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좋은날.
어김없이 좋은날.
우리 잔디밭에 토끼풀들이 세들어 살아요.
가끔은 네잎 클로버 찾는 동무들을 위해, 꽃반지, 팔찌 만드는 동무들을 위해, 머리에 아릿다운 화관쓴 여신들을 위해 그동안 여러 몫을 하며 잘 살았지요.
그런데 그들이 점점 주인보다 키도 크고, 풍성해져서 주인인 잔디가 시무룩해졌어요.
할수없이 사랑어린 동무들과 토끼풀 뽑기 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토끼풀은 그냥 쏙 뽑히는 풀이 아니라 옆으로 옆으로 뻗어나가 뿌리를 내리는 동무들이라서, 뽑기는 힘들지만 뽑는 기술을 전수 받으면 무지 재미난 놀이로 변신하였어요.
오늘 제일 긴 토끼풀을 뽑은 동무들은 할머니와 와슈가는 상이 있기에, 우리 동무들 무지 집중해서 재미나게 토끼풀을 뽑았답니다.
옹기종기 철퍼덕 주저앉아 토끼풀 뽑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었지요.
마침 하늘 나라 구름 동무도 구경나와서 크게 덥지도 않았구요.
불날은 밭일하는 날이지요.
아침에는 할머니 이야기 듣기, 두더지 마음공부, 할아버지 마음공부를 했어요.
할아버지 마음공부 시간에는 오늘도 부산 맨발동무 어른 동무들이 함께 하셨구요.
" 할아버지는 AI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난 너희가 두려워하지 말고 AI와 친해졌으면 좋겠어. 너희 세대는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거야."
" 할아버지 시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시는 무엇인가요? 응, 지금 떠오르는 것은 엄마품에/ 갓난아기 / 아기품에 / 갓난 엄마. 네줄이라 짧기도 하고 갓난 아기와 갓난 엄마는 그렇게 함께 성장하는 거거든. 그게 인생이란다."
" 할아버지는 무슨 영화가 기억에 남으셔요? 응... 최근엔 폭싹 속았수다란 드라마를 봤는데 참 재미있었어. 거기엔 악인은 없더라. 간디 선생님은 한사람의 아홉가지 단점은 보지 않고, 한가지 장점만 보려고 하셨대. 너희들도 간디 선생처럼 다른 이들을 그렇게 본다면 얼마나 살기 좋겠니."
" 할아버지는 어느 날이 가장 좋아요? 오늘! 어제도 없는 날이고, 내일도 없는 날이야. 어제와 내일은 우리 기억과 생각속에만 존재하는데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지금, 오늘을 하나뿐인 날로 여기며 살아간단다. 내가 신대 추어탕집에서 밥을 먹고 나오면서... ..."
" 마지막으로 해보자. You are a captain of your life. Don't leave the key to other. 오늘 할아버지는 other을 다른 사람으로 해석하지 않고 버릇으로 해석해 볼란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살고 있거든. 너희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리며 살면 좋겠어. 정신 바짝 차려서."
이렇게 동무들이 던진 질문으로 가득찬 시간을 보냈었어요.
밥모심 후에는 123 동무들은 실컷 뛰어놀기 시간을 가지고, 456부터는 옥수수 밭으로 가서 풀을 매고, 한옥현 선생님 오셔서 대파 모종을 심고, 양파를 캤답니다.
올해 양파는 풍년!
관옥 할아버지 표현을 빌리자면 작년은 없는 것이니 무조건 해마다 우리가 캔 양파가 제일 많고 실한 것이지요.
물론 실제로도 이렇게 수확한 양파로 나머지 시간동안 잘 먹고 나누며 살아진답니다.
부지런히 일을 마치고 천지인 동무들은 푸른솔네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땀을 많이 흘려서 작은집에 가서 씻고,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까만색 옷을 입어야 한다며 최대한 어두운 옷으로 예를 갖추고), 동무들이 돌아가며 적은 편지를 들고 한옥현 선생님 모시고 출발!
우리를 반겨주는 연동마을, 푸른솔 그리고 승보, 현보 선배님들 표정이 참 밝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좋은 이별을 하고 계신듯 보여 좋습니다.
한상 그득 받아서, 네번의 리필을 하며 잘 먹었습니다.
한옥현 선생님 말씀이 우리 동무들이 아주 좋은 부조를 한다시네요.
상가집에 와서 잘 먹고, 시끌시끌 떠들어 주는 것이 큰 부조라는 말씀에는 일반적 통념을 깨는 옛날 어른들의 지혜가 담겨있구나 싶습니다.
하루종일 참 그득한 하루이네요.
오늘도 수고하신 사랑어린 가족들도 잘 쉬시고 만납시다.
오늘도 참 특별한 날입니다.
당신이 계셔 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 사람입니다.
첫댓글 아.. 그래서 이~~~만큼 긴 걸 뽑았다고 했군요.^^ 아이들 말로, 또 이렇게 글로, 잘 살고 있구나. 잘 살았구나. 지금이 소중하구나! 느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