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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우리의 일상도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일상에서 전통의 모습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얼마쯤의 시간이 지나면 전통은 박물관에서나 찾아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상 우리가 전통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근대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적지 않으며, 그것이 오랜 시간동안 전해지면서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예컨대 외국 사람들이 한국의 음식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올리는 비빔밥과 불고기는 20세기 들어 외식문화가 만들어낸 품목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이른바 K-컬처라고 부르는 것들도 대체로 근대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대학의 수업 교재로 기획된 듯한 이 책은 우리의 <전통사회와 생활문화>에 대해서 분야별로 정리하고 있는데, 근대 이후와의 비교를 위해 대부분의 자료들이 조선 후기 사회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밝히고 있다. ‘생활문화에 대한 자료와 기록이 조선 후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요인과 함께, 그로부터 근대 이후의 문화와 대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는 익숙했던 문화의 양상들이 점점 낯선 것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목차는 전체 5부로 나뉘고, 그것들이 각각 3개의 항목으로 구분되어 모두 15개 분야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각 항목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정리하고, 그 의미와 변화의 양상까지도 포괄하여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생활’을 다룬 1부에서는 ‘농경생활’과 ‘어업과 어민생활’ 그리고 ‘장시생활’ 등으로 그 내용이 세분화되어 있다. 과거에는 농업이 전통사회의 주된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사람들의 교역이 이뤄지던 ‘장시’도 지금도 5일장과 상설시장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많은 이들은 시장보다 오히려 대형마트에서 장보기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부의 ‘의식주생활’에서는, ‘의생활’과 ‘전통사회의 음식’ 그리고 ‘주생활’등의 하위 항목들이 소개되고 있다. ‘공동체생활’이라는 제목의 3부에서는 ‘마을과 계’와 ‘민장 속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교육과 과거’ 등의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특히 ‘민장’이라는 것은 일종의 고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처리과정을 관에서 간략하게 정리한 ‘민장치부책’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이 어떠한 문제로 다투고 갈등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4부에서는 ‘계층별 생활’이라는 항목으로, ‘관료와 양반의 삶’과 ‘여성의 혼인.사랑.일’ 그리고 최하 계층이었던 ‘노비’의 존재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다.
마지막 5부의 ‘의례생활’에서는 ‘출산과 혼인’을 비롯하여 ‘상장례와 제례’ 그리고 ‘마을제와 가정신앙’ 등으로 구분하여, 그 세세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학 강의의 교재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근대 이후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하나씩 사라져가는 전통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나마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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