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을 위한 기도 성 선 경 (1960~ ) 나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 삼천 원짜리 돼지국밥 앞에서도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참 맛있겠다고 입맛을 다시며 눈웃음을 칠 수 있는 사람 내 앞의 사람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권할 수 있는 사람 새우젓을 권하며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참 좋아하셨다고 아주 오래된 전설을 얘기하듯 말할 수 있는 사람 내 앞자리 어른의 좀 길다 싶은 잔소리도 아직은 들을 만하다고 돼지국밥 한 그릇 잘 먹은 사람처럼 다 듣고도 한 오 분쯤 더 땀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 오뉴월 한증의 날에도 국밥 한 그릇을 잘 먹고 나면 삼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의 땀을 닦고 얼음조각이 둥둥 뜨는 냉수 한 컵 잘 마신 것처럼 강바람이 불 듯 시원히 웃을 수 있는 사람 내 아들과도 다시 오고 싶다고 주인에게 인사할 줄 아는 사람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은 빈 그릇을 미안해하며 너무 맛있었다고 값을 치루면서도 감사해하는 사람 돼지국밥에게도 신성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 보담도 더 돼지국밥 한 그릇만큼이라도 남에게 넉넉한 사람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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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삼천 원짜리 돼지 국밥이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것처럼
한끼 밥 차리는 오늘을 감사하며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