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AI 음식 배달 관리에 손님·라이더·점주 모두 불만
‘묶음 배송’위해 다 된 음식도 식기 일쑤…플랫폼 취소 환불 정산도 “미심쩍어”
“우리는 고객님 주소도, 라이더 위치도, 번호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손님 전화는 다 가게로 오고 리뷰도 안 좋게 달리니까 진짜 답답하죠.”
강원도 춘천에서 면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서모(62)씨는 최근 가장 큰 스트레스로 배달 플랫폼의 배차 지연과 그로 인한 리뷰 피해를 꼽았다. 음식은 제시간에 만들어도 배달이 늦어 소비자의 불만은 커지고, 그 책임은 음식점으로 돌아오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이 AI를 활용, 라이더 배정과 배송 과정 전체를 관장하게 되면서 묶음 배송 등으로 인한 배달 지연 사례가 늘고 식당 업주, 라이더, 소비자 모두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 배달의민족 업주용 시스템 화면. ‘배달중’ 상태만 표시될 뿐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나 연락처 등 구체적인 배달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 / 출처=배달의민족 외식업계 정보 제공 사이트 ‘요식업광장’ 캡처
대표적 음식 배달업체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운영하는 ‘배민배달’은 점주가 외부 배달대행사를 직접 호출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플랫폼이 직접 라이더를 배정하고 배송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구조다. 서비스는 라이더가 한 가구만 즉시 배달하는 ‘한집배달’과 이동 경로가 유사한 주문을 최대 3건까지 묶어 배달 요금을 낮춘 ‘알뜰배달’로 구분된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이 배민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배차 지연 등의 배달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배달이 늦어질 경우 소비자는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구하거나 가게에 항의하지만, 배달 통제권이 없는 점주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소비자와 플랫폼 사이 연결 역할만 수행할 뿐, 배달 과정에 직접 개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배민이 배달 지연 등 플랫폼 측 과실을 인정해 환불을 승인하더라도, 해당 환불금(이하 손실보상금)은 즉시 정산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내부 절차를 거쳐 수일 뒤에야 지급된다.
▲ 손실보상 누락 및 지연 입금 사례가 공유된 자영업자 커뮤니티 글. / 출처=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실제 190만 명 이상이 가입한 자영업자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손실보상이 승인된 이후 지급이 지연되거나 정산 내역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공유된다. 점주들은 “며칠 뒤에야 확인되거나 정산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계속 고객센터에 문의해야 했다”, “생각날 때마다 확인하면 꼭 안 들어온 환불 금액이 있다”며, “자동화된 시스템이라기보다 점주가 직접 추적해야 겨우 정산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점주가 직접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 구조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손실보상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더라도 점주가 체감하는 실제 피해를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플랫폼의 손실보상금은 정상 배달 시 점주에게 지급될 실수령 정산액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배달비와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등 각종 비용은 제외된 채 지급된다. 식당과 고객간에 음식물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배달료는 물론,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까지 식당 주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원재료 폐기 비용과 조리 노동, 고객 응대 시간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엄청나게 불어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점주들은 2024년 이후 바뀐 ‘조리대기–조리시작’ 제도가 현장 부담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기존에는 배달 기사가 끝내 잡히지 않아 주문이 취소될 경우 음식값 전액을 플랫폼이 부담하는 구조였지만, 지난해부터는 배민이 ‘조리시작’ 상태로 전환했거나 실제 라이더가 배차된 이후에만 손실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주문 직후 기본 상태인 ‘조리대기’ 단계에서 고객이 취소하거나 라이더 수급 문제로 플랫폼이 자체 취소한 경우에는 별도 보상이 어려워, 점주 입장에서는 조리를 미리 시작하기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음식점들은 배민 주문이 들어온 경우, 실제 라이더 배차가 확인된 뒤에야 조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라이더는 매장 안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배달 효율이 중요한 기사 입장에서는 이 늘어난 대기 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춘천시의 한 라이더는 “배민은 식당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 반면 쿠팡이츠는 매장에 도착하면 음식이 거의 바로 나와 바로 출발할 수 있다”며 “같은 지역 기준 배달비는 쿠팡이 약간 더 저렴해도 3~4시간만 운행하면 오히려 배민보다 더 벌고 난이도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점주의 조리 지연과 라이더 기피가 맞물리며 배차 자체가 더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같은 구조는 라이더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배달 동선이 넓어 회전율이 느린 지방에서 더 자주 나타난다.
여기에 ‘알뜰 배달’의 순서 지정 방식도 문제를 키운다. 배민은 고객별 예상 배달 완료 시간과 이동 동선을 기준으로 AI가 배달 순서를 자동 지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문 순서와 실제 배달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준비된 음식이 매장 안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공유된 사례에 따르면, 포장까지 마친 첫 번째 배달 주문을 라이더가 잡아 매장에 도착한 직후, 같은 가게에 추가 주문이 들어오면서 해당 라이더에게 두 번째 주문까지 함께 배차됐다. 점주는 첫 번째 음식이 식지 않도록 최대한 서둘러 두 번째 메뉴를 조리했으나, 추가 조리에만 약 20분이 걸렸다. 그 사이 첫 번째 고객은 “기사가 가게에 도착했는데 왜 출발을 안 하느냐”, “음식이 식는 것 아니냐”며 가게로 세 차례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결국 배달은 완료됐지만, 플랫폼 AI가 지정한 순서에 따라 추가 주문인 두 번째 배달이 먼저 완료되면서 먼저 준비된 첫 번째 음식은 더 늦게 도착했다. 따뜻한 국물이 담긴 용기가 오랜 시간 대기 과정에서 열에 의해 찌그러지면서 첫 번째 주문 고객으로부터 취소 요청까지 들어왔다. 이 점주는 “배달 과정은 통제할 수 없는데 고객은 가게 전화번호만 알고 있으니 모든 항의는 점주가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라이더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라이더는 “묶음배송은 기사 개인이 임의로 바꾸는 구조가 아니라 플랫폼 알고리즘이 잡아준 동선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우리도 규정대로 배송할 뿐이다. 기사 개인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AI의 지시에 따라 식당 주인들이 급히 요리를 하고 라이더가 이를 기다리는 동안 소비자의 불만은 당연히 커진다. 춘천에 거주하는 황모(25)씨는 “처음 주문할 때는 배달 완료 시간이 30분으로 안내됐는데, 시간이 다 지나 다시 확인하니 별다른 설명 없이 15분이 더 늘어나 있었다”며 “이럴 거면 왜 처음부터 배달 시간을 제시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가게 측이 배달 과정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구조를 알고 있었는지 묻자 그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가 마냥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30분 전에 전화한 것도 아니고 충분히 기다린 뒤 문의한 건데, 손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배달 상황을 물어보는 것만으로 진상처럼 보는 시선도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배달 지연으로 음식 품질 저하를 지적한 1점 리뷰 사례. / 출처=배달의민족 리뷰 캡처
실제로 소비자 리뷰에서도 배달 지연에 따른 불만이 이어진다. “조리 완료 후 20분 넘게 배달이 시작되지 않아 면이 모두 불어 도착했다”, “배차 문제는 사장 잘못이 아니더라도 음식 상태가 나쁘면 별점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는 반응이 나왔다. 배달 지연의 원인이 플랫폼 배차 시스템이나 묶음배송 구조에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소비자는 음식 상태를 기준으로 가게를 평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 소비자의 주문 기준과 리뷰 영향력을 보여주는 설문 결과. / 출처=요기요 사장님사이트 캡처
요기요 파트너 마케팅팀이 소비자 1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앱에서 매장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으로 ‘리뷰 수와 내용’을 꼽은 응답이 42.6%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객 평점(18.6%), 메뉴 가격(7.8%), 최소주문금액(7%) 순으로 나타났다. 또 주문을 꺼리는 매장 기준으로는 ‘고객 평점이 낮은 매장’이 48.8%로 가장 높았다. 배달 지연으로 인한 1점 리뷰가 단순 감정 표현을 넘어 실제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문제는 배달 지연의 원인과 책임 주체가 소비자에게 명확히 보이지 않는 구조에 있고 그 구조 속에 배달업체 플랫폼의 AI가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예상 배달 시간 변경과 묶음배송 순서 조정은 플랫폼 알고리즘 안에서 이뤄지지만, 소비자는 ‘당연히’ 음식점에 먼저 연락하고 음식점은 현장 라이더를 탓하게 되면서 불만이 연쇄적으로 전가하는 꼴이다. AI에 의해서 말이다.
이런 현상들은 쿠팡이츠의 자체 배달 확대 이후 배달의민족 역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자체배달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플랫폼 간 속도 경쟁의 부담이 현장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점주와 라이더, 소비자는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과 품질 저하를 두고 서로를 탓하지만, 실제 배차 순서와 이동 경로는 플랫폼 알고리즘 안에서 결정된다.
배달 음식 소비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부담이 현장의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권지윤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