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이슬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중 아름다운 책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오로딸출판사에서 나온 「길 떠나는 사람」이란 책이었다. 시보다 아름답고 보석처럼 영롱한 이 작품을 쓴 사람은 다만 ‘동방교회의 한 수도자’라고만 밝히고 있다. 알려진 것은 그 익명의 수도자가 1970년 부활절에 레바논에서 쓴 글이라는 것뿐이다. 그 중에서 짧은 ‘아침이슬’이란 글의 전문을 소개하겠다.
‘아이야, 네가 나의 광활한 우주와 일치되기 바란다. 우주의 무형의 열망과 찬미에 동참하기 바란다. 네가 무한한 사랑과 하나가 되기를 추구하는 순간에 특별히 겸손해지기 바란다/ 아침 이슬을 보았을 것이다. 아침은 태양이 솟아오르기 직전이나 직후에 풀잎과 나뭇잎 끝에 진주알들을 굴려 매달아 놓는다/ 이슬은 땅이 습한 지역에 풍성하며 날씨가 청명하고 고요할 때 발견된다. 이슬방울들은 빛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빛난다. 보잘것없는 이슬방울조차 우주의 근원적인 색조를 반사한다/ 아이야, 사랑하는 마음에 태양을 받아들여 습한 땅에다 사랑을 잉태시키는 미소한 이슬방울처럼 되어라/ 겸손한 자태로 한껏 세상의 아름다움을 반영하는 이슬처럼 되어라/ 태양의 열기와 빛을 흡수하여라. 이슬방울에게 존재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태양이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글을 읽으면 김민기의 노래 <아침 이슬>이 떠오른다. 예전에 해방 50주년을 맞아 어떤 방송국에서 국민들이 가장 즐겨 부른 노래로 꼽힌 <아침 이슬>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주님께서는 부활하셨다가 승천하기기 직전 다음과 같은 최후의 유언을 남기신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우리의 인생이 풀잎에 잠깐 맺혔다가 스러지는 이슬과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동방교회의 수도자가 쓴 ‘아침 이슬’처럼 우리 자신에게 존재가 부여되는 것은 바로 태양이신 주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께서 계시다면 한낮에 찌는 더위가 시련이 된다 할지라도 서러움 모두 버리고 끝까지 갈 수가 있을 것이며 이슬방울은 마침내 진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