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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마음이 열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진은영의 시집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은 희미해진 9년 전 남쪽 바다에서 일어났던 ‘세월호’를 기억하고, 여전히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집 목차의 하나를 ‘한 아이에게’라는 제목을 붙이고, 세상에 없는 아이의 목소리를 담아 시로 아빠와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전하고 있다.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그날 이후’ 부분)
이미 들을 수 없는 자식의 목소리이지만,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서 대신 전하는 시를 통해 아마도 가족들은 아이의 진심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진실보다는 오로지 정치적 득실만 따지면서 가족들을 폄하하고 모욕하던 난폭한 자들의 행태를 목격했던 부모들에게는 자신들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시인의 목소리에서 얼마간의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무엇보다 이 시를 쓰기 위해 아이의 마음에 닿으려고 노력했던 시인의 절실함이 충분히 느껴지기도 했다.
어언 ‘세월호’로부터 9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그 책임 또한 명확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을 돌아보면,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에도 세상은 까마득하게 잊은 듯이 시간을 흘려보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인은 ‘아빠’의 목소리를 빌어 “잔실이 어서 세상으로 나오기를 /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온 심장처럼”(‘아빠’ 부분) 간절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과 상관없이 위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인은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붙인 별 / 그래 죽은 아이들 얼굴 / 우수수 떨어졌다 / 어머니의 심장에, 단 하나의 검은 섬에”(‘그러니까 시는’ 부분)와 같은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한 세상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통해서 남은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시집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멈추어야만 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시를 써야만 했던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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