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시딩 마케팅’, 소비자들 박탈감만 커진다?
인플루언서에 시장 미판매 제품 제공, 중고거래 시장서 ‘불쾌한’ 유통
최근 뷰티 업계에서 캐릭터 협업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이에 대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시딩 마케팅’이 확산 중이다. 문제는 이들 인플루언서에게만 주어지는 비매품이 중고거래 시장에 나와 일반소비자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거나 심지어 인플루언서 간에도 ‘급’이 다른 제품이 제공돼 인플루언서들의 불만을 사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 진행된 브랜드 ‘퓌(fwee)’의 캐릭터 협업은 이러한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식 출시일은 2월이었으나, 출시 전인 1월 26일부터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퓌 망곰이 시딩 키트 미개봉 판매’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당 제품은 26만6,000원에 거래되었으며, 일부 구성품만 따로 떼어 판매하는 글도 잇따랐다.
해당 게시글 캡처본이 X(구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누리꾼들은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구하지 못하는데 아무에게나 뿌리는 게 맞느냐”, “무상으로 제공받은 제품을 재판매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개인 SNS에서 화장품 리뷰 콘텐츠를 운영하는 B씨는 "화장품 업체가 인플루언서 영향력에만 매몰돼 실제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번개장터 캡처 / 1월 26일 게시된 시딩 키트 중고 판매글
원래 캐릭터 협업은 뷰티 산업만의 판매 전략은 아니다. ‘가나디’, ‘망그러진 곰’, ‘산리오’, ‘미피’ 등 SNS와 메신저 이모티콘 시장에서 수십만 명의 충성 고객을 확보한 인기 캐릭터들이 식품과 패션 등 산업 전반에서 협업 제품으로 등장, 시장성을 입증했다.
화장품 업계도 이런 캐릭터 협업 열풍에 가세했다. 제품 자체의 소장 가치와 화제성이 커지면서, 출시 전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대형 사이즈의 제품 혹은 협업 캐릭터를 활용한 '시딩 키트'를 제작, 인플루언서에 제공하며 '시딩(Seeding)' 마케팅을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 광고가 아닌 자율적인 노출 구조 속에서 더 많은 주목을 끌겠다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민가든) / 수영장, 병원 등의 콘셉트로 제작된 시딩 키트
문제는 화장품이 소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시딩 마케팅이 일반 소비자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뛰드X가나디’, ‘롬앤X미피’ 등 인기 협업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구하기가 어렵지만, 정작 번개장터나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시딩 키트가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일반 소비자는 구매할 수 없는 ‘시딩 한정’ 제품이 별도로 제작돼 SNS에 노출되는 점 역시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인플루언서 간 ‘급 나누기’ 문제도 불거졌다. 팔로워 수가 많은 대형 인플루언서에게는 신제품 전 컬러가 포함된 풀세트 키트가 제공된 반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계정에는 일부 구성만 전달됐다. 이런 방식은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지만, 문제는 시딩마케팅에 인플루언서가 관여한다는 점에서 불거졌다.
구성품이 빠진 시딩 키트를 수령한 A씨가 X(구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브랜드 광고가 ‘시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플루언서의 불만이 ‘시딩’ 혹은 확산된 것이다.
사태가 커지자 브랜드 측은 “구성의 차이로 인해 느끼실 혼란이나 서운함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마음을 전하고자 전 컬러로 구성된 시딩 키트를 (누락된 분들께) 추가 전달하겠다”고 대응에 나섰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영향력에 따른 차등 지급은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라는 옹호 의견과, “차별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란히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 퓌(fwee)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 왼: 전 제품 구성 시딩 키트, 오: 일부 구성만 포함된 시딩 키트
이처럼 시딩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관련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에 따르면, 현금성 대가 없이 제품만 무상으로 제공 받았더라도 이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게시물 작성 시 반드시 '제품 협찬' 등의 문구를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게시 의무가 없는 자율 시딩'이라는 명목하에 광고 표기를 누락하는 사례가 많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 공정위의 2024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적발된 광고·협찬 표기 누락 의심 사례 2만2천11건 중 26.5%가 이처럼 이해관계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시딩 마케팅이 낮은 비용으로 높은 노출 효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쉽게 배제하기 어려운 방식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뷰티업계의 캐릭터 협업 상품 시딩 마케팅 논란을 계기로 정식 광고가 아닌 SNS 메시지의 ‘은근한 광고화’를 차단할 보다 명확하고 엄정한 제도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지윤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