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지리산 순례일지 7학년 최환히
6.1 첫날
학교에서 출발해서 걸었다. 근데 벌써부터 힘들다. 왜냐하면 동민이형 민준이형 등등 중등 순례가 정말 힘들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참 걸으니 뜨거운 햇볕 때문에 땀이 좌르륵 좌르륵 흐르고 쌀 2키로가 들어있는 배낭을 메고 걸으니 무게 때문에 가방 끈이 어깨를 눌러서 어깨가 너무 아프다. 무엇보다 순천 버스터미널까지 간다는 생각이 몸을 더 힘들게 했다. 그렇게 쭉~걸으니 벌써 동천까지 왔다. 너무 힘들다. 학교에서부터 동천까지 걸어왔으니…
동천에서 또 한참 걸으니 한 큰 다리가 보이길래 거기서 밥을 먹기로 하였다. 모두 다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서 점심으로 먹었다. 먹고난 후 다시 배낭 메고 출발했다. 이것저것 보며 걷는다.
강도 보고 꽃도 보고 그렇게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후 버스를 기다린다. 그렇게 가만히 기다리긴 심심하니 아이엠 그라운드도 하고 또 아파트 게임도 하고 그리고 제로 게임 등등 하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월드마트 에 가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모두 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표정이 모두 웃고 있다. 마침내 버스가 와서 빨리 뛰어서 버스에 탔다. 현우형은 같이 못 간다. 무슨 일이 있어서 못 온다. 버스에서 바로 잤다. 깨어보니 구례다. 게스트 하우스는 산에 있다. 걸어서 힘들지만 애기하며 숙소까지 갔다.
숙소에 가서 씻어서 땀과 이별하니 너무 좋다. 그리고 밥 당번인 지영, 환히, 동민이 김칫국을 만든다. 먹고나서 머리가 무지 아팠다.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난 체했다. 그래서 두통약 먹고 누웠다.
2020 6.2
아침 먹고 또 걸을 준비를 했다. 얼굴을 때리며 잠을 쫓는다. 이제 걷기를 시작했는데 뒤에 숙소에서 점점 멀어지니 또 많이 걸을 생각에 힘들었고 엄마, 아빠도 너무 보고 싶었다. 특히 집에서 누워서 TV 보던게 너무 그리웠다. 그렇게 많이 보던 나무들을 또 보니 많이 봐서 좀 지겹다. 줄서서 걸으며 어른들한테 인사도 하다 보니 한 정자에 도착했다.
정자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쐬며 앞에 멋진 호수를 멍하니 보고 있으니 훨씬 더 졸리다. 그래서 모자를 얼굴 위에 놓고 자려하는데 아몽이 다시 출발한다 길래 조금 짜증이 났다. 아무튼 그대로 걸어서 어느 학교 안에 정자가 있길래 거기서 바로 드러누웠다. 그림자와 바람이 너무 좋다. 거기서 쉬었다가 다시 가는데 옆에 뭔가 익숙한 검은 차가 쓱 지나갔다. 그 검은 차는 우리 앞쪽에 멈추더니 오늘이가 내린다. 근데 같이 왔던 오늘이 아빠 손에 봉지가 들려 있길래 “아, 역시 먹을 것?” 하는 생각에 자세히 보니 모두 다 ‘설레임’ 이었다. 물도 부족했는데 너무 좋았다. 너무 달콤했다.
다시 쉬다가 출발해서 걷고 있는데 앞에 전에 봤던 오디가 있다. 오디는 달콤했다. 어릴 떄 먹고 한번도 안먹은 오디는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애들과 여러 게임들과 런닝맨 얘기를 했다. 그리고 숙소에 왔다.
2020.6.3
원래 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떠나서 다른 데로 간다. 오늘 본격적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 나는 지리산 둘레길을 평지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다 착각이다. 막 산으로 올라가고 또 많이 가파르다. 계속 올라가니 땀이 폭포수같이 내리고 물은 내 뱃속으로 자꾸 이동해서 물병에 물도 부족하다. 또 너무 졸리다. 누군가가 내 눈꺼풀을 잡고 내리는 것 같다.
그렇게 힘들 때 우리를 천국으로 보내준 건 길이었다. 왜냐? 길을 쭉 걸어가니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계곡이 나온다. 물은 맑았고 차가웠다. 세수도 했고 물병도 무거워 졌다. 그 땐 그게 제일 천국이었다. 거기서 기분 좋게 쉬다가 출발할 시간이 되자 몸도 마음도 가기 싫어했다. 그래도 편한 숙소를 생각하니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라도 출발한다.
가다가 오디도 보고, 먹고 산딸기도 보고, 먹고 하니 조금 더 힘이 난다. 오늘 내가 걸을 때 힘을 보충해 준 것 중 하나다. 오디를 손에 한 움큼 쥐고 다시 걷는다. 너무 힘들어서 추운 것처럼 다리가 달달달 떨린다. 나는 걸으면서 힘든걸 신경 쓰지 않으려고 일부러 딴생각을 한다. 어벤져스 생각, 숙소에 가면 뭐할까 생각 등등…
나는 달달거리는 다리에 힘을 빡 주고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간다. 산은 내려가면서 집들도 잘 보이고 마침내 도로까지 보였다. 기분은 너무 좋아서 둥둥 떠있었다.
드디어 도로를 밟자 숙소에서 씻고, 고기 먹고, 이런 생각이 막 났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자 바로 여벌 옷 들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근데 숙소 밖으로 나오니 경치는 정말 대단했다. 꼭 영화같다. 그리고 불고기를 얌냠 쩝쩝~~ 하루를 되돌아 보며 맛있게 먹었다.
2020.6.4
내가 좋아하는 원래 숙소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
풍경 좋고 공기 맑은 원래 숙소가 그립다. 점점 멀어지는 숙소와 산과 안개를 보며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또 한참 걸어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니 우리가 있던 숙소도 보이고 만만치 않은 풍경들도 보였다. 매우 멋지다.
산은 가면 갈수록 땀도 온몸을 적신다. 거기서 시원한 바람은 자연 에어컨이다. 또 올라가다 내려가는 길이 나오니 너무 좋다. 내려가서도 오랫동안 걸었는데 오늘은 다리가 안 떨린다. 또 자동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땡볕에서 걸어서 너무 힘들지만 계곡에서 몸을 적셔서 좀 낫다. 계속 걸으니 화개장터라는 시장에 가서 한 사람당 3,000원씩 가져가서 맛나는 걸 먹는다. 나는 준성이와 같이 간다. 그래서 6,000원이다. 시장 구경을 하며 슬러시도 사 마시고, 앉아서 얘기도 하고 과자도 먹었다. 시장 구경은 돌아다니면서 준성이 안볼 때 시식을 많이 했다. 맛있게 먹고 아몽과 동민이형, 준성이는 장보러 가고 나머지는 펜션으로 간다. 우린 또 새로운 천국으로 가고 있다.
2020. 6.5
오늘은 원래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오랫동안 깨도 더 누워 있다가 빵을 아침으로 먹었다. 아침은 시끄러웠다. 우유도 쏟았고 빵 가루도 많이 흘리고 정말 난장판이었다.
먹고 질문도 쓰고 시도 썼다. 난 시도 척척 끝내고 하니 “질문만 어서 하자” 해서 그래가지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
무슨 질문을 할지 전혀 감이 안온다. 그래서 계속 생각하다 지쳤는데 마침 집에 있던 지네가 생각나서 “그렇지!!” 하면서 지네에 대한 질문을 썼다.
그리고 난 지호, 준성, 서윤과 왕 게임도 했다. 그리고 우리모두는 앞에 계곡에 가서 신나게 수영을 했다. 재미있게 수영하다가 멈춰서 주위를 봐보면 여러 모습이 보인다. 지영이가 허우적대는 모습, 아몽이 애들한테 물 뿌리는 모습, 지호와 서윤이가 멋지게 수여하는 모습 등등… 오랜만에 수영해서 그런지 힘들어서 헉헉대는데도 막 수영을 했다.
오랫동안 하고 나면 수영도 끝나기 마련이다. 아쉬웠지만 내 뼈와 살이 될 치킨을 생각하며 펜션으로 들어간다. 이제 또 치킨이 왔다. 냄새부터가 나를 유혹했다. 간장, 후라이드, 양념이다. 우린 치킨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이가 아프더니 이빨이 빠졌다. 피가 나왔다. 난 그 이를 씽크대에 버렸다. 다 먹고 베개 싸움도 하고 이것 저것 했다.
2020. 6. 6
난 오늘 쌍계사에 간다. 가방을 안 들고 가서 많이 편하다. 오늘까지 이 펜션에서 잔다. 그래서 가방을 안 들고 간다. 오늘은 내가 선두로 간다. 줄 서서 차 다니는 도로를 걸으니 많이 조심해야 한다. 앞에 개들도 많다.
개는 우리에게 짖는다. 조금 무섭다. 그래도 평지라서 괜찮다.
오늘 날씨는 막 뜨겁지는 않았다. 이제 쌍계사가 있을 오르막길이 보인다. 다시 한 줄로 올라가니 내 머릿속엔 상상들이 막 나온다. 스님이 기도하는 상상, 부처님이 움직이는 상상 등.. 도착했는데 문만 봐도 되게 멋지다. 들어가니 멋진 신
동상도 있고 스님도 있었다. 당연한 소리다. 멋진 쌍계사를 다 보고 불일폭포로 간다. 난 처음에 불일 폭포가 불알폭포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불일 폭포다. 아무튼 준성이와 내가 먼저 뛰어 올라간다. 우린 폭포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폭포는 거대했다. 사람 70명을 목마 태운 것 보다 더 크다. 난 그때 잘 못 봤다. 배고파서 다 귀찮았다. 찍고 보고 한 후 우린 다시 내려간다. 또 다리가 떨린다. 우린 국수를 먹고 다시 내려왔다.
2020. 6. 7
오늘은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걷는다. 난 긍정적으로 ‘안 힘들거야. 평지만 걷는다잖아.’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더운 날씨에 우리가 걸어야 할 길만 멀리까지 보이니 간지 10분조차 안되었을 때 ‘어서 도챡 하면 좋겠다’ 하고 머리에 그 생각밖에 안 떠올랐다.
땀은 내가 쓰고 있는 모자를 적시고 팔은 따끔따끔 했다. 난 오늘 25km를 듣고 걸으니 다리는 미래를 봤는지 다리 힘이 모두 빠졌다. 그렇게 무더운 도로와 강 옆길을 걷고 있으니 그림자가 보이면 당장 달려가서 눕고 싶었다.
한 주차장 비슷한 곳에서 밥을 먹는다. 배고파서 김치를 먹는데도 고기 생각밖에 안 난다. 밥도 먹고 쉬다가 출발한다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다. 그래도 다시 출발하니 계속 가니 버스터미널이 보였다. 내 눈에는 버스터미널이 궁전으로 보였다. 거기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음료수도 먹었다. 거기서 TV도 봤다. 한참 ‘펀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에 빠져있을 때 버스에 탑승했다. 난 타자마자 잠들었다
깨보니 구례다. 거기 앞에서 국밥을 먹었다. 난 콩나물 국밥이다. 국밥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먹고 택시를 타고 처음에 있던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2020. 6. 8
오늘은 화엄사에 간다. 난 ‘화엄사’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다. 절이라는데 일단 줄 서서 출발했다. 이젠 화엄사까지 걸었는데 하나도 안 힘들다. 거기서 한 스님이 길안내와 설명을 해주면서 그걸 따라 계속 가니 또 다른 한 스님이 노란 차를 주며 얘기를 해주신다. 그 차가 꿀물인줄 알았는데 녹차였다.
그래도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다 얘기를 듣고 화엄사 공양간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나는 절에 대한 생각을 기본적으로 세개는 가지고 있다.
첫째, 머리를 다 깎는다. 둘째, 절을 한다. 셋째, 고기를 안 먹는다. 난 셋째를 생각하며 공양간에 들어가자 고기는 역시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총각김치, 꿀떡, 된장국 등이 있었다. 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 우리가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갈 때 곧 ‘집에 간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걸었다.
2020. 6.9
오늘은 일찍 질문, 시, 등을 집중적으로 했다. 공책과 볼펜을 들고 “하자”하며 자신감 있게 공책을 펼쳤는데 자신감은 바로 김이 되어 사라졌다. 그래서 빈둥빈둥 대다가 자고 나무막대기로 동민이형과 골프나 치고 하니 시간이 싹 지나갔다. 그래서 하품하며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빨래를 하니 제하네 가야 할 시간이 됐다.
제하네는 내가 듣기로는 동민이형, 오늘이가 7학년 때 버스 터미널에서 만났다고 들었다. 아무튼 걔네집에 가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 차를 타고 간다. 도착하고 10분 정도 걸어서 갔다. 집은 깨끗했다. 거기서 에어컨 틀고 쓸 것을 쓰고 있는데 제하네 엄마가 오고 애들도 오니 간식도 먹고 밥도 먹었다.
밀을 포대에 넣는 것도 도와줬다. 난 애들과 트럭 뒤에 타고 섬진강도 갔다. 갈 때 여러 일이 있었다. 노래도 부르고 먹고 있던 옥동자 아이스크림도 떨어뜨리고 신나게 트럭 타고 돌다가 다시 돌아왔다.
2020. 6. 10 마지막 날
와~ 오늘 집에 간다. 너무 좋다. 난 아침으로 미역누룽지를 먹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밥도 오늘은 맛있다. 먹고 출발하니 긍정적으로 ‘오늘은 웨이백홈이야’ 라고 생각해도 저 뜨거운 태양열은 이기지 못했다.
옆에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고 ‘아, 타고 싶다’ 이렇게 생각도 하고, 자꾸 ‘거의 다 왔다. 거의 다 왔다’ 이렇게도 생각했다. 이렇게 계속 가니 그림자가 나왔다. 난 힘들어서 아무 말도 안 나왔다.
조금 더 앞으로 가니 도착이다.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왔다. 거기 아랫장 쪽에 있는 건봉국밥에서 국밥을 먹었다. 먹고 터미널로 올 때 왔던 길을 걸어서 학교까지 간다. 힘들게 걸어서 도착하니 사람들은 반겨준다. 난 통통한 관율이한테 가서 힘든 생각을 싸아악 없앤다. 좀 놀다가 오늘이네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많이 보던 집이 10일 안 왔다고 100일안 온 것 같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호우”하고 소리친다. 역시 집이 최고다.
첫댓글 애 쓰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