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산업 성장세 속, 신음하다 사라지는 ‘지역’신문들
21~25년 65곳 폐간, 76%가 적자…지발위 “간접 지원만 가능”
[편집자주]
재정난과 인력난, 그리고 무엇보다 무관심. 그 속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선봉장을 담당해 온 지역신문들이 소멸하고 있다. 한림랩뉴스룸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지역 신문들의 실태를 3회에 걸쳐 점검해보기로 한다.
<연재 순서>
[지역신문 난중일기①-죽어가는 ‘지역’신문
지역신문 난중일기⓶-인터뷰: 지역신문을 만드는 사람들
지역신문 난중일기⓷-지역 언론 지원, 제도적 한계와 개선 방향
권역별 종이신문사 현황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신문산업실태조사)
신문산업 ‘구조적 양극화’에 지역신문 ‘신음’
한국언론진흥재단(한언진)의 ‘2025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신문산업 매출액은 총 5조3천50억3천2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천165억 원 증가한 수치이며, 이로써 국내 신문산업 매출액은 역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세 속에서도 신문사 간 ‘빈부격차’는 확연했다. 해당 매출액 통계에서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소위 대형 신문사 59곳이 합계 3조1천611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전체 신문산업 매출액의 59.6%를 차지했다. 반면, 1억 원 미만의 매출을 올린 소형 신문사들을 합하면 전부 3천803곳이었는데, 이들은 합계 1천350억 원의 수익을 달성, 전체 신문산업 매출액 중 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런 언론사간 수익 양극화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신생 신문사는 계속 늘고 있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신문산업 사업체 수는 총 6천549개다. 이는 2023년 12월 31일과 비교했을 때 331개 늘어난 숫자다. 국내 신문사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유독 종이 신문사는 2019년(29.2%)부터 2024년(21.5%)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교적 사업체 등록이 간편한 인터넷 신문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데다, 지면 구성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신문사들이 실물 발행을 포기한 채 인터넷 신문사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종이 신문사는 1천409곳으로, 5천140곳에 달하는 인터넷 신문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수도권 쏠림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종이 신문사 854곳(60.6%)이 수도권(서울특별시·경기도·인천광역시)에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강원도)에 위치한 종이 신문사는 고작 28곳(2%)으로, 강원도는 모든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면적 대비 종이 신문사 수가 제일 적었다. 게다가, 이 28곳 중 일간지는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 2곳 뿐이고, 주간지가 26곳이다. 두 일간지는 모두 본사가 춘천시에 있고, 원주시, 홍천군, 영월군 등 각 지역에 지사를 두고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강원일보는 최근 모기업이 동곡사회복지재단(DB)인 점이 확인되며 대기업 계열사로 공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일간지는 지방에서는 사실상 중앙일간지 급의 위상을 가지지만, 지역주간지들은 재정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며 다른 형편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취합한 ‘2024년 신문사업체 1개당 평균 매출액’을 보면, 지역 종합일간지는 평균 36억 3천400만 원에 달했지만, 지역 종합주간지는 평균 1억천4천900만 원에 불과했다. 일간지의 약 1/24 수준이다. 또, 지역 종합일간지는 5인 미만의 기자로 운영되는 곳이 6.6%에 그쳤지만, 지역 종합주간지는 72.7%에 달하는 등 취재력 수준에서도 차이가 극명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약사고개길에 위치한 주간지 '춘천사람들'의 외관이다. 해당 사진은 춘천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지면을 발행하던 시절에 찍은 것으로, 현재는 현수막과 간판이 모두 사라져 있다.
협동조합으로 발행한 ‘춘천사람들’도 10년 만에 무기한 휴간
지역 언론의 열악한 현실을 좀 더 가까이 살펴보자. 춘천시 약사고개길에 위치했던 지역주간지 ‘춘천사람들’은 ‘언론협동조합’이라는 체제 아래 시민기자들이 모여 활동하던 독립언론이다. 지난 2010년 4월 ‘강원희망신문’이라는 대안언론으로 시작한 것이 2015년 11월 협동조합체제로 바뀌면서 제호를 바꾸고 창간호를 발행했다. 이 신문은 첫 호부터 ‘레고랜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하며 춘천 레고랜드 사업추진 과정의 문제점들을 처음으로 보도,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창간 3년 만인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사업대상사’로 선정되며 지역신문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이어왔다. 그러나 재정 악화 속에서 2024년 12월 23일 지령 446호를 끝으로 지면 발행을 중단했다. 직후 인터넷 신문사로 선회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12월부터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상태다. 발행 10년 만의 안타까운 중단이다.
종이 신문사가 재정 악화 속에서 지면 발행을 포기한 후 원상태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신문사의 매출액은 크게 구독 수입과 광고 수입, 도서 등 콘텐츠 판매 수입 등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역 종합주간지들의 수입액 구성 비율에서 광고 수입(62.7%)과 구독 수입(23.7%)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때 광고는 대부분 관공서가 지면을 통해 포스터 홍보를 요청하는 형태이며, 구독 역시 시민들의 실물 종이신문 구독을 의미한다. 인쇄비와 유통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지면을 포기하지만, 되려 수입액 대부분을 창출할 수 있는 통로도 같이 없어지는 것이다.
전흥우 ‘춘천사람들’ 이사장은 춘천사람들의 처음과 끝을 모두 함께한 기자다. 창간호 당시에는 편집장으로서 시민기자들을 진두지휘했고,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는 그 순간에는 이사장의 직분으로 ‘시민언론 10년의 여정, 그 끝에서’라는 데스크 칼럼을 썼다. 중간에 ‘춘천사람들’을 잠시 떠난 적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와 언론협동조합의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전 이사장이 말하는 언론협동조합의 가능성이란 ‘다양성’과 ‘전문성’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춘천사람들의 모토 아래 지역사회에 대해 쓰고 싶은 글이 있는 누구나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지면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나 생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본업을 둔 시민기자들이 모이니 해당 분야로 전문성 높은 기획 기사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전 이사장은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연재 기사로 ‘낯선 시선’을 꼽았다. “낯선 시선은 다문화 시대에 춘천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외국인들이 시민기자로 참여해 일상을 기록한 코너”라며 설명을 시작한 전 이사장은 “러시아, 인도, 네팔, 몽골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게 너무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무기한 휴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전 이사장은 “모기업을 따로 갖지 않고 시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으로서 시작했다 보니 자본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기자들이 기자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벅찬 감정을 느꼈는데, 이제 그런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저널리즘 교육체계를 철저히 갖추고, 원고료를 지급할 경제적 여력만 있었으면 좀 더 지속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진솔한 감정을 털어놨다.
춘천사람들의 폐간은 단편적인 예시에 불과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목적 아래 지역주간지 50여 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사단법인 바른지역언론연대’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지역신문 65곳이 폐간했고, 지역 언론사 중 76%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민들의 신음을 대신 전달해야 할 지역신문사들이 되려 소리 없이 신음하다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 캡처본
‘발전’ 논하려면 ‘생존’이 먼저다
국내외 학계에서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와, 경제, 보건, 환경 등 현대사회 전 분야에서 시민과 사회가 보다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하며 살아가기 위한 기초적 자원으로 간주된다. 특히, 수도권 집중과 지역 사회 소멸의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이기에 지역 언론의 활성화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절실한 사회적 투자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2021년 미국에서 Public Opinion Quarterly라는 저널에는 지역 언론이 감소하면서 지역민들의 정치적 양극화(polization)가 심화됐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역언론의 이용이 활성화 되면 중앙 언론 중심의 뉴스 소비 때보다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줄어들 수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지역 언론 투자의 필요성과 그 결과의 가능성이 다분함에도 국가적 투자는 미미하다. 정부가 언론을 직접 후원하면 자금력을 통해 언론 자유의 기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우려에 막혀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역 언론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로 일명 ‘지역신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발위가 국가로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배당받아 시행하는 주요 사업은 ▲기획취재지원 ▲소외계층구독료지원 ▲지역인재인턴프로그램지원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좋은 지역신문 콘텐츠 생산에 보탬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당장 운영이 위태로운 지역신문사의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으로 지발위 우선사업대상사로 선정됐던 ‘춘천사람들’이 결국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것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할 수 있다.
현행 지역신문 지원사업들은 모두 ‘정액 지원’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지역신문사가 자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최소 10%다. ‘기획취재지원’의 경우에는 지발위가 취재비를 지원함으로써 심층 탐사보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되려 신문사가 자체 지출해야 할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흥우 춘천사람들 이사장은 “기자들이 2~3명밖에 없는 지역신문사가 태반인데, 해외나 타지로 기획취재를 보낼 인력을 차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취재지원을 받아 타지로 취재를 보내면 본래 취재 영역을 담당할 인력이 없어지는 열악한 언론사에 취재지원이 “그림의 떡”이 되는 현실인 것이다.
‘소외계층구독료지원’은 사회구성원 간 정보 균형을 이루게끔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지 않지만, 신문사가 지출해야 하는 인쇄비와 우편비까지 지원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지역신문사의 운영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또,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인턴을 고용할 때 급여를 지원해주는 ‘지역인재인턴프로그램 지원’은 기존 기자들의 인건비를 내기도 벅찬 지역신문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인턴을 지원받아 활용하더라도 인턴기간이 끝나면 결국 기자를 충원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하는 지역 언론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행 지역신문 지원사업들은 재정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소규모 지역신문사들의 허기를 채울 떡이기 보다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지발위는 “정부가 지역 신문사에 금전을 직접 지원하면, 지역신문사들은 은연중 정부의 압력을 받게 되므로 언론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행 지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지발위 관계자는 “향후 직접 지원 제도가 신설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국가보조금법’에서도 직접 지원 방식은 지양되고 있기에,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신설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역언론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지역 언론의 발전을 논하기 전에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4 지역신문 지원사업’에 선정된 지역신문사 운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쇄비 및 우편발송비 지원’과 같은 직접 지원이 신규 지역신문 지원사업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을 역임한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목소리와 정부 단체의 주장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운영이 힘든 지역신문사들을 금전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정책도 지역신문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체부는 올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전년 대비 35억 원 늘어난 118억 원으로 편성하며 지역신문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월23일에는 손솔 진보당 국회의원을 대표로 총 10명의 국회의원이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문체부 산하의 지발위를 독립적인 의결권을 가진 재단법인으로 전환, 지발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추진하는 지발위의 역할 강화가 실제로 실현이 될지, 또 그 변화가 메말라가는 지역신문 생태계를 살리는 물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민수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