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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5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가운데 3권이 출간되었고, 이 책은 ‘무신란과 반란의 시대’라는 부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무신집권 시기의 고려사를 다루고 있다. 한국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작품이나 자료의 한계로 인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려시대의 문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았다. 조선시대사의 경우 왕들의 시호 순서와 주요 정치적 사건, 그리고 문학사와 관련된 주요 작품들을 충분히 논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고려시대사의 경우 몇몇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이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고려시대사를 비교적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과거의 역사를 접하다 보면, 권력을 잡기 위한 갈등과 왕과 지배계급 사이의 극한적인 대립 등만을 주로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집권자들의 의도에 따라 기록된 관찬 사료를 토대로 하고 있기에 그렇다고 하겠는데, 이 책 역시 조선 초에 편찬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록은 고려가 아닌 조선 중심의 관점을 취하고 있어, 고려시대사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왕을 중심으로 한 지배계급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일반적으로 권력 쟁취를 위한 갈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고려는 기본적으로 지방 호족들의 연합으로 세워진 정권이기에, 초반의 역사는 호족들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과 중앙집권적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과정에 집중되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된 기반에서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자, 문신 귀족들의 권력욕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전횡이 전개되었다. 특히 문신 귀족들에게 무시를 당했던 무신들이 들고 있어나, 이른바 ‘무신란(1170)’이 촉발되면서 권력의 향배가 극적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이후 절대적인 권력을 장악한 무신들에 의해 왕권이 무력화되고, 격변기의 동아시아 형세에서 몽고의 침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몽고와의 상세한 관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출간될 4권에서 다뤄질 것이라 기대된다.
3권에서는 먼저 ‘무신란과 무신정권’(1장)의 등장을 다루고 있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날라리 의종과 조력자들’로 인해 무신들이 난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전개 과정이 소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신들과 지배계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던 승려들이 반발이 간헐적으로 일어나지만, 무신들이 장악한 당시의 상황에서 금방 진압되었다. 2장의 ‘이어지는 무신 권력자’라는 항목을 통해서 정중부와 경대승, 이의민을 거쳐 최충헌의 등장과 상호 권력 투쟁의 양상들이 다뤄지고 있다. 집권자들의 무능은 결국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되는데, 3장에서 ‘반란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망이와 망소이의 난’ 등 전국적으로 촉발되었던 민중들의 저항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느 시대나 무능한 정권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민중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충헌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그의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최씨 정권의 성립’을 마지막 항목에서 소개하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금나라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감소하였고, 요와 몽고 등이 각축을 벌이면서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한 세력의 각축에 따라 고려의 국경을 침범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이에 맞서 그들과 전쟁을 벌이는 일이 잦을 수박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강력한 힘으로 중국을 평정한 몽골과의 만남이 진행되면서, 이후 몽고의 침입으로 오랜 동안의 전쟁을 거쳐야만 했다. 이러한 내용은 앞으로 출간될 4권에서 소개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고려시대사를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으면서, 이제는 당시의 역사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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