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 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네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젠 무섭지 않다만
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 미더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
가난한 이야기에 고이 잠궈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리 천리 또 천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두 외로워서 슬퍼서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리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취한 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 없이 새기는 보조개
가시내야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 줄께
손때 수줍은 분홍 댕기 휘 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
3.* 갈래 : 자유시, 서정시
내용파악:1-2연 : 어디서 금방이라도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아 이웃도 못미더운 북간도 술막에서, 다리를 얼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가 전라도 가시내와 만났다.
3-4연 : 눈보라를 뚫고 힘들게 찾아왔다만 너의 가슴 속에 든, 가난의 이야기 그 그늘에 비하면 나의 말은 방자할 뿐이다. 나는 술에 젖어 네 그 이야기게 잠길 뿐이다. 네가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달전이면
계절은 가을이라 천리가 단풍으로 불탔을 것인데, 그것도 보지않고 슬픔 때문에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몇날 며칠을 울었더냐.
5연 : 싸늘한 웃음의 보조개가 예쁜,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가시내야, 두어마디 전라도 사투리로 봄노래를 불러줄테니 잠깐 꿈 속에서라도 너의 고향으로 돌아가거라.
6연 : 이윽고 얼음길이 밝아오면 나는 또 눈보라 휘감아치는 벌판으로 우줄우줄 나설게다. 노래도 자욱도 없이 사라질게다.
* 구성
1연 : 눈이 푸르고 거무스레한 여인
2연 : 간도의 상황 (흉흉한 분위기와 차가운 날씨)
3연 : 여인의 그늘진 삶 이야기
4연 : 두만강을 건너기 석달 전 고향의 모습
5연 : 조선 사람을 만나 고향으로 가봄
6연 : 비참한 우리 민족의 운명
* 표현 : 북간도 유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북간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