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버리는 날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삶이 이처럼 무거운 짐에 눌리고 버거운 것은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 때문이라.
입지도 않으면서 옷장에 가둬둔 옷가지들도 구세군 창고에 버려야겠다.
몹시도 추웠던 겨울, 오갈 데 없는 고양이들 거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자기가 사랑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뻔뻔해진
고양이 새미에 대한 섭섭함도 버려야겠다.
둥지를 떠날 생각만 하고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자식을 향한 섭섭한 마음도 버려야겠다.
벌써 떠나보낼 때가 되었나?
그 동안 잘해주지 못한 자책의 마음도 버려야겠다.
마음속 저축 구좌에서 이자만 불리고 있는
미움도, 아픔도, 시기도, 열등감도 버려야겠다.
새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옛 페인트를 말끔히 벗겨내듯이
이것저것 내 삶에 붙어있는 것들을 버려야겠다.
대신에 감사와 기쁨을 입금할 새 구좌를 오픈해야겠다.
오늘 따라 채리꽃 만발한 동네 산책길 가에
미련 없이 버려진 꽃잎들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멋진 포장지의 이름은 ‘하면 된다’이다. 단단한 포장지를 힘들게 벗겨내니 ‘긍정적 사고’라는 포장지가 씌워있다. 계속해서 ‘꿈은 이루어진다’ ‘자기 성취’ ‘성공적인 삶’의 이름을 가진 포장지가 겹겹이 씌워져 있다.
마지막 포장지를 뜯어내니 상자 속에 담긴 알맹이의 정체는 ‘욕심덩어리’이다. 보기 사나워서 다시 포장지로 옷을 입힌다. 이래저래 우리는 옷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고 만다. 트르게네프의 <파우스트>라는 소설에 ‘나는 몸부림치며 가슴을 앓노라. 수많은 나의 우상들을 부끄러워하며…’라는 글귀가 나온다. 부질없는 허영과 끝없는 욕심으로 인해서 우상들이 생겨나고, 그 우상에 집착할수록 인생은 초라하게 되고 만다.
첫댓글 부질없는 허영과 끝없는 욕심으로 인해서 우상들이 생겨나고, 그 우상에 집착할수록 인생은 초라하게 되고 만다.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