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선화(그림/ 이쁜이), 2023년 5월 경, 개인소장 | 소국(그림/ 이쁜이), 2023년 5월 경, 개인소장 |
오늘 병원에서 3개월동안 치료을 받고 퇴원을 했다.
(I was released from the hospital today after three months of treatment.)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It may be short if it is short, but it was too long for me.)
나는 조현병을 가지고 있다.
(I have schizophrenia.)
이미 나는 나의 병을 은근히 인정하고는 있었지만
(Even though I was already admitting my illness,)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조현병 환자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On this occasion, I came to admit that I am a schizophrenic patient.)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내 자신을 보려고 노력했다.
(I thought about it and tried to see myself.)
퇴원을 해서 집에 오니 남편이 혼자 생활한 티가 많이 난다.
(When I came home from the hospital, my husband lived alone.)
곳곳에 치워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다.
(There are loads of things to clean up all over the place.)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I'm going to start by cleaning the bathroom.)
그리고 전반적으로 집을 청소해야 되겠다.
(And overall, I'm going to have to clean the house.)
* 우선 나의 병(조현병/정신분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싶다.
* 이제는 나의 증상을 얘기하고 싶다. 작년부터 심각한 증상이 시작되었다. 증상이 시작된 것은 5년전부터인 것같다. 처음에는 환청과 환시가 시작되었다. 나는 무심결에 그것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심결이란 환청과 환시에 대한 심각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들리는데로 보이는 데로 그것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면서 생활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남편에 대한 이상한 의심(외도를 할것 같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도를 넘쳐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 외도는 평범한 외도로 생각하지 않고 어떤 여자가 자신의 남편을 살해하고 우리남편을 죽인다는 생각으로 남편을 미혹시켜 바람을 피게 되었다고 생각되었다. 행여 남편이 그 여자에게 목숨을 잃을까봐 남편의 뒷조사를 했고 심지어는 남편의 사업장에까지 가서 동태를 살피는 등 기이하고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였다. 남편은 더이상 나를 감당하기 어려워져서 본인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 것 같다. 나는 그 와중에 전에 정신병원 주치의였던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고 주치의는 남편과 나 사이에서 모든 것을 듣고 살피어 나를 입원시키기로 한 것같다. 그래서 상담을 요청하러 갔다가 강제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기간내내 거슬러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나의 모든 생각들이 망상에 불과한 일인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남편은 자신의 일(사업장)을 감당하면서 나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혼자서 3개월을 보내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망상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나도 알수 없다. 단지 약간의 핑게를 댄다면 나를 찾아온 갱년기와 폐경기의 증상과 환청과 환시가 서로 겹쳐지면서 증상이 심각해진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현재 갱년기와 폐경기의 증상이 사실은 눈에 보이듯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의 정신분열을 변명해 주지는 못한다. 확실히 나는 정신분열 즉 조현병환자이고 약간의 갱년기와 폐경기의 증상이 맛물리고 있다고 할 뿐이다. 3개월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나에게 의심의 여지를 주지않고 열심히 살아준 나의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또 다른 망상 상태가 있었다. 그것은 근친상간에 대한 망상이다. 나의 엘렉트라 컴플렉스가 건강하지 않아서 온 것일까 정도가 너무 심각하여 일일히 나열하기 어렵다. 하옇든 근친상간에 대한 무서운 망상으로 나의 삶이 없어진 듯 했다. 누구도 정상으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다시 모든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 내가 상상한 세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많이 안도했다. -- 나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는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로 쓰지 않았다. |
-------------------------------------
*** 정신분열(schizophrenia, 精神分裂) - 가장 오래된 정신장애, 가장 심각한 정신장애
가장 심각한 정신장애로 알려진 정신분열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신분열로 보이는 행동적 특징이 기원전 14세기의 힌두 문서에서도 나타난다. 오래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긴 하지만,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신분열은 발병 후 방치되는 기간이 길수록 인지기능의 손상이 심해진다. 따라서 빠른 시일 안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려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정신분열은 인생의 꽃을 한창 피우려는 시기에 발병하기에 가족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증상은 더 악화된다. 정신분열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비율(유병률)이 대략 0.5%라고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200명 중 1명은 정신분열로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신분열의 올바른 이해가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1. 선구자
현대적 의미에서 정신분열의 개념은 19세기 크래펠린(Emil Kraepelin)과 블로일러(Eugen Bleuler), 슈나이더(Kurt Schneider)의 연구 결과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였던 크래펠린은 정신장애를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신장애를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에 크래펠린의 주장은 상당히 획기적이었다.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분트의 제자였던 그가 정신분열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정신 과정에 대한 분트의 체계적인 접근과 여러 개념을 정신분열에 적용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정보를 능동적으로 조직화하는 능력인 통각(apperception)이 정신분열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크래펠린은 정신분열을 조발성 치매(dementia praecox)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20세를 전후로 치매와 비슷하게 언어와 사고에서 퇴행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신분열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블로일러였다. 그는 이 장애가 청소년기(혹은 20세 전후)에 발병하고 지속적으로 인지기능이 퇴화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언어와 사고, 행동이 서로 분리된다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리스어로 ‘마음의 분리’라는 의미를 지닌 schizophreni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크래펠린이 정신분열을 단일한 원인과 결과를 가진 질병으로 보았다면, 블로일러는 서로 다른 원인과 결과를 가진 증후군으로 보았다.
정신분열의 증상을 명료하게 정리한 사람은 독일의 정신과 의사 슈나이더였다. 그는 정신분열의 증상을 일급(first-rank)과 이급(second-rank)으로 구분했다. 뇌의 기질적인 손상 없이도 일급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신분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일급 증상이 없더라도 이급 증상들이 충분한 빈도와 조합으로 나타날 경우 정신분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일급 증상은 환청(환각)과 망상이다.
* 망상(delusion, 妄想) - 합리적 증거로도 설득되지 않는 왜곡된 신념 생각하는 능력은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자 삶의 활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마가 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생각이 가져오는 끔찍한 결과는 일간지의 ‘사건과 사고’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일수록 자아상이나 세계관이 잘못된 경우가 많으며, 왜곡의 정도가 심함을 알 수 있다. 생각의 왜곡이 비단 범죄자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아내가 바람을 핀다면서 구타를 일삼는 남편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미워한다면서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이들, 국정원(옛 안기부) 요원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며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왜곡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의 생각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반대인 정보와 증거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망상은 명백한 증거와 권위 있는 사람의 설득으로도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다. 단지 포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설득하려는 사람까지 망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망상은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이 끝나고 허무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허무 망상(nihilistic delusion), 자신의 재산이 없어지고 있으며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는 빈곤 망상(delusion of poverty), 병에 걸렸다거나 신체의 한 부분이 썩어간다고 생각하는 신체 망상(somatic delusion), 타인이 자신을 감시한다거나 혹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피해 망상(persecutory delusion), 자신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거나 자신을 신격화하는 과대 망상(grandiose delusion),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과 타인의 행동을 자신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관계(참조) 망상(delusion of reference),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가 조종한다는 조종 망상(delusion of control), 배우자나 연인이 바람을 핀다는 부정 망상(delusion of infidelity) 혹은 질투 망상(delusion of jealousy), 연인이 자신을 좋아하는데 만나주지 않는다면서 끊임없이 연예인을 괴롭히는 스토커의 색정 망상(erotic delusion) 등이다. 이상은 정도가 심하지만 않다면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생각들이다. 특히 자신이 병에 걸렸다거나 배우자나 연인이 바람을 핀다는 의심은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이고, 때로는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이처럼 망상보다는 약하지만 어떠한 생각을 지나치게 하는 것을 몰두 사고(preoccupied thought)라고 한다. 몰두 사고가 발전해서 망상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몰두 사고가 반드시 망상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망상이란 현실 검증력(신경증과 정신증 참조)이 손상 되었을 때에 나타나는 것이므로 몰두 사고 단계에서 현실 검증력을 발휘한다면 망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망상이 있으면 무조건 정신분열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정신분열증은 망상과 환각을 비롯해 언어와 행동 등에 전반적인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며, 조종 망상처럼 그 내용이 기괴할(bizarre) 정도로 일상적이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다른 영역에는 손상이 없고 망상만 존재할 경우 보통 망상 장애(delusional disorder)라는 진단을 받는데, 이때의 망상은 부정 망상처럼 일상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즉 기괴하지 않은(non-bizzare) 내용의 망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괴함의 기준의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어서 DSM-5(DSM 참조)부터 공식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유용한 개념이다. 망상과 종종 혼동되는 것이 강박 사고다. 강박 사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불안에 압도되어 그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망상은 앞서 언급했듯이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이 역시 현실 검증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망상 역시 다른 정신장애(이상심리학 참조)의 증상처럼 생리적 원인이 있기 때문에 약물(향정신성 약물 참조)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대나 문화에 따라 나타나는 망상의 내용이 다르다는 점에서 모든 것을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냉전의 시대라고 하는 20세기 후반에는 피해 망상이 가장 흔했지만 이후 이 망상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기계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망상 속에 기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8년 8월, MBC 뉴스데스크 생방송 중에 웬 남자가 스튜디오로 뛰어들어 앵커의 마이크를 붙잡고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런 망상은 도청장치가 없었던 시대나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필요가 없었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 환각(hallucination, 幻覺) - 실재하는 자극이 없음에도 무엇인가를 지각하는 현상 환각이란 실재하는 자극이 없음에도 무언가를 지각하는 현상으로, 망상과 함께 대표적인 정신증(신경증과 정신증 참조)의 증상이다. 또한 대마초 같은 향정신성 약물을 인위적으로 섭취했을 때에 경험하기도 한다. 환각은 보통 오감이라고 하는 감각과 연관되어 나타난다. 환시, 환청, 환취, 환미, 환촉 중에서 정신분열을 비롯한 정신증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환청이다. 정신분열 환자들의 환각 중 90%를 차지하는 환청은, 정신분열의 원인이라고 알려진 도파민이 청각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측두엽(뇌 참조)에서 과도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러셀 크로(Russell Crowe)가 주연을 맡은 2001년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천재 수학자 내쉬(John F. Nash, Jr.)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한때 정신분열증으로 고통받았던 내쉬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대한 수학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내쉬가 환시를 보는 것으로 나왔으나, 이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에 만든 설정일 뿐이다. 환청은 귀울림이라고도 하는 이명(耳鳴)과 전혀 다르다. 이명은 소음이 들린다는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환청은 구체적인 언어로 지각된다. 또한 환청은 파괴적이며 공격적인 내용이 많아 자살이나 살해 같은 사건과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002년 9월에 50대 중반의 남성이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갑자기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던 유치원(선교원)에 들어가 칼을 휘둘러 아이들 11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람은 평소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으며, 사건 당일 ‘아이들을 찌르지 않으면 네가 죽는다’는 환청을 들었다고 한다. 환청이 주로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난다면, 환시는 직접적인 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손상 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환취로는 썩는 냄새를 맡는 경우가 많다. 환미는 피해 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일례로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음식에 탄 독을 맛보았다고 보고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환촉으로는 몸에 벌레가 기어다닌다거나 피부 밑에 기생충이 있다는 경우,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 환각과 혼동하기 쉬운 것은 착각이다. 환각은 실재하지 않은(감각 기관에 입력되지 않은) 자극을 지각하는 것이라면, 착각은 실재하는(감각 기관에 입력된) 자극을 잘못 지각 혹은 해석하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누구나 착각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피곤하거나 잠에 취해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잠에서 어설프게 깨어났을 때 벽에 걸린 옷을 보고 귀신으로 지각하는 것은 환시가 아닌 착각일 뿐이다. 이런 착각은 종종 수면 관련 환각과 혼동하기 쉽다. 수면 관련 환각은 잠이 들 때와 깰 때 경험하는 환각으로 입면기(hypnagogic), 각면기(hypnopompic) 환각이라고 한다. 이런 환각은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는 기면증(narcolepsy)에서 종종 나타난다. 드물지만 수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수면과 연관해 나타나는 환각은 정신증적인 증상은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환각과 망상은 둘다 정신증의 대표적 증상이지만, 환각이 지각의 문제라면 망상은 사고 내용의 문제로 엄연히 다르다. 망상이나 환각의 진짜 문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과 목소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망상과 환각을 경험하더라도 현실 검증력의 끈을 놓지 않을 수만 있다면 큰 어려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망상과 환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이 못 보는 무엇인가를 보았다면 무서워하기 전에 직접 손으로 확인해보자. 정말 자신이 보는 것이 실제 현실인지 아니면 내적 현실인지 검증을 하자. 누군가가 귀에 대고 끔찍한 명령을 내릴 때에도 두려움에 떨면서 그 명령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보자. 이렇게 현실 검증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환각이 사실은 착각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확인 결과 환각이 확실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실체보다는 그에 대한 두려움이다. * 환시증상 외부에서 시각적 자극이 없는데도 시각을 인지하는 것 * 환청증상 외부에서 청각 자극이 없는데도 청각을 인지하는 것 |
DSM-5는 이들의 주장과 개념을 고르게 인정하고 있다. 우선 정신분열이 20세 전후, 즉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발병하는 것이 전형적임을 밝히면서 크레펠린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치매와는 구별된다는 점에서는 블로일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또한 망상이나 환각이 정신분열의 핵심 증상이라는 점에서는 슈나이더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정신분열을 단일한 질병(정신분열병)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일련의 증후군(정신분열증)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2. 증상과 진단
정신분열의 증상은 양성(positive)과 음성(negativ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양성 증상이란 일반인들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정신분열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이라면 음성이란 그 반대다. 대표적인 예로 양성 증상은 망상이나 환각을, 음성 증상은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무감동(apathy)을 들 수 있다. 정신분열의 약물치료(향정신성 약물)는 음성 증상보다는 양성 증상에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나타나는 증상을 없앨 수는 있지만,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타나게 하기는 어렵다.
정신분열은 완치가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완치가 어려운 이유는 정신분열이 사고와 언어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인지적 황폐화(cognitive deterioration)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분열은 완치보다는 재활에 중점을 둔다. 발병 이전의 상태로 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재활을 통해 자기 관리를 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기까지 매우 조심스러우며, 한 번 진단을 내리면 쉽게 진단을 바꾸지 않는다.
DSM-5에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망상이나 환각 같은 정신증적 증상의 지속 기간이 1개월 이하면 단기 정신증적 장애(brief psychotic disorder), 1개월 이상 6개월 이하면 정신분열형 장애(schizophreniform disorder)로 진단을 내리며, 6개월 이상 나타나야 정신분열증으로 진단한다. 이와 더불어 정신분열의 여러 증상과 우울증이나 조증 증상이 동반하되, 기분 증상이 없을 때 2주 이상 망상이나 환각이 존재한다면 분열정동 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로 진단한다.
3. 원인
다른 정신장애의 경우에는 심리적 원인론이 생물학적 원인론 못지않게 설득력이 있으나 정신분열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많은 심리적 원인론이 등장했지만, 현대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분열의 원인으로 염색체 이상과 같은 유전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을 꼽는다. 정신분열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측두엽(뇌)에 위치하는 도파민 수용기의 수가 더 많은데, 측두엽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는 정신분열의 환각 증상 대부분이 환청이라는 점과 일치한다. 한편으로 도파민의 활동 저하로 나타나는 파킨슨씨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정신분열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그럼에도 생물학적 관점이 정신분열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정신분열의 몇몇 증상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상한 자세로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거나 특정한 행동을 과도하게 하는 긴장증적 행동(catatonic behavior)은 20세기 초에는 일반적이었으나 근래에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정신분열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지훈(비)과 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2006년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만 봐도 그렇다. 정신병원의 음산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온갖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곳곳에 배치 시켰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사뭇 다르다. 지금의 정신병원에서는 바닥을 굴러다니는 사람이나 이상한 포즈로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망상이나 환각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정신분열의 일급 증상이긴 하지만, 그 내용은 시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정신분열에도 분명히 심리적인 원인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4. 오해와 편견을 넘어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분열이라는 명칭이 가져다주는 오해와 편견이 큰 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학계와 의사, 환자들이 개명을 추진했고 그 결과 정신분열과 관련한 최상위법인 약사법이 2011년 말 개정되면서 조현병(調絃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이다. 악기의 줄이 잘 맞지 않으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듯이 환자의 신경계에 생긴 이상으로 행동이나 마음에 문제가 나타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오해와 편견이 줄어들까 싶겠지만 일본과 홍콩의 예를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일본은 2002년에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으로, 이와 비슷한 시기에 홍콩은 사각실조증(思覺失調症)으로 바꾸었다. 둘 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거나 조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개명 결과 사회적 편견이 줄고 치료 효율성이나 인권 측면에서 개선되었다고 한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지금은 정신분열을 비롯해 여타의 정신장애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한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 필요한 도움을 적기에 받는다면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
* 조현병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이미 언급하였기 때문에 생략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lIhIrsSsbVw
*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새찬송가 407장)
1.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구주와 함께 나 살았도다 영광의 그 날에 이르도록 언제나 주만 바라봅니다
2. 맘속에 시험을 받을 때와 무거운 근심이 있을 때에 주께서 그 때도 같이하사 언제나 나를 도와 주시네
3. 뼈아픈 눈물을 흘릴 때와 쓰라린 맘으로 탄식할 때 주께서 그 때도 같이하사 언제나 나를 생각하시네
4. 내 몸의 약함을 아시는 주 못고칠 질병이 아주없네 괴로운 날이나 기쁜 때나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네
(후렴) 언제나 주는 날 사랑하사 언제나 새생명 주시나니
영광의 그 날에 이르도록 언제나 주만 바라봅니다. 아멘
https://www.youtube.com/watch?v=CVKH512uvSY
* 주 은혜임을(찬양 : 박상규)
주 나의 모습 보네 상한 나의 맘 보시네
주 나의 눈물 아네 홀로 울던 맘 아시네
주 사랑 내게 있네 그 사랑이 날 채우네
주 은혜 내게 있네 그 은혜로 날 세우네
세상소망 다 사라져가도 주의 사랑은 끝이 없으니
살아가는 이 모든 순간이 주 은혜임을 나는 믿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