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클 제914차 제7기 신곡 지옥편 제27곡 (34) 2022-09-03
지옥편 제27곡(Inferno Canto27)
모략가 구이도 다 몬테펠트로( 8옥, 8낭계속)
강사: 김태연선생
● <27곡의 개요>
1.새 불꽃 구이도가 버질에게 물은 것을, 단테로 대답하게 함(1-33)
2.단테가 로마냐 지방의 현 상황을 구이도에게 말해줌(34-54)
3.구이도의 자서전: 군인, 수도사, 여우짓, 교황의 하수인(55-129)
4.구이도의 불꽃이 떠나고, 두 시인은 제9낭으로 간다(130-136)
2. 줄거리
오딧세우스(율리시즈-라틴명,지26곡)의 영혼을 품은 불꽃이 자기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베르길리우스의 롬바르트 액센트를 엿들은 다른 불꽃이 앞으로 나아온다. 그는 두 시인을 멈추어 서게 하고, 로마냐 지역의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묻는다. 단테는 최근의 소식을 들려주고, 불꽃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불꽃에 감싸인 죄인의 망령은 질문자 버질이 지옥에 떨어진 혼으로 생각하고 자신과 자기의 죄를 털어놓는다. 그 불꽃속의 죄인의 이름은 구이도 다 몬테펠트로(1220-1298)로 27곡의 주인공이다. 전직은 무사이었고, 기벨린당의 수령을 지냈으며 모략가로 이름을 떨치던 인물이다. 교황 보니파시우스 8세의 부탁을 받고 콜로나가(家)를 쳐부수는 모략을 베푼다. 그는 수도사의 서약을 깨고 죄를 범했으므로 지옥(8옥 8낭)에 떨어졌다고 했다. 교황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었다.
3. 내용해설
1. 구이도의 질문에 단테가 응답함(1-33행)
① 불꽃 오딧세우스는 베르길리우스의 ‘가라 더 물을 것이 없다(27:20-21행)’는 말을 듣고 떠났다(1-3행).
② 단테는 오비드와 여러 작가의 글을 인용하여 7-12행을 썼다. 시칠리의 폭군 팔라리데를 위해 아덴의 조각가 페릴루스가 죄인들을 고문하기 위한 도구(청동제 황소모양)를 만들었다. 그 속에 죄인을 가두고 불을 지피면 황소의 울음소리와 같은 소리가 들리도록 설계하였다. 첫 번 희생자가 제작자인 페릴루스 자신이었다. 다른 역본(최민순)에는 암소로 되어있다. 자기가 만든 덫에 자신이 희생(犧牲)된 예는 구약 에스더서(6:4)와 사무엘하 아히도벨(삼하17:23)이 있다. 책략가인 구이도 보다 교황의 책략은 한수 위다. 교황은 여기서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아니고 마귀의 사주(使嗾)를 받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좋은 생각과 방책을 고안해도 마귀는 그 꼭대기에 앉아있다. 인간의 장점도 마귀가 이용하는 거점(據點)이다. 하만이 모르드개를 죽이려 만든 형틀에 자신이 매달려 죽었다. 또 다른 불꽃의 소리가 금속 황소의 그 것과 비슷했다(4-12행)
③ 13-18행의 복잡한 묘사는 전화할 때 먼저 말이 전파로 전송되고 상대편에서 말로 바꾸어지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④ 19-33행, 두 번째 불꽃이 롬바르디아 방언(베르길리우스의 고향)으로 말하는 것을 엿듣고(19-21행), 베르길리우스에게 말을 건넨다. 그는 시인들의 관심을 자기에게로 끌어들인 후, 베르길리우스도 방금 지옥에 떨어진 줄 알고(27행), 로마냐(이태리 동북부-라벤나,체세나)의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묻는다(28행). 이 불꽃은 자기의 출신지를 말해준다(30행). 길잡이는 단테에게 그대가 라틴내기(이태리인)이니 말을 걸어 보라고 한다(33행).
2. 로마냐 지방의 정치형세(34-54행)
① ‘폴렌타의 독수리가 그를 품어준 덕택에 (40-42행)’-1300년에 폴렌타가(家)의 수령 구이도 베키오와 프란체스카의 아버지는 라벤나와 주변지역을 다스렸다.
② ‘일찍이 오랜 시련을 치렀고(43-45행)’-불란서와 궬피당에 의해서 포위되었으나 포를리(Forli)시의 기벨린이 승리하였다. 1282년 5월에 포를리시의 주민(구이도 다 몬테펠트로의 지도하에)들은 포위를 뚫고 적들을 많이 죽였다. 그렇지만 1300년에 포를리는 오르텔라피 가(家)에 의하여 지배를 받았다. 이 집의 문장(紋章)은 녹색 사자였다.
③ ‘베루키오의 늙은 마스틴과 젊은 마스틴은(47행)’-베루키오는 말라테스타와 그의 아들의 성(城)이다. 늙은 맹견(마스틴)은 제5곡의 파올로와 장치오토의 아비이다. 몬타냐는 '리미니'시의 기벨린당의 당수였으나 말라테스타 부자의 간계에 빠져 옥사 당했다. 단테는 그들 부자의 잔인성을 보고 ‘개’라고 불렀다. 말라테스타(1295-1312)는 리미니의 군주였다.
④ ‘라모네와 산테르노의 고을들은(49-51행)’-이 둘은 강(江)의 이름이다. 마기나르도(로마냐의 기벨린당)가 이 지역을 다스렸고, 그의 문장(紋章)은 푸른 사자이었고, 정치적 불안정으로 유명했다. 사계절이 변하듯 그는 기벨린당에 있으면서 때로는 궬피당에 가담하여 싸웠다.
⑤ ‘고을(52행)’은 체세나이다. 이 도시는 군주의 지배를 받지 않아 자유로웠으나, 리미니의 영주 말라테스티노의 지배를 받았다. 이처럼 로마냐의 정치판은 복잡했다. 단테가 지옥여행을 하기 전의 로마냐에는 전쟁이 없었으나 군주들은 언제나 전쟁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했다.
3. 구이도의 자서전: 약속은 많이, 지킴은 적게(55-129행)
① 구이도는 단테가 지옥에 떨어진 망령인줄 착각하고 자신의 죄를 숨김없이 털어놓고, 자신이 누구였던가를 이야기해준다. 구이도 다 몬테펠트로는 기벨린당의 영수(領袖)였고 별명은 여우였다. 그는 1220년에 나서 1298년에 죽었다. 교회와 우여곡절 끝에 화해를 하고 추방당했다가 돌아왔다. 1296년에 프란시스 교단의 수도사가 되었고 2년 후에 죽었다. 보니파시우스 8세에게 정치적인 모략을 베푼 죄로 지옥에 떨어지게 되었다. 전직(정치,군인)을 바꾸어 수도사가 되어 속죄를 원했는데 교황에게 정적을 제거하는 묘안을 제시함으로 여기 오게 되었다(58-72행).
② 현세의 삶에서, ‘뼈와 살의 허울을 아직 내가 지니고 있는 동안’(73-74행), 75행의 구이도의 모략 "약속은 많게, 이행은 적게"는 유명한 구절이다. 마키야벨리의 <군주론>은 이 부분을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구이도의 삶은 사자라기보다는 여우(狡猾)의 짓이었다. 아히도벨이 압살롬의 책략가로 활약했으나 결국 자살했던 것처럼, 항해(人生航路)가 끝남으로 ‘돛 내리고 닻 감아야(79-81행) -
as it must come for every man, to lower the sails and gather in the lines(Mark Musa) -할 때가 온 것을 알고 바른 삶을 살려고 수도 서원까지 했는데(84행).....
③ ‘새로운 바리새(And then the prince of New Pharisees,85행)’-1297년에 셀레스틴 5세의 사직(辭職)을 무효라고 생각하는 콜로나가(家)와 보니파시우스 8세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 되었다. 바리새인은 종교적 위선자의 대명사로 여기에 쓰여 졌다. 교황(보니파시우스 8세)은 시리아의 한 읍(아크리,88행)을 치러 간 것도 아니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이슬람)땅의 장사꾼을 친 것도 아니다. 기독교인들을 치러갔다(88-90행). ‘새끼(93행)’-프란체스코 수사(修士)의 허리띠는 수사들의 청빈을 상징한다. 교황이 구이도를 찾아온 이야기(94-96행)며, 자신의 교만의 열병(학질,97행)을 고치고자 하였다. 교황은 콜로냐가(家)의 요새인 페네스트리노를 타도하는 묘책을 구했다(100-102행). 교황은 천국의 열쇠(마태16:19)를 가졌다고 구이도에게 말했다(104행). 구이도는 교황의 설득에 말려들어 마침내 지옥에 들어오게 된 자신의 죄는 ‘약속은 많이 해놓고, 지키지 않으면 된다’는 모략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109-111행). Mark Musa역엔 ‘약속(約束)은 많이 이행(履行)은 적게를’ ‘Ample promise with scant fulfillment(110행)’라 표현했다.
④ 교황은 콜로나가(家)에 완전한 사면을 약속해 놓고, 그들이 항복한 뒤 그들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구이도가 죽은 뒤 프란체스코와 마귀와의 싸움을 묘사하고 있다(112-117행). 마귀의 말에 주목하자. 교황은 죄를 범해도 미리 용서해 준다는 보증을 했다. 구이도는 제 덫에 걸려 교황을 믿은 것이다. 달리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사기꾼이 사기당하는 아이러니... 회개와 죄를 범하려는 생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모순이다. 모사를 꾸미면서 동시에 회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실 것이니, 죄를 짓고 회개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식은 자기기만이다. 교황도 인간인데, 인간이 어떻게 인간의 죄를 사면할 수 있는가? 하나님만이 죄를 사면하실 수 있는 것이다(112-129행).
4. 구이도가 떠남/두 시인은 제9낭으로(130-136)
두 시인은 9낭 위의 다리에 다다랐는데, 거기는 일체의 이간질한 죄인들이 죄값을 치르고 있었다. 로마냐의 정치판은 세상의, 바로 우리의 정치판과 다를 바가 없다. 책략가인 구이도보다 교황의 책략은 한 수 위다. 교황은 여기서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아니고 마귀의 사주(使嗾)를 받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좋은 생각과 방책을 고안해도 마귀는 그 꼭대기에 앉아있다. 인간의 장점도 마귀가 이용하는 거점(據點)이다. 오늘날도 종교계의 지도자들 중에도 책략(소위 교회정치, 총회장, 감독 선거...)으로 성공(?)을 추구하는 자들이 많다. 현실을 직시하자.
(2003.7.10 원고, 2006.5.9일, 2013.12.4일 수정) 2016.5.27 재수정 홍 응 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