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과 세 친구를 세워주시다
다니엘은 하느님의 감동으로 네부카드네자르의 꿈을 풀이했습니다. 꿈에 담긴 메시지는 네부카드네자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엄청난 내용이었습니다. 바빌론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며 그 뒤에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제국을 비롯한 수많은 강대국들이 일어났다가 망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제국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도저히 인간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하늘의 비밀이었습니다.
다니엘이 꿈을 풀이해 주었지만 임금을 비롯한 바빌론 궁중의 관리들은 다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100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이것이 하느님의 분명한 계시인 것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니엘을 통해서 흘러나온 하느님의 위엄과 영광과 지혜에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가슴이 떨리고 간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두려움이 온몸을 엄습했을 것입니다.
그러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엎드려 다니엘에게 절하고 나서, 예물과 분향을 그에게 올리라고 분부하였다.(2,46)
그래서 임금은 당장 그 자리에 엎드렸습니다. 이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이제껏 수많은 사람들의 무릎을 꿇렸지, 결코 자기 자신이 누구한테 무릎 꿇어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18살밖에 안 된 유다 출신의 유배자인 다니엘 앞에 엎드려 절했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바빌론의 대신들이 충격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다니엘에게 항복한 것이 아니라 다니엘의 하느님 앞에 완전히 항복한 것입니다. 다니엘은 아무 배경도 없었지만 그가 온전히 하느님을 섬겼기 때문에 제국의 최고 권력자의 절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을 높이는 자를 높이실 것입니다.(잠언 4,8 참조)
임금은 다니엘에게 ‘예물과 분향’을 올렸습니다. 이것은 정복당한 임금이 정복한 임금에게 드리는 의식입니다. 계속해서 임금이 다니엘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임금은 다니엘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그대들의 하느님이야말로 신들의 신이시고 임금들의 주군이시며 신비를 드러내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그대가 이 신비를 드러낼 수 있었다.”(2,47)
네부카드네자르는 하느님을 ‘신들의 신’, 즉 신들 중의 최고라고 말하며 하느님의 능력의 위대함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만이 유일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들의 신’이라는 말은 듣기엔 좋게 느껴지지만 실은 바빌론에 있는 여러 신들 중에 하나임을 의미합니다. 임금은 하느님의 능력을 인정한 것뿐, 아직 하느님을 구세주로 믿은 것이 아닙니다. 이는 훗날 그가 자신을 숭배하는 우상 신상을 만들었을 때 다시금 확인됩니다.
임금은 다니엘에게 약속한 대로 큰 보상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임금은 다니엘의 지위를 높이고 큰 선물을 많이 주었으며, 그를 바빌론 지방 전체를 다스리는 통치자이며 바빌론의 모든 현인을 거느리는 총감독관으로 삼았다.(2,48)
다니엘은 순식간에 부자가 되었습니다. 임금이 ‘큰 선물’을 많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절대 권력자인 임금의 선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스케일이 컸습니다. 큰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리는 선물은 기본적으로 몇 만 평은 되는 넓은 영지(領地)와 화려한 주택, 수많은 보석과 말과 하인을 포함하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아마도 다니엘은 그 즉시 바빌론 최고의 부자 중 하나가 됐을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임금은 다니엘의 신분도 높여주었습니다. 18살의 나이에 다니엘은 바빌론에 있는 ‘모든 현인을 다스리는 총감독관’이 되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총장이나 영국의 왕립 아카데미 원장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임금의 꿈 풀이 사건으로 바빌론의 원로 현인들이 처형을 당해 그로 인한 빈자리가 많았을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다니엘로 인해 죽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복종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폭풍으로 인해 다니엘은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에게는 막강한 권력도 주어졌습니다. 임금은 그를 세워 ‘바빌론 지방 전체를 다스리는 통치자’가 되게 했습니다. 즉, 임금의 바로 밑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재상이 되었습니다. 바빌론은 유럽과 아시아 중동을 어우르는 대제국이 되었습니다. 겨우 18살인 청년이 하루아침에 세계 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위에 올라섰습니다. 절대 권력자인 임금이 다스리던 시대였고, 바빌론 궁중에 피바람이 불 정도로 워낙 중차대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위기들은 다니엘을 역사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누군가를 세우기로 작정하시면 나이가 어리고 배경이 없어도 반드시 세워주십니다. 그가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높이고, 하느님의 일을 하라고 세워주시는 것입니다.
다니엘은 임금에게 청하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 느고를 바빌론 지방의 일을 맡도록 임명하고, 자기는 대궐 문간에서 머물렀습니다.(2,49)
다니엘 자신으 도와 바빌론을 다스릴 장관으로 믿음의 세 친구를 세워줄 것을 요구했고, 임금에게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다니엘과 함께 목숨을 걸고 기도해 온 믿음의 친구들도 같이 출세한 것입니다.
다니엘은 믿음의 친구들이 각 지방의 장관으로 세워서 지방 일을 다스리게 했고, 자신은 궁궐에 있으면서 중앙 정부의 사령탑 역살을 했습니다. 바빌론은 워낙 영토가 넓어서 각 지역마다 담당 장관이 있었는데, 아마 그는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친구들을 배치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지혜와 깨끗한 인품으로 무장한 그들이 바빌론의 핵심 지역을 잘 다스리며 중앙에 있던 다니엘과 호흡을 맞춤으로써 다니엘은 더 탄탄한 국정 운영을 해 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나쁘게 생각하면 다니엘이 임금의 총애를 이용하여 인사 청탁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상적으로 말하는 학연이나 지연이 아닙니다. 그 자리를 감당할 만한 실력과 인품이 있는 믿음의 협력자들을 하느님께서 같이 축복하셔서 역사의 중심에 세우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다니엘을 외롭게 두지 않으시고, 좋은 믿음의 친구들을 같이 유배자로 끌려오게 하셔서 최고 권력의 자리까지 함께 가게 하신 것입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으니 자신들의 노고에 대하여 좋은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으켜 준다. 그러나 외톨이가 넘어지면 그에게는 불행! 그를 일으켜 줄 다른 사람이 없다. 또한 둘이 함께 누우면 따뜻해지지만 외톨이는 어떻게 따뜻해질 수 있으랴? 누가 하나를 공격하면 둘이서 그에게 맞설 수 있습니다. 세 겹으로 꼬인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코헬 4,9-12)
다니엘과 세 친구들은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었지만 하느님을 믿는 신앙으로는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거룩한 팀워크가 없었다면 다니엘은 살벌한 바빌론 궁궐에서 그토록 오래 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