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史記 29회》
☆세계 초유의 킹메이커 6☆
-28회에서 계속
새로 등극한 효문왕은 돌아가신 父王 소양왕 보다 어질고 원만한 성격이어서 이웃나라들에 대한 침략행위를 중단하고 평화체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편 자초는 태자로서 위엄을 갖추고 조희는 태자비로서 할일이 있었으며 아들 정(政)은 조나라에서 어미를 따라 핍박을 받으며 살다보니, 공부를 못하였으므로 가정교사를 채용하여 열심히 공부 하였습니다.
조희는 궁중 법도를 익히며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여불위의 소식이 궁금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현 남편인 자초에게 전 남편의 안부를 묻는 것도 거북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이렇게 까지 만들어준 것은 여불위였기 때문에 보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여불위가 태자궁에 나타났습니다.
마침 태자는 궁중 사무실로 출근하고 없었습니다.
조희는 너무 반가워 여불위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매달렸습니다.
여불위는 조희의 팔을 풀어 밀치며 "태자비 마마 절 부터 받으십시오"라며 큰절을 올렸습니다.
조희는 조나라에서 6년동안 핍박받던 일을 하소연하며 여불위의 넓은 가슴에 안겨 위로를 받고싶었으나 여불위는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태자궁에는 많은 눈들이 번득거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여불위인지라 태자비와 옛정에 매여 실수를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불위가 태자궁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태자 자초는 불이나게 뛰어왔습니다.
여불위를 만난 자초는 칠년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여불위를 얼싸안고 뛸듯이 반겼습니다.
"여공 덕분으로 내가 태자가 되었소. 행방이 궁금하여 찾아보았으나 못찾았는데 잘 오셨소. 이제 가지말고 여기 함양에 함께 삽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불위는 대답하지 않고 보자기를 풀어 황금 100금을 내놓으며 "이걸 긴히 쓰십시오."라고 하니, 자초는 "도로 넣어놓으시오. 내가 태자인데 무슨 금덩어리가 필요하겠소. 쓰고싶으면 궁중에 쌓여 있는 나라 돈을 쓰면 됩니다."라고 하니, 여불위는 "나라 돈을 사사로이 쓰면 말은 하지않지만 눈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것으로 남의 눈치 보지말고 쓰십시오."라며 다시 자초에게 되돌려주었습니다.
역시 여불위는 통이 컸습니다.
자초는 다시 여불위에게 함양에서 함께 살자고 권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불위는 "세상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물건이 무엇인지 아십니까?"라고 이상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에 자초는 "글쎄요?"라고 고개를 갸우뚱 하였습니다.
여불위는 "혹입니다. 소인이 아무런 직책도 없이 태자님의 주변에서 빈둥거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고운 눈으로 보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태자님의 체면도 깎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소인은 본업에 충실하려고 합니다."라며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조희는 그런 여불위를 보며 속으로 "역시 大人은 大人이로구나!"라며 감탄하였습니다.
조희는 "이제 가면 언제 또 오시나요?"라며 그윽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여불위는 애써 그 눈빛을 외면하며 "빠르면 2년, 아니면 3~4년 걸리겠지요."라며 하직 인사를 하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여불위가 떠나고 3개월 쯤 후에 갑자기 효문왕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였습니다.
왕위에 오른지 불과 1년 반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졸지에 태자 자초가 왕위를 계승하게 되고 조희는 왕비로 政은 태자가 되었습니다.
국법에 따라 태후(太后)가 된 화양부인은 궁중에서 이런저런 말이 생기기 전에 신속하게 태자 자초를 왕위에 올린다는 조서를 발표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왕족이나 신하들은 끽소리 못하고 태후의 하명을 따랐습니다.
효문왕의 장례를 치르는 사이에 조희가 자초에게 "이제는 여불위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태후(화양부인)께서도 여불위를 잘 아는 사이이니, 불러와서 자문을 받아야 될 것이오."라고 귓속 말로 속삭이니, 자초는 "아차! 이 왕업(王業)은 여공과 동업하기로 했지,"라며 사람을 보내 여불위를 찾아오도록 하였습니다.
조희는 함양 영업점에 있는 효리 영감에게 여불위를 모시고 오라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여불위는 효리영감으로부터 급히 상경하라는 자초의 하명을 받고도 장례식이 끝난 2개월 후에야 자초 앞에 나타났습니다.
자초는 태자가 아닌 왕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 내가 저사람을 왕으로 만들기 10년 세월이 흘렀구나,"라고 감탄하며 "감축드리옵니다."라며 축하 인사를 올리고 조희에게도 축하 인사를 올렸습니다.
-30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