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두나무, 오미자 가지치기
밤새 눈이 왔어ㆍ
30분 떨어진 백운까지 가기가 망설여졌지ㆍ
그곳은 이곳보다 추우니까 좀 더 늦게 가지치기 해도
괜찮을 거야ㆍ
꼼지락거렸지ㆍ
창문을 열고 바람의 맛을 보고 기온을 체크했지ㆍ
햇살이 안녕 하더라ㆍ
게으름을 박차고 넓은 산밭으로 달려갔지ㆍ
농장은 눈이 많이 쌓여 있었어ㆍ
작년 가을 배추를 수확한 이후 처음이었으니 3개월만이었어
비닐하우스 안에 조심조심 들어갔어
고라니나 멧돼지가 따슨 곳을 찾아 쉬고 있을지 몰라서 말야ㆍ
음악을 크게 틀고 주인이 왔음을 알렸어ㆍ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었어ㆍ
쉿!
쥔장도 없는데 누가 함부로 들어왔겠니?
관리기ㆍ연장들. 작업복. 비료.ㆍㆍ
모든 것들이 그대로였어ㆍ
역시 예의 있는 자연이었어ㆍ
멧돼지가 벌레를 잡아먹느라 이곳저곳을 쑤셔 놓은 것 빼고는 그대로였지ㆍ
커피 한 잔을 들고 밭을 둘러봤어.
맑은 바람이 휘리리 온밭을 돌다가 산위의 밤나무 가지로 올라가더라ㆍ
자두나무
모과
호두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그리고
오미자 터널ㆍㆍㆍ그대로였어
그 자리에 그대로였어ㆍ
더 굵어진 다래덩굴이 밤나무 끝까지 휘감아 올라가고 있었어ㆍ
익숙한 풍경이 아늑하더라ㆍ
오미자 가지치기를 시작했어ㆍ
올해는 색다르게 두 줄은 모조리 베어버리기로 했어ㆍ
한 해는 열매를 맺지않고 쉬도록 말야ㆍ
한 줄 씩 맡아 했는데, 점심까지 겨우 마칠 수 있었어ㆍ
이후 반나절은 자두나무 세 그루 가지치기를 했어ㆍ
10년 된 나무는 이제는 거목이 되었어ㆍ
나무에 올라 가느드란 가지를 잘랐어.
굵은 가지는 그이가 톱으로 베어냈지
가지치기는 햇살이 잘 받도록 필요 없는 것들은 자르고 지나치게 높은 우둠지도 제거했어ㆍ
전지가위를 수없이 움직였더니, 엄지와 검지 사이에 살갗이 뻘개졌지
손목도 아프고 목도 아팠어ㆍ
하늘 보고 자르니까 그럴 수 밖에ㆍ
여기저기 나온 가지를 정리하니 하늘이 더 많이 보이더라ㆍ
생명의 환희는 정말 대단해ㆍ무수하게 자란 가지가 참 많거든ㆍ
감나무. 사과나무도 체리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해가 기울어 돌아왔어ㆍ
다음 주에 또 하면 되지 뭐ㆍ
일주일 동안 가지가 쑥쑥 자라서 일이 더 많을테지만 말야ㆍ
돌아오는 길에 그곳의 이장님을 만났지ㆍ
사과과수원을 하시는데
'올해의 기후도 만만치 않을 거 같다' 고 걱정하시더라ㆍ
농사를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정말
걱정이지ㆍ농사는 7할이 하늘을 보고 하는 일이니ㆍ
모처럼 밭에 가서 웬종일 일했어
온몸이 쑤시지만 마음은 태양이었어
보람찬 하루였어ㆍ
2824.3.3
아침에 눈이 내렸다
오늘 작업 ㅡ 오미자 두 골
자두나무 세 그루
첫댓글 점심으로 먹은 해물라면은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