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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만을 보았을 때, 단순한 저자의 에세이집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유가의 경전으로 '사서' 가운데 하나인 <맹자>에 대한 독후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낌과 용기>라는 개념을 각각 <맹자>의 '양혜왕' 편의 제7장과 '공손추' 편의 제2장의 내용에서 취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들을 각각 '곡속(??)'장과 '호연지기(浩然之氣)'장이라고 명명하고, 이 두 개의 장을 원문과 함께 번역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맹자>의 '곡속'장은 전국시대 각국을 떠돌던 맹자가 제나라 선왕을 만나 대화를 하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종을 주조하기 전에 소의 피를 발라 '흔종'이라는 의식을 치뤘다고 한다. 때마침 흔종 의식에 희생으로 선택되어 끌려가기 싫어하던 소를 보고 제 선왕이 그것을 양으로 바꾸라고 했다. 당시 사람들은 제 선왕이 값비싼 소 대신 값이 싼 양으로 바꾼 것이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평가를 했지만, 맹자는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눈앞에 끌려가기 싫어하는 소를 불쌍히 여긴 제 선왕이 희생을 양으로 바꾼 것은 인정상 그럴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맹자는 다만 그러한 마음을 제나라 백성들에게도 베풀어준다면 제대로 된 왕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흔히 '사랑'이라고 풀이되는 '애(愛)라는 한자에서 '아낌'이라는 단어를 추출하였고, 이를 유가의 개념 가운데 하나인 '인(仁)'과 연결시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제자 공손추의 질문에 답하면서 '호연지기'의 내용을 설명하는 장에서 '용기'라는 개념을 끌어내, 그 의미와 본질에 대해서 저자의 관점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저자가 생각하는 의미를 덧붙여 놓음으로써, 자신이 왜 이들 내용에 착안하여 책을 썼는가를 밝히고 있다.
저자가 풀이한 내용들을 보면 이러한 내용이 책의 중심을 이루지만, <맹자>에 대한 오랜 동안의 공부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동안 적지 않게 <맹자>를 읽고 강독하면서, 그 내용을 어떻게 나의 문제로 연길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이 책의 내용은 고전을 읽고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모범적인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고전에 대한 단순한 번역이나 해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곰곰이 새겨 적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들어가기'에서 자신이 <아낌과 용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면서 <맹자>라는 책, 그리고 그 내용 일부를 선정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랑'으로 풀이되는 한자 애(愛)에는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 외에, '자기만 독차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인색하다'라는 풀이도 함께 지니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끼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남에게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인색하다'라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마음을 더욱 확충시켜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 수 있다면, ‘아낌’이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용기'는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스스로 당당하고 남들로부터 대단하다고 인정을 받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게는 이 두 개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바로 <맹자>의 '곡속'장과 '호연지기'장이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보았다. 본문의 첫 항목인 '아낌과 용기'라는 제목을 통해서, <맹자>의 해당 장의 원문과 번역을 함께 제시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해설을 덧붙였다. '맹자의 인과 의'라는 두 번째 항목에서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개의 소 항목을 설정하여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맹자>를 비롯한 동양의 고전들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것을 이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맹자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소개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낌의 이치와 일의 마땅함'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저자가 설정한 소 항목들에서는 차례로 주제인 <아낌과 용기>라는 개념에 대해서, <맹자>를 중심으로 <논어>와 <대학> 등 다양한 관련 고전들을 인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들 소 항목들의 제목만을 보면 '이익과 욕심의 발동', '마음을 잡고 본성을 기른다'. '확충과 여민동락' 등으로, 여기까지가 <맹자>에 대한 이해와 저자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전반부가 <맹자>라는 책에서 두 개의 장을 취해 그 번역문과 함께 맹자 사상의 특징을 검토하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추출한 <아낌과 용기>라는 주제가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풀어내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큰 항목 아래 여러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해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생명의 터전인 몸과 그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활동의 의미를 점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그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유가 사상의 핵심적 개념인 '기(氣)'의 의미를 천착하여, '기란 무엇인가'라는 큰 항목으로 서술한다. 특히 이 항목에서 한의사인 저자의 전문지식을 다양하게 접목시켜 설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이 책의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는 '아낌, 용기 그리고 선'이라는 항목을 통해, <맹자>의 내용으로부터 추출한 개념들을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 항목인 '나오기'에서는 '꽃과 소'라는 소재를 통해,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표햐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책의 표지 다음에도 '이 책을 어머니께 드립니다.'라는 헌사를 작성했는데, 저자는 '꽃을 바라보고 소의 심정을 느끼며 드넓은 바다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것이란 다짐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맹자>라는 책에 개한 일종의 '독후기'라 할 수 있는데, 원문과 자신의 해석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한 적용의 예를 잘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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