무작위로 죽였습니다. 아마 바빌론 왕궁에서 내린 무차별 처형 명령도 이와 같이 살벌했을 듯합니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엘레트들은 순식간에 역적이 되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가다가 결국 병사들의 칼에 맞고 쓰러지는 끔찍한 일들을 겪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재앙의 불길이 죄 없는 다니엘과 세 친구들에게도 미쳤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임금에게 꿈을 해석하지 못하겠다고 한 술사들과 점성가들은 바빌론 왕궁의 수많은 두뇌 집단 중에서도 최고위층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 같은 다니엘과 친구들은 임금이 직접 주재하는 어전회의에 초대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있던 현인들은 바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다니엘이 상관들의 잘못으로 사태를 책임지게 됩니다. 여기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단순히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처형되는 아주 끔찍한 일입니다.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한 일입니까!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게 인생입니다.
내 잘못으로 생기는 일을 감당하는 것도 힘든데 살다보면 운명의 모진 바람에 휩쓸려서 이유도 모른 채 같이 벼락 맞는 일이 일어납니다. IMF라는 모진 폭풍우 때문에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이 흑자도산(黑字倒産)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다니엘에게 재앙과 같은 이 상황이 실은 하느님께서 그를 통해 놀라운 새 계획을 이루시려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는 또 태양 아래에서 보았다. 경주가 발 빠른 이들에게 달려있지 않고 전쟁이 전사들에게 달려 있지 않음을. 또한 음식이 지혜로운 이들에게 달려 있지 않고 재물이 슬기로운 이들에게 달려 있지 않으며 호의가 유식한 이들에게 달려 있지 않음을. 모두 정해진 때와 우연이 마주치기 때문이다.(코헬 9,11)
이처럼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수록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이 그 배후에 숨어 있습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수록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이,...."
"분노에 더딘 이는 용사보다 낫고
자신을 다스리는 이는 성을 정복한 자보다 낫다."(잠언 16,32)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