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는 너에게
박금선
당당히 나가야 한다고 늘 부추겼어
앞으로만 걸어야 한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았어
하지만 살다보니
더 당당한 큰 개 만나면 꼬리가 저절로
가랑이 사이로 끼어들더라고
멈칫멈칫 뒷걸음질 치게 되던 걸
부끄러움은 나중의 일
큰 개가 사라지면 비로소 뒷걸음질이 다시 보여
그땐 스스로 타이르지
원래부터 옆으로만 걷는 게도 있잖아
자꾸 주눅 드는 너에게
앞을 향할 땐 보지 못한 작은 꽃들
나뭇가지 위에서 흘러내리는 노랫소리
일러주지 뒷걸음질 치는 건
앞을 딛기 위한 탄성의 과정이라고
너를 응원하는 바람이 사방으로 꽃잎을 흔들고 있잖아
뒷걸음칠 때마다
너의 뒤통수에 눈이 하나씩 생기는 중이야
아무도 가지지 않은 눈
앞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
한 발 뒤로 물러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박금선 시인의 시, 「뒷걸음치는 너에게」를 읽습니다. 문학이 인간 삶의 반영이라면 삶을 통해 느끼는 회의와 반성과 깨달음 등은 당연히 시의 중심 대상이어야 할 것입니다. 시, 「뒷걸음치는 너에게」시적화자인 ‘나’가 ‘너’에게 삶의 길을 깨우쳐 주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시적화자는 앞으로 ‘당당히 나가야 한다’고 부추기며 그것이 정도임을 너에게 다그쳤습니다. 그렇지만 살다보니 “더 당당한 큰 개 만나면 꼬리가 저절로/가랑이 사이로 끼어들”고 “멈칫멈칫 뒷걸음질 치게 되던” 경험을 했으면서도 말입니다.
여기서 ‘나’를 포함한 현대인을 ‘개’ 에 비유했네요. 개는 자신의 먹이를 위해서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순종합니다. 이러한 개의 성격에서 현대인의 단면을 비유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면서 시인은 인간이 개처럼 사는 것의 “부끄러움은 나중의 일”이지만이라고 하여 인간과 개의 다름을 ‘나중의 일’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에서 찾고 있습니다. 또한 “큰 개가 사라지면 비로소 뒷걸음질이 다시 보여”라고 하여 뒷걸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깨달음을 들려줍니다. 즉 ‘뒷걸음질’이 마냥 비겁하거나 퇴보가 아니라 “앞을 향할 땐 보지 못한 작은 꽃들”을 볼 수 있고 “나뭇가지 위에서 흘러내리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신의 깨달음을 뒷걸질치며 ‘자꾸 주눅 드는 너에게’ 일러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뒷걸음치는 것은 “앞을 딛기 위한 탄성의 과정”이라고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뒷걸음칠 때마다/너의 뒤통수에 눈이 하나씩 생”긴다고 말하여 삶의 원리와 세상을 보는 안목과 가치관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 시대의 주류가 되어 도도히 흘러가는 보편적이고 통속적 가치관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가치관입니다. 그 눈으로는 “앞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 한 발 뒤로 물러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일러 주고 있습니다. 박금선의 시,「뒷걸음치는 너에게」는 제목에서는 명시적으로 ‘너에게’라고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시적화자인 ‘나’ 와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일깨움입니다.
이 시의 ‘뒷걸음’은 결코 ‘비겁’, ‘비굴’이 아니라 오히려 ‘양보’와 ‘여유’에 가까운 의미로 읽힙니다.
첫댓글 뒷걸음질의 의미와 여유
잘 배웁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