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 소녀와 매화의 미소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의 어느 거리, 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사람들은 당황하며 모두 건물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한 남자가 거리 한가운데서 마치 달팽이처럼 몸을 쪼그린 채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우산도 없이 동냥 그릇을 끌고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기어가다시피 하는 그는 지체장애 걸인 할아버지였습니다.
거리에서 구걸을 하다가 비가 쏟아지자 당혹스러워하는 그 할아버지를 사람들은 그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사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그에게 다가가 우산을 받쳐준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바라보기만 하며 고작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하고 있었겠죠.
그런데 그때 한 소녀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제 몸 젖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할아버지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까지 묵묵히 우산을 받쳐주었습니다. 그 소녀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누군가 그 아름다운 광경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사진의 제목을 <매화의 미소>라고 했습니다.
중국어로 ‘무이파’는 ‘매화’라고 합니다. 태풍 속에서 피어난 그 우산 소녀의 마음이 매화꽃을 닮아서일까요? 우리는 갈수록 웃음을 잃고 살아갑니다. 모두 화가 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타인을 바라보곤 합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연민마저 상실한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매화의 미소’가 아닌가 합니다.
갖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모습이 주님이 폭우가 쏟아지는 거리 한가운데 걸인으로 오신다면 누가 그분께 우산을 씌워드릴 수 있을까요? 우산으로 내 몸 하나 가리기도 힘들다며 짜증내는 우리 가운데 누가 ‘우산 소녀’의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우산 소녀를 다룬 신문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연민은 영혼의 항독소이며 귀먹은 사람도 들을 수 있고 눈먼 사람도 볼 수 있는 언어라고 했다. 남에게 베풀었다고 해서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