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이 본 환시
다니엘을 임금에게 얼마의 시간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사태의 긴박성을 봐서 하루 이상은 받지 않았을 듯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다니엘은 엄청난 숙제를 해내야 했습니다. 때문에 다니엘과 친구들은 그날 저녁에 필사적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도는 기도할 수밖에 없을 때 가장 뜨거워집니다. 이들은 가엾은 자기들을 살려달라는 애절한 기도를 했습니다. 그들의 신앙 수준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어린 나이에 자신을 위해 살기로 뜻을 정한 다니엘을 어여삐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의 겨자씨만한 믿음의 기도를 축복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녀들의 긴급한 기도에 신속하게 응답하십니다.
그러자 다니엘에게 그 신비가 밤의 환시 중에 드러났다. 다니엘은 하늘의 하느님을 찬미하며(2,19).
다니엘은 기도를 하는 중에 환시를 보게 됩니다. 혹자는 다니엘이 밤의 환시 중에 본 것이 임금의 꿈과 동일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니엘이 본 환시는 네부카드네자르의 꿈을 포함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고 분명한 것이었습니다.
첫째, 다니엘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도하는 중에 정확한 의식으로 환시를 보았습니다. 임금이 자다가 전혀 예기치 않게 꿈을 꾼 것과는 달랐습니다. 예전에 어떤 신자가 자신이 꿈을 통해 하느님의 계시를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사 시간만 되면 자리에 앉아 줄곧 졸면서도, 꿈에 본 이상한 상징들에 대해 쓴 편지를 내게 계속 보내왔습니다. 의도적으로 꿈을 꾸기 위해 잠을 자고, 하느님의 계시를 받으려는 것은 자신의 욕심으로 하느님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계시는 하느님의 주권적인 역사입니다. 우리의 강압에 의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게 아닙니다. 다니엘은 분명히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정확한 사태에 대한 기도 응답으로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계시를 보았습니다. 28절에서 다니엘은 “임금님께서 침상에 누워 계실 때에 머릿속에 나타난 꿈과 환시”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임금의 머릿속에 넣어 주신 그림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임금에게 알게 하신 환시오,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꿈’입니다. 계시는 내가 노력해서 터득하는 게 아니라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의 결정으로 주시는 것입니다. 어떤 순간에, 어떤 방법으로 주실 것인지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소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네부카드네자르에게 꿈을 주실 때부터 반드시 다니엘을 통해서만 이 계시를 해석해 줄 뜻이 있으셨습니다. 또한 이 일을 통해 다니엘을 바빌론 궁중에서 높이고자 하셨습니다.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일찍부터 다니엘에게는 ‘깨달아 아는 능력’도 주셨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능력을 주실 때는 미래에 그 능력을 사용하게 될 어떤 특별한 사명을 예비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하시고 계획하셔서 당신의 비밀을 우리에게 계시하시는 것입니다.
둘째, 다니엘은 전체적으로 명확하게 하느님의 섭리를 보고 꿈을 이해했습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꿈속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단편적이고 희미하게나마 보았어도 영적인 눈이 없었기에 꿈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그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성령의 사람은 환시를 볼 뿐 아니라 그것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언에는 계시, 해석, 적용이라는 세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인 계시는 불신자인 네부카드네자르에게도 보여주십니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인 해석은 하느님의 영이 충만한 다니엘 같은 하느님의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 속에 있는 영이 아니고서야,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영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하느님의 생각을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1코린 2,11-12)
예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단계인 적용입니다. 예를 들어 ‘축복의 미래가 온다’는 계시를 받았음에도 믿지 않고, 의심하고, 걱정하고, 절망하고, 무기력하게 살면 계시가 삶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받은 말씀에 순종해야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계시를 받았다, 계시가 담긴 꿈을 꿨다, 환상을 봤다, 음성을 들었다고 한 사람들 중에는 현실의 삶에 성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환시를 보기 위해서 미사 시간만 되면 졸던 그 신자도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여러 성당과 기도회들을 돌아다녔습니다. 나를 비롯해 여러 신부님들이 몇 번씩 조언과 보속을 주었지만 그는 귀담아듣지 않았고, 얼마 후 성당을 떠났습니다.
누구보다 영이 맑은 다니엘은 기도하며 계시를 해석했습니다. 물론 자신이 직접 계시도 받았습니다. 그는 현실에서 아주 성실하고 단정했습니다. 믿는 친구들이나 신자가 아닌 직장 상사들과 지혜로운 관계를 유지했고, 주어진 일도 성실하고 탁월하게 해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영원의 세계를 보게 하시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