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내가 성남에서 살게 된것이 40년 제2의 고향이다.살다보면 뜻대로 안되고 기분이 바닥으로 가라 앉은 날이있다. 그러면 친구한테 전화를 해서
둘이 간단하게 간식 거리와 물을 챙기고 어느때는
막걸리도 한병 챙겨서 남한 산성 올라가는 버스를
탄다.3~40대는 입구부터 걸어서 올라갔지만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다.주말은 절대 버스를 타면 안된다.십오분 내지 이십분이면 올라가는데 한시간 반을 꼼짝 않고 서있다.곳곳에서 남한산성을 찾아오는데 길이 2차선이라 그냥 꼼짝할 수 가없다.
여러번 길을 넓히자는 말도 있었지만 워낙 명산이라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병자호란때 인조임금님이 시십일동안 피신 하셨던곳이기도하다.이제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세계
유네스코에 등제 되었다고 한다.기쁠때나 마음이 울적할때도 올라가기만 하면 엄마 품속처럼 포근
하게 감싸 안아준다.버스에서 내리면 벌써 냄새가 틀리다.아름드리 몇백년된 소나무들이 줄비하고
어서 오라고 반기는듯 시원한 바람이 콧등의 땀을 씻겨준다.종점에서 내려 수호장대 쪽으로 걸으면
서울 전경이 한 눈에 보이고 가슴이 뻥 뚫어지는 것
같다.어마무시한 큰 소나무가 속삭인다.무엇이
그렇게 답답하였노 근심걱정 다~내려 놓으라고
그늘 밑에 앉아서 친구랑 둘이 막걸리 한 잔씩 마
시는 순간 이미 머리속은 피톤치드가 내뿜는 향
으로 기분이 업그레이드 된다.굽이굽이 산세가
아름답고 하다보니 성 안에 사찰도 꽤 많이 있다고
한다.언제든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는곳 계절따라
그 절경은 상상의 나래를 편다.봄이면 매화꽃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아무리 더워도 산속에 들어가 앉
으며 환기가 느껴진다.가을 단풍은 내장산 못지 않
게 절정을 이루고 겨울 설경은 오래된 노송들의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어 감탄감탄이 절로 나온다.여름 삼복더위에 아침 일찍 서둘러 깊은 산속에 가
앉아 있으면 더위는 간곳 없고 온갖 새들의 지지귀는 노래 소리와 명상에 젖어 눈을 감고 있으면 이곳이 천국인가싶다.지금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십여년 이상을
운동하는 동호 회원들이랑 새해 해돋이를 꼭 다녔
다.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부딪치고 넘어지고 아수라장이다.사람들은 다들 한마디씩한다 .남한산성이 주저 앉겠다고 그래도 눈 길을 헤치고 제일 꼭대기에서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소원을 빌고 컵라면에 반주 한 잔씩
그맛은 지금도 잊을 수 가없다.생각해보니 그때가
너무 좋았다.지금은 그렇게 많이들 안 다니는거 같다. 내가 안다니니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일까?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있는 남한산성이 옆에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이 산에 와서 이 기분에 젖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 행복을 모를것이다.명산을
옆에 두고 사는 성남 시민들은 축복을 받은 사람
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