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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지리산 둘레길 순례일지입니다.
2020.6.1 지리산 둘레길 순례 1일차
오늘 학교 운동장에 모두가 모여 마음을 모으고 인사도 나눴다.
항상 윗 학년들이 떠나는 걸 배웅하기만 했는데 내가 배웅을 받게 되니 새롭고,긴장도 됐다.
터미널로 가는 중에 동천 다리 밑에서 점심을 먹었다.두 시간 정도 걸었는데도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도시락이 많게 느껴졌다.그리고 조금 더 걸어서 터미널에 도착했는데,터미널이 보이는 순간 참 보람찼고,
학교에서부터 터미널가지의 거리를 걸어서 도착했다는 게 놀라웠다.버스에서 서윤이와 놀다가 눈을 잠깐 감고 있었더니 어느새 구례에 도착해 있었다.버스에서 내려서 숙소를 향해 걷다가 정자에서 쉬었는데,옆에 300년 정도 된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었다.정말 커서 살아있는 물체가 이렇게가지 자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지금까지 많이 봤지만 이름을 모르던 나무라 이름을 알게 되어 개운하기도 했다.숙소에 거의 다 왔을 때쯤,출발하기 전 목요일,금요일에 소코봉을 올라가고 여수 방향으로 걸었던 예행연습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죽도록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숙소에 도착해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땀에 젖어 축축한 빨래를 빨고 나니 김치찌개가 완성돼서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조금 싱겁긴 했지만 한참 걷고 난 후여서 올해 먹은 김치찌개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맛있었다.
2020.6.2 지리산 둘레길 순례 2일차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누룽지를 먹고 아침열기를 하며 아몽이 '잠재의식의 힘' 이라는 책을 읽어 주셨다.
나는 그 책의 '좋은 것을 생각하라. 좋은 것이 따라온다. 나쁜 것을 생각하라. 나쁜 것이 따라온다.'
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생각이 직접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해도 생각으로 인해 달라지는 나의 말투와 태도로 인해 결과가 바뀌고,이것은 결국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 좋고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나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꽤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오늘도 같은 숙소에 묵어서 짐을 거의 다 두고 걸었더니 한결 편했다.점싱을 먹기 얼마 전에 몸이 아파 같이 출발하지 못했던 오늘이가 합류했다.하루 없었던 것 뿐인데 3일은 오늘이가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조금 더 가서 도착한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3시 반정도에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힘이 났다.걸어가던 중에 조금 큰 개가 풀려 있어서 앞을 지나갈 때 긴장되고 무서웠다.별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숙소에 들어와서 씻고 오늘 저녁인 카레라이스를 준비했다.주인 아저씨가 감사하게도 계란을 주셔서 계란도 구워 먹었다.한참을 걸었으니 당연하겠지만,평소에는 그럭저럭이었던 카레라이스가 오늘은 너무 맛있게 느껴졌다.
2020.6.3 지리산 둘레길 순례 3일차
오늘은 어제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는데 아침 당번이라서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못하고 부엌으로 가야 해서 조금 짜증났다.그래도 다행히 준비가 일찍 돼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할 시간이 충분했다.오늘은 오르막길이라고 해서 긴장이 되고,걱정도 됐다.그래도 날이 흐리고 바람도 불어서,괜찮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오늘은 그 전날들과는 다르게 포장된 길이 아닌 산길이라서 기운이 채워지는 것 같아 좋았다.중간에 죽순들이 솟아나 있는 대나무 터널이 있었는데,정말 동양풍 판타지 영화 같았다.오르막길을 올라서 그런지 날씨가 흐렸는데도 물을 볼 때마다 들어가고 싶도록 더웠다.점심을 먹고 나니 해가 뜨기 시작해서 마음속으로 '구름이 다시 해를 가렸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하지만 아쉽게도 해가 뜨면서 하늘이 파래져 버렸다.걸어가다가 아몽이 가파른 길을 가리키셔서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고,그 기분은 조금 후에 나온 해가 비치는 오르막길 때문에 화나고,짜증나고,울고 싶은 기분으로 바뀌었다.그때의 기분은 소코봉에서 한 예행연습 때와 비슷했고, 둘레길의 길이 때문에 정말 오래갔다.그래서 쉬기만을 기다리며 힘들게 오르막을 올라갔다.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이 길을 다 걷고 나면 살도 빠져 있을 거고,내일부터는 훨씬 힘들지 않을 거야.'같은 생각으로 자기암시를 하며 걸었다.그랬더니 한결 걷기 편했다.물집이 잡힌 곳에 붙인 밴드가 떨어져서 아팠지만,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걸었더니 어느새 쉴 만한 작은 계곡이 나왔다.그 순간 날듯이 행복했고.계곡 물을 마셔 본 후에는 '천국은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계곡에서 쉬기도 했고,내리막길도 나와서 훨씬 편했다.도로가 보였을 땐 내가 얼마만큼의 거리를 걸었다는 것이 아니라,그냥 내가 여기 있다는 게 놀라웠다.그리고 숙소에 들어와서 먹은 불고기가 너무 맛있어서,정말 행복했다.
2020.6.4 지리산 둘레길 순례 4일차
오늘의 아침은 미역누룽지였다.아몽이 어제 남은 과자를 누룽지에 뿌려 드시며 맛있다고 하시길래 속는 셈 치고 따라해 봤더니 보기에만 이상하고 맛은 있었다.어제처럼 흐리길 바랬는데 아침부터 해가 환하게 떴다.평소라면 '날씨 좋다~.'며 반겼을 햇살이 오늘은 썩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길의 난이도는 어제와 비슷하지만.길이가 더 짧다고 해서 다행이었다.가는 길에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삶은 달걀을 주셨다.오늘은 훨씬 걷기 편하고 다리도 가벼웠다.어제 힘든 길을 걸은 덕도 있는 것 같다.걷다 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보였다.옆에 냇가가 있어서 아몽에게 마셔도 되는 물이냐고 물어봤더니 마셔도 된다고 하셨다.그래서 점심을 먹고 냇가에 가서 물을 받았다.시간이 남아서 발만 담구려고 했는데 너무 들어가고 싶어서 결국 들어갔다 나왔다.화개장터에서 아몽이 사고 싶은 걸 사라고 돈을 주셔서 친구들과 음료를 사 마시며 놀았다.우리가 3일동안 묵을 숙소에 도착해 친구들과 편한 자세로 라면을 먹으니 집 같은 느낌이 났다.
2020.6.5 지리산 둘레길 순례 5일차
오늘은 하루 쉬어가는 날이어서 여유롭게 10시 정도에 아침을 먹고 오후까지 일지를 다듬고 시를 쓰며 자유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에 한참 더울 때 숙소 옆 계곡으로 물놀이를 하러 갔다.물이 차갑지 않고 시원해서 놀기 딱 좋았다.바위 높이가 너무 들쭉날쭉해서 몇 번 부딪쳤지만 그래도 상쾌하고 좋았다.놀다가 지영이가 깊은 물에 빠지는 게 보여서 건져주려고 지영이 옆으로 갔는데 너무 심하게 발버둥쳐서 나도 같이 가라앉았다.오랜만에 익사할 것 같아사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사히 깊은 데서 빠져나오고 좀 더 놀다가 숙소로 가서 점심 겸 저녁으로 치킨을 먹고 베게싸움을 했다.준성이이한테 베게로 맞은 머리가 너무 아팠다.오늘이 벌써 순례 5일짼데,절반이나 왔다는 생각과 절반이나 남았다는 생각이 같이 든다.
2020.6.6 지리산 둘레길 순례 6일차
오늘은 외식을 한다고 해서 물병과 우비만 챙겨 한 모둠당 한 가방에 모아 넣고 바꿔 들며 걸었다.가방 없이 걸으니 훨씬 편했다.쌍계사까지 걸어가 조금 쉰 후 불일폭포로 올라갔다.올라가는 길도 별로 힘들지 않았고 내가 가방을 들 차례도 아니어서 더운 것 빼곤 좋았다.불일폭포 근체에서부터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다.폭포에 도착하자 먼저 간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폭포가 참 높고 커서 신기하고 예뻤다.내려가서 점심을 먹고 오늘도 물놀이를 하러 갔는데 현우오빠가 너무 추워해서 한시간도 못 놀고 나왔다.방에 들어와서 저녁인 만둣국 준비를 했는데 만둣국은 처음 끓여보는 거라 좀 버벅댔다.그래도 맛은 있었다.저녁을 먹고 한시간동안 TV를 봤다.오늘은 딱히 힘든 길이 없어서 좋았다.
2020.6.7 지리산 둘레길 순례 7일차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라 풀어놓은 짐을 모두 챙기고 마지막으로 립밤을 챙기려는데 립밤이 보이지 않아서 아침을 먹을 때 두고 왔나 싶어 남자 방에서 찾아봐도 없었다.나는 입술이 건조해서 립밤을 바르지 않으면 따갑기 때문에 그때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시간은 없고, 립밤은 보이지 않아서 정말 패닉이었다.혹시나 해서 가방도 뒤져 봤는데 없었다.그래서 포기하고 마음이 불편한 채로 밖으로 나왔는데 놀랍게도 립밤이 보였다.누가 가져다 줬냐고 물어보니까 준성이가 남자 방에 두고 온 걸 보고 가져다 줬다고 했다.정말 준성이한테 너무 고맙고 그걸 찾느라 난리를 피운 게 생각나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어졌다.출발해서 도로와 강을 따라 쭉 걷다가 캠핑장에서 쉬었는데 다들 우리를 신기하게 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다시 걷다가 와온공원 주차장같이 생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쉬다가 출발했다.정말 그늘과 바람과 하나가 되고 싶을 만큼 더웠다.터미널로 가던 중에 슈퍼에서 음료수를 마셨다.너무 더워서 평소의 몇 배는 달고 시원하게 느껴졌다.시내로 들어가 동네 길을 걸어 터미널로 가려고 했는데 터미널 위치가 바뀌어서 좀 늦어졌다.20km는 넘게 걷다가 의자에 앉으니 참 편했다.터미널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TV도 보며 시간을 때우다가 구례로 돌아가는 버스에 탔다.버스에 앉아 우리가 며칠동안 고생하며 걸어온 길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것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마치 시간역행을 하는 듯 했다.구례에 도착해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아몽을 따라 장을 보고 숙소에 들어와 씻고 하루를 마무리한 후에 두더지와 해천이 내일 가는 길을 같이 걸으러 찾아오셨다.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2020.6.8 지리산 둘레길 순례 8일차
오늘운 순례에서 인연이 닿은 제하네 가족에서 제하와 인하가 우리와 함께 걸으러 왔다.화엄사에 갔는데 졸업한 목영이 오빠네 아버지가 화엄사 스님들과 아는 사이셔서 스님이 일주문에서부터 우리를 안내해 주시고 차도 주셨다.발효시킨 녹차였는데,완전 맛있었다.스님이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도 된다고 하셔서 다들 스님께 질문을 드리며 차를 마시다가 점심을 먹으러 공양간으로 내려갔는데 가는 길에 있던 계곡 물이 참 맑았다.그걸 보고 구례는 어디든 대체로 물이 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점심을 먹고 숙소로 내려가 쉬다가 씻고 아몽이 끓여 주신 짜파게티를 먹었다.설거지를 하고 놀고 있으니 민들레와 어진 언니가 치킨을 사왔다.민들레를 보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치킨을 먹고 그릇과 분리수거 할 통들을 씻고 나왔더니 민들레와 어진 언니가 이미 가 버려서 인사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2020.6.9 지리산 둘레길 순례 9일차
오늘은 일지를 참고해 발표글을 쓰기 위해 하루 쉬어가는 날이었다.몸은 쉬지만 정신이 쉬지 못해서 쉬는 날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아침으로 어묵국을 끓였는데 어묵국을 처음 끓이는 거라서 괜찮을 지 걱정됐다.그래도 다행히 맛있었다.
아침을 먹고 발표글을 쓰려는데 영 방향을 못 잡겠어서 여러번 썼다 지우다보니 제하네 집에 갈 때까지 반도 쓰지 못했다.
제하네까지 숙소 주인분이 차로 태워다 주셔서 편하게 왔다.제하네에 아무도 없어서 일단 먼저 들어가 짐을 풀고 발표글을 마저 쓰기 시작했다.쓰다 보니까 그냥 일지 요약본인 것 같아서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제하 형제들이 오고 같이 저녁을 먹은 후에 마당에 말려 놓은 밀을 담는 걸 도왔다.제하 아버지가 오셔서 우리밀에 대한 애기도 해주셨다.그리고 몇몇 사람들을 뺀 나머지 친구들과 제하 형제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뚝방길로 일몰을 보러 갔다.하늘 색이 예쁘고 고래 모양의 구름도 많고 저녁 공기가 시원해서 눈도 즐겁고 기분도 상쾌한 저녁이었다.
2020.6.10 지리산 둘레길 순례 10일차
아침에 일어나 드디어 집에 간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아침으로 아몽이 끓여 주신 미역누룽지를 먹고 제하 가족과 작별인사를 한 다음 구례 터미널로 출발했다.
원래 10시 20분 차를 탈 계획이었는데 10시 20분 차가 보이지 않아서 급하게 9시 40분 차를 타고 순천으로 갔다.
순천에 도착해 아랫장에서 점심으로 국밥을 먹고 학교까지 걸어갔다.분명 순례 첫날 학교에서부터 걸어올 땐 정말 힘든 길이었는데 친구들과 얘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소리샘이 베네베네 국밥집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오셔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학교로 다시 출발했다.성길에서부터 순천판 공사중이시던 분들이 우리를 환영해주셨다.마침 초등 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대라 운동장에서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첫댓글 애 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