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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일견 ‘미세먼지’라는 용어가 연상되면서, 혹시 환경 관련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삶을 무너뜨리는 일상의 편견과 차별’이라는 부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과 말에 대해서 탐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인종갈등이 심한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세공격이란 개념과 그 의미 그리고 구체적인 양상과 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 중심적인 내용은 모든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이해된다.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강하는 행동이나 언어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안겨주는 언어나 행동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혹시 강의실에서 내 언행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아마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앞으로라도 이러한 점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흔히 사회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불리한 조건에 처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당장의 불쾌감을 표출하기보다, 미래 혹은 지속적인 불이익을 염려하면서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집단 구성원들의 삶에 일상적인 편견, 편향, 차별이 끼치는 유해한 영향’을 면밀히 탐구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0년에 출간되었던 초판에서는 주로 ‘인종과 성별 그리고 성적지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그로부터 10년 후에 개정된 2판에서는 초판의 대상들에 덧붙여 ‘다양한 소외집단과 여러 환경에서 나타나는 미세공격의 표출 형태와 작동 방식, 영향에 관한 최근의 연구 결과와 학계에서 주목한 바를 분석’했다고 밝히고 있다. 초판에서는 주로 피해자의 관점에서 미세공격의 문제들에 주목했다면, 개정판에서는 ‘거시 수준의 지배 및 억압 체계가 미시 수준에서 가해자의 정신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까지 포함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논거를 이끌기 위해 해당 항목의 맨 앞부분에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미세공격의 양상이 이미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음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 혹은 다양한 기록과 견문을 통해서 제시된 ‘사례’들만으로도 미세공격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가장 먼저 ‘미세공격의 심리와 작동 원리’(1부)를 살피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처음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종차별’의 양상을 규정하기 위해 제안되었지만, 저자는 이 개념을 보다 확장시켜 ‘미세공격이란 의도의 유무와 관계없이 가해자가 상대방에게 위해를 야기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개인간 교류’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해자는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불쾌감이나 위협을 느낀다면 그러한 말이나 행동 모두는 미세공격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전체 4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먼저 1부에서는, 자칫 생소할 수도 있는 ‘미세공격’이라는 용어의 정의와 함께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다른 어떤 갈등보다 ‘인종갈등’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기에, 전체적인 흐름은 역시 인종갈등이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남성중심의 문화에서 여성이 겪었던 ‘성차별’이라는 주제 또한 그에 못지않은 비중을 가지고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장애인과 성적 소수자를 비롯하여 주류에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미세공격의 사례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미세공격은 산성비처럼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미세공격이 일으킨 심리적 딜레마와 작동 원리’를 구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2부에서는 ‘피해자과 가해자에게 미세공격이 끼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발생하고 있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미세공격 프로세스 모형’을 제시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스트레스의 양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미세공격의 가해자’들에 관한 문제들도 적시하면서, ‘미세공격 가해자는 왜 자신이 특권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미 주류에 편입되어 살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어 있기에, 사회적 약자의 처지는 자칫 ‘무능하고 게으르다’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쉽다. 따라서 가해자들에게 ‘미세공격’으로 야기된 피해자들의 고통과 경험을 분명히 고지하여, 최소한 자신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피해를 겪는 사람들이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 역시 ‘향후의 과제’로 공동체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주지시킬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3부는 ‘실천 : 조사연구, 교육, 상담’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미세공격에 대한 교육과 ‘상담 및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미세공격과 거대공격을 무장해제하기’라는 제목으로, 의도적이고 공공연하게 가해지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거대공격’의 폐해도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해결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 주변의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극복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각각의 개인은 사회에서 상대적인 위치를 가지기에, 때로는 강자의 입장에 서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상황에서는 약자의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지닌 기득권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구나 ‘미세공격’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풀어가는 첩경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이러한 고민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그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도 개인이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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