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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가장 먼저 그 예로 적시하는 것이 바로 1986년에 일어났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라고 하겠다. 그 이전에는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발전 수단으로 여겨졌던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시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원자로의 출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폭발하여, 원자로가 녹으며 방사능 물질이 대거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아직 소련(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기 이전 소련 당국에서는 사고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대원과 운전병 등 대거 인원을 동원하였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노출되어 죽음에 이르기도 하였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로 인근 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에 그 영향이 미쳤으며,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체르노빌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각인되고 있다.
‘미래의 연대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당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투입되었던 사람들과 인근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원전 사고를 진압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장비도 갖추지 않고 거의 맨몸으로 사람들을 투입했다고 한다. ‘러시아 환경단체가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건 후 150만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후에도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와 경고를 애써 무시하고, 세계 각국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다시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로 인해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위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누군가는 ‘그래도 원전이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원전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재처리에 소요되는 시설과 경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따져야할 시점이라고 하겠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겪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저자는 그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은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원전의 위험성이 언제든지 인류에게 닥칠 수 있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라고 여겨진다. 사고 진압에 투입되었던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고통스럽게 토해내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접하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쉽게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비탄에 젖은 목소리를 통해서 자신과 가족들에게 닥쳤던 비극적인 사연을 밝히고, 또 다른 이는 비분강개하면서 당국의 처사와 세상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해서 토로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체념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신들과 다르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드러나 있기에, 읽으면서도 말하는 이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체르노빌 인근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체르노빌레츠(체르노빌 사람)’라 불리면서, 이주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이들의 절망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운명은 한 사람의 인생이고, 역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기에, ‘운명을 보존하면서 역사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기획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저 과거에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던 특정의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반성이 없이 질주하는 이들을 향해 이러한 사건은 미래에도 얼마든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고 이해된다.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원전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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