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에서
어린이답게,
예쁘고 귀여운 말을
표준말로만 써야 합니다
마이크로 몇 번이나 일러 주던
심사 위원 할아버지
예쁜 말도 귀여운 말도 없이
끝에는 '미안해서 우짜노'로 끝이 난
내가 써낸 시
어린이답게 못 썼는지
똑 떨어졌지만
그래도, 내 시에는
'미안해서 우짜노'가 필요했다
떨어지면 우짜노,
생각은 안 들었다
아파트 주차장
베란다에서
아파트 주차장을 내다보면
아침에는
듬성듬성 이가 빠진
일 학년 동생 입속
점심에는
드문드문 이가 난
돌 지난 아기 입속
저녁에는
빼곡한 이에
덧니까지 난 내 입속 같다
현교 왔능교
정현교
과학 선생님
수업 전 아이들은
가위바위보 해서
진 아이는 선생님이 입장하면
들릴락 말락 하는 소리로 벌칙을 수행한다
- 현교 왔능교
선생님만 모르는
비밀스러운 게임
토요일 저녁,
TV 보면서
상추에 삼겹살 싸 먹으면서
턱이 얼얼할 정도로 웃는데
상혁이 전화 받고 얼음!
현교 왔능교 선생님이 뇌출혈로 돌아가셨단다
왔능교? 인사도 작게 해서
듣지 못했을 텐데
갔능교 인사는 입도 못 열겠다
빛의 굴절에 대해 다음에 배우기로 했는데
약속도 안 지켰다
수업을 기다린 건 절대 아니지만
약속 안 지킨 건 참을 수 없다
빛이 굴절하는지 어떤지
선생님만 아는 비밀 같아서
선생님한테만 듣고 싶다
현교 왔능교?
소리쳐서 벌도 서고 싶다
현교 갔능교?
게임 따위는 없다
카페 게시글
회원 수필/시 작품방
동시 세 편/ 이현영
이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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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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