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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결코 한가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숲을 걸어야 한다. 바람 부는 하얀 때죽나무 꽃그늘에 앉아 내 안에 가두었던 사람들도 훨훨 날려 보내고 그렇게 그리움의 허물도 벗고 (박두규 시인의 “늘 숲을 걷고 있어야 한다”중에서)
지도에서 소외된, 세상의 숨겨진 틈, 간이역을 찾아가는 시와 노래의 향기로 꾸며진 “간이역 시노래 콘서트”는 지난 2006년 4월 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기적을 울리며 출발하여 벌써 여덟 번째로 4월 14일 오후 6시 율촌역에 도착했다. 순천과 여수의 경계지역인 율촌역은 하루 열차 통행횟수가 84회나 되지만, 내리거나 타는 승객은 더 이상 없다. 60, 70년대 하루 승하차 인원이 500여명에 육박할 정도로 시끌벅적했던 이 역에 간간이 남아있던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마저 끊긴 지 벌써 2년째. 조행을 위해 정차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냥 통과하는 이 작은 간이역의 조그만 역전광장에서 오랜만에 시와 노래, 박수소리가 잔뜩 흐린 저녁하늘을 적셨다.
“사과꽃 편지”, “당몰샘” 등 그동안 박두규 시인이 펴낸 시집에 수록된 “불무장등”, “땅끝에서” 등 12편의 시에 싱어송라이터 한보리씨가 시집 속에 갇힌 시들에게 곡을 붙여 노래로 생명을 얻어 율촌역에서 되살아났다.
이 행사는 전남민예총 문학위원회(위원장 박관서)가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전국의 간이역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시와 노래로 엮어가는 ‘신나는 예술여행’ 사업이다. 그동안 일로역, 정읍역, 아중역, 안동역, 완사역 등 전국 방방곡곡 작고 여린 간이역을 찾아가 쓸쓸한 간이역에 문화예술이 숨쉬는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여덟 번째 율촌 간이역 시노래 콘서트의 주인공 박두규 시인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지리산자락 구례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해 순천, 고흥, 보성 등 지리산과 섬진강, 순천만을 떠나지 않은 채 줄곧 전교조활동과 시민운동, 여순사건발굴과 재조명 등 늘 따스한 마음으로 약자들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박 시인은 콘서트 중간 ‘시인과의 대화’에서 구례에서 교사생활로 시작된 지리산과의 질긴 인연을 소개했다. 10여년 동안 지인의 소개로 지리산 서벽, 남벽 골짜기를 누비며 지리산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느꼈고, 현대사의 좌우익 대립 속에서 고통을 당한 장기수들을 만나면서 오랜 감옥생활에서도 진솔한 삶을 살아온 그들의 진실된 마음들이 가슴 깊게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그 후 사회제도의 변화를 위한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최근 생명평화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면서 “간이역처럼 잊혀가고 소멸되어가는 것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가여운 마음들이 우리들 마음속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또 “우리들의 생활자체가 ‘많은 것’과 ‘빠른 것’을 원하면서 가여워 하는 연민의 마음들이 사라지고 없다”며 참다운 인간성 회복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머니! 때죽나무에 꽃이 피웠습니다. 어머니! 눈부신 하얀 꽃들이 오순도순 착하고 순한 마음으로 매달려 우리의 마음을 늘 편하게 합니다. 그래요. 어머니는 때죽나무의 어머니입니다.(중략) 어머니! 따뜻한 저녁밥을 지어놓고 애타게 우리를 찾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노을 속으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나는 그 따뜻한 목소리, 생명의 목소리에 화답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어머니의 품안으로 달려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나는 강남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고 내 자식만큼은 서울대에 들어가야 하고 우리 교회가 다른 교회들보다 더 커야 하고. 그리고 세상의 불의와 폭력에는 증오하면서도 나의 불의, 나의 폭력에는 수없이 너그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멀지 않아 하늘의 해와 흐르는 물에게도 고마움의 절을 할 수 있을 때, 물고기와 새들에게, 어린 아들과 딸들에게도 고마움의 절을 할 수 있을 때, 그렇게 내 마음이 충분히 가난해졌을 때, 그때 어머니의 부름에 대답하겠습니다. 마음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나누는 그런 스스로를 만날 때, 만날 수 있을 때 제가 미리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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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 밤 늦게까지 사진 작업해서, 오늘 아내랑 산에 다녀와 지금까지(밤 1시) 박두규 시인 기사를 작성해서 오마이뉴스에 올려놓고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이미 기사가 올라와 있는 거 있죠. 그런데 최경필 기자가 쓴 기사가 훨씬 기사답고 좋네요. 저는 기사로는 안 올리고 그래도 좀 섭섭해서 사람의 깊이 산문방에 올려놓았습니다. 박 시인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기행소감문이라고 하면 좋겠어요.
늘 고마워요. 형, 그런데 맨 마지막 인용시에서 '우리의 개가 남의 개보다 커야하고' 에서 '개'가 아니라 '교회'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낮추고 마음을 씌우고.."에서 씌우고가 아니라 '비우고'입니다.
이곳 내용을 수정하고 오마이뉴스 편집부에도 연락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더욱 더 새롭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한발 앞서가시는 박두규시인님의 모습에서 저희들은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건강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