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논산 신풍리 마애불 소요유를 잘 회향했습니다. 모처럼 도반들을 만나니 정이 각별했습니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풍상을 겪은 마애불을 보고 감촉하는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성품을 보면, 헛된 집착과 관념에서 벗어납니다. 감각이 섬세해지고, 타고난 본성의 소박한 작용을 점차 되찾게 됩니다. 여기에 기쁨이 일어납니다.
자성을 깊이 보면, 무엇보다 성품에 맡기는 도리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성에 내가 없는 도리가 분명해지면서, 삶과 죽음의 질서와 실상을 보게 됩니다.
우리의 수행은 천진 자성을 되찾는 수행입니다. 이 수행은 지성을 요구하는 지적 성찰입니다. 자기의 삶과 사고를 성찰하여 천진 자성의 본성을 되찾으니, 이 수행은 자기의 본성과 일치하는 삶을 살게 합니다.
우리의 수행은 신체 단련이나 관념적 부정(空)과 다릅니다. 수행을 통해 번뇌를 없애거나 무심한 경지를 얻는 것은 조사의 길이 아니요, 법등의 수행과 거리가 멉니다.
어제 말씀드렸지만, 수행의 기법을 연마하여 향상을 추구하거나, 공 사상을 따라 주관과 객관을 부정하는 사유에 머물면, 수행할수록 사람이 편벽되고, 사고와 판단이 시비와 득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여운선생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