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기념일
삶의 정분은 소근 소근 내리는 눈송이처럼
깊은 밤 녹아내리는 촛불처럼 그윽하다.
얼굴에 하나 씩 늘어가는 밭이랑엔
함께 겪은 사연들이 묻혀 있구나.
그때는, 떫기만 하고 어색하던 우리의 사랑도
검은 머리에 서리 내릴 즈음 되니 홍시처럼 달구나.
그때, 활줄이 팽팽할 땐 바이올린 소리가 담을 넘었는데,
이제 느슨해진 활줄에서는 첼로소리가 방안으로 내려앉는다.
그때는 함께 있어도 사막처럼 갈증에 목말랐으나,
이제는 멀리 있어도 그리움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그때는 받지 못해 투정하던 몸부림이었는데,
이제는 주기만 해도 즐거울 수 있구나.
그때는 환한 불 밝히고도 보지 못하던 내 모습이
이제는 불없는 밤이 와도 사진처럼 선명하구나.
콩깍지가 씌었었다던 너의 푸념 같은 투정에도
나는 갈수록 콩깍지가 씌운다고 말 할 수 있어서 좋고,
가지런한 윗 치아 밑에 가려진 아랫니의 파격을
16년 만에야 발견하고서
속았다고 투덜대어도 섭섭지 않아 좋구나.
나에게 던지는 너의 미소에 내 마음은 물결치고
너의 음성 내 귓가에 새가 되어 지저귄다.
가만히 불러보는 너의 이름만 생각해도
산둥성이를 내리 달리는 노루처럼 나의 맥박은 뛰는구나.
무수한 단어들이 부끄러이 머뭇거리다가 갓 태어난 한 마디
“내 사랑하는 아내여!”
감사의 기도되어 내가슴에 꽃 피운다.
사랑하여 행복하고 사랑받아 아름다워진
너의 눈길이 나를 감싸고
달콤한 꿈속으로 내리 눕는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사랑은 과육처럼 익어가고…
<2006년 서북미 뿌리문학상 수상 작품>
유대인 친구의 결혼식에 간 적이 있다. 결혼식 만찬을 앞두고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 앞에 선다. 신랑이 하얀 냅킨에 투명한 유리잔을 감싸서 땅에다 놓더니 사정없이 발로 깨부순다. 깨진 유리조각을 신랑신부가 함께 원상복귀 시킬 때까지 살겠다는 다짐이다. 부부는 마치 유리잔과 같다. 살다 보면 속속들이 다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손에서 미끄러진다, 한 번 깨지면 원상복귀가 어렵다. 늘 조심해야 한다.
아파치족 인디언들은 결혼하는 신랑 신부에게 다음과 같은 축시를 들려줌으로써 그들을 축하한다고 한다.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여라.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오늘도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하길~~♥
신부님 감사합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