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경기안산갑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구입 당시 대학생이었던 딸 명의로 11억원의 ‘사업 자금’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 ‘편법’이란 표현으로 해명하면서 “사기대출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과거 대법원이 비슷한 사례를 사기죄로 판결한 판례가 있었다.
양 후보는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의 아파트를 약 31억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자율이 높은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이후 대학생이었던 딸 명의로 대구 수성 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금’ 11억원을 빌려 대출금을 충당했다.
이와 관련 양 후보는 30일 소셜미디어에 “우리 가족이 받은 대출은 새마을금고에서 방법을 제안해 이뤄졌다”며 “당시 파격적인 대출 영업을 하던 새마을금고를 소개받았고, 그곳에 문의한 결과 딸 명의의 사업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편법인 줄 알면서도 업계의 관행이라는 말에 경계심을 무너뜨렸다”면서도 “하지만 사기대출로 몰아가는 것에는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양 후보는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나”라며 “아니면 우리 가족이 의도적으로 새마을금고를 속였나”라고 되물었다. 또 현장검사를 실시할 예정인 새마을금고를 향해서는 “분명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영끌’의 광풍이 불었던 그 당시 새마을금고가 ‘업계의 관행’이라고 했다”며 “그중 단 하나라도 이런 대출 유형을 ‘사기 대출’로 규정해 처벌한 적이 있는지 밝혀 달라”고 했다.
그러나 앞서 대법원은 이와 비슷한 대출 사건에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9월 자신의 건물 담보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제보다 보증금 액수를 줄이는 수법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모 저축은행에 제출하고 72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A씨는 “저축은행 대출 섭외 직원이 상담 과정에서 서류 위조 여부를 알았을 것”이라며 금융기관을 속여서 대출받은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17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설령 은행 대출 섭외 직원이 (서류 위조 등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직원은 사람들을 섭외하는 업무를 담당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인 저축은행의 대출 결정은 지점장의 결재를 받아 심사위원회를 거쳐 대표이사의 최종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다”며 “피해자 법인이나 단체의 대표가 기망행위임을 알지 못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은 사업 목적으로 사용할 의도 없이 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에 쓰는 행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2022년 6월 ‘저축은행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법적인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행태에 엄중 대응 예정’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2022년 6월 금융감독원이 낸 보도자료 중 '작업대출 발생 개요'. /금감원 이에 따르면, 대출 모집인 등으로 구성된 ‘작업대출 조직’은 대출이 곤란한 금융 소비자에게 접근한다. 대출신청인은 사업 목적으로 사용할 의도 없이 사업자주담대를 신청한다. 조직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위·변조해 대출을 받아준다. 이를 통해 대출신청인은 타 금융회사의 주담대를 갚고, 조직에게는 작업 대출 수수료를 보내준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돈 빌리는 사람)도 서류 위·변조에 가담시 공범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며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되어 예금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거나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우 국민의미래 대변인은 31일 논평에서 “양 후보의 대출 피해자는 명백하다”며 “양 후보 때문에 11억 사업자금 대출 순위에 밀린 어느 사업가가 피해자고, 대출 심사에 방해받은 새마을금고가 피해자”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넓게는 양 후보가 방송에서 말한 부동산 담보 대출 규제 정책을 믿고 대출을 받지 않아 벼락 거지가 된 서민들도 피해자”라며 “사기 대출로 12억 시세차익을 거둔 양 후보는 서민의 고통을 정녕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알고 싶지 않은 건가”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경기 성남 지원 유세에서 “피해는 우리 국민이 다 본 것이고, 그 돈을 못 받아 간 소상공인이 피해자”라며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기 대출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