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던가 봄보다 겨울이야말로 진정 사랑의 계절이라고 .
물론 난 아직 관심없기에 그다지 신경은안쓰지만..
요즘 겨울이라는것은 거리만 나가봐도 실감할 수있을정도로 시내엔 연인들이 둘씩
붙어다니는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기때문이다.
수다떨기 좋아하는 내 친구들은 누구 남친이 어떻다느니 커플들은 어떤다느니 입에
침이마르도록 말들을 하지만 난 우리집에 오면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요세 정말 베개들때문에 감기가 나을날이없다
한쪽이 스윽 일어나 일부러 창문을 열어놓지를않나 침대전기장판을 슬쩍 슬쩍 꺼놓지를
않나 하여튼 이때문에 항상 콜록거리고 나뿐아니라 다른놈들도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불은 자꾸 그러면 피크닉 안데려간다하고 필통은 욕하느라 정신없고 토끼는 오줌이
언다며 화를 내는데 그건아닌것 같다 .
그래도 굳건하게 오늘도 우리의 베개는 벌떡일어나 창문을 열어놓고 어슬렁거리다 한쪽이
춥다고하면 번개같이 달려가 달라붙고 장판슬쩍 꺼놓고 또 춥다하면 쏜살같이 날라가
열을내야 안춥다며 침대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는데 여념없다.
이걸보고 토끼는 오줌을싸며 다가오고 필통은 가까이서 침뱉다가 한대맞고
거울은 받아먹은게 있는지라 슥 불을 꺼준다
하도 껐다켰다를 반복한 보람이 있는지 드디어 장판이 고장나서 남들은 덜덜떨고있는데
저들은 종일 철썩붙어있는데 밤에는 잠안자고 둘이 뭐라고 웅얼거리는지들 알 수가없다
그런날은 으레 이상하게 아침에 벽장에서 발견되곤한다 .
토끼의 증언으로는 장판고장나 춥지않냐고 물으니 춥다며 오들오들떨자 열을내야한다며
그대로 조용히 일어나 벽장으로 데리고 들어갔다하는데 이걸 토끼가 1인2역으로
리얼하게 연기해 보이고있는데 뒤에서 험악한 표정의 베개가 지켜보고있다 ..
이들때문에 이불은 자꾸잘때 베베꼬아서 달라붙어오는데 기분잡치게하는데 일인자다
필통은 난 저런거 관심없다며 욕만퍼붙는데 밤에 벽장속을 훔쳐보는걸 봤다고 증언하는걸
똑똑히 들었다 시계는 요세 시도때도 없이 이를 닦는데 무언의 욕구를 향한 표출같다며
거울이 시를 쓰곤한다.
역시 착실한 달력만이 제시간에 나를 깨워주고 가끔 안경쓰고 수학공부도 하는중 성실하다
근데 필통벽장 훔쳐보는걸 증언한이가 달력이라는 얘기가 있다..
유독히도 추운날 모두가 와들와들 떨고있는데 베개들이 외출했다가 따끈따끈한 군밤 세봉지
를 사와서 모두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근데 문제는 이 군밤들도 말을한다
학원을 다녀와 오늘도 역시 곤충들과 뒹굴거리며 놀고있었는데 (난 요즘 이놈들을 곤충이라
부른다) 문득 궁금한게 떠올라서 물어보았다 .
고양이머리띠에 관해서다
처음 물어봤을땐 대답안해줬는데 이젠 시간도 꽤 흘렀고 사이도 가까워졌으니 이번엔
한번 기대를 해봤다 .
사실 이 고양이머리띠를 먼저 설명하자면 머리띠는 길거리 어딜가도 흔히 볼 수 있는
머리띠인데 고양이 머리띠이니 보통 고양이귀를 떠올리겠지만 고양이 머리부터 귀털
발끝 꼬리털까지 세세히 묘사되있는 일명 고양이 전체 다나온 머리띠이다 .
고양이도 그냥 플라스틱으로 성의없이 그려넣은게 아니라 상당히 실감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져서 언뜻보기엔 상당히 귀여운데 눈이 반달눈으로 웃고있어 약간기분나쁘다
아무래도 종까지 따지자면 터키쉬앙고라같고 (고양이중 가장 복실한종) 색은
베이지색인 베이지고양이다
이게 신기한점은 고양이 크기가 꽤 큼직해서 머리띠차면 무거울것같은데 막상 차보면
솜털같이 가볍다.
그게 고양이 바램이었거든.
필통이 킬킬대며 웃는다
지금으로부터 백오십년전 마찬가지로 이 지구상인 어딘가에 한 아이가 태었는데 그 아이는
타고난 장난끼를 가지고 약 17세가 될무렵엔 인간의 몸으로써 장난의 부신자리까지 올라
가는게 가능했지 후에 어른이 되어 신의자리도 노렸었는데 이에 신이 크게 노하여
지진을 일으키고 용암을 솟아내며 홍수를 불러들여 세상천지를 뒤집고 모든 생명체를
몰살시켜버린다며 분노를 표명했지
여기서 물러섰다면 좋았을텐데 아이는 무슨 장난의신이 저리 몰인정하고 파괴적이냐며
자신같으면 지진은 내가 화날때만 일으키고 홍수는 홍수감을 만들어먹는게 좋고 세상
천지를 뒤집어 포켓에 넣어 종종 구경하며 모든 생명체를 덤블링 퐁퐁태운다며 신에게
반박이자 장난으로써 감히 도전을했지 .
그후 신의 입에서 불을내뿜고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림은 자명했지
2110년 여느나라가 통째로 불바다가 되버린사건 기억하지? 역사시간에 배웠을거야
바로 그사건의 원인이 이머리띠야
우리는 예전 그시대 사람들이었고 부신이 살아생전에 한번씩 변신마법을 걸어놓았던
사람들만 우습게도 그 사건때 살아남아 같이 봉인됬으며 언젠가 누군가의 머리에 끼워지는
날에 우리의 봉인이 불리리라 예언되었었어.
놀랍게도 지금까지 말한 사람은 너구리였다
내방 물건들이 살아있는 시점에서 이제와서 머리띠가 실은 신이었다고해도 놀랄건 없지만
벌어진입은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
그렇다면 앞으로 평생 몇백년이 걸려도 봉인이 풀릴길은 없겠네
그건 예언되지못했고 오직 신만이 알테지만 여기서 한가지 기대해볼만한게
예언되지못했다는건 풀 방법도 못찾지만 영영 안풀린다는 보장도 없다는걸 의미하지 .
또한 부신의 봉인이 풀릴땐 우리와는 조금 다르게 인간의 형상이었을때 그대로 풀릴거고
아마 그 순간 우리의 봉인도 풀리게될꺼야 .
정말 엄청난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대로라면 이놈들과 함께 봉인을 푸는법을 찾아서 무지개타고 대서양을 건너게 되진
않을까 두려웠지만 가슴은 몹시 설레었고 그날밤은 밤세 이에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