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저녁에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가볍다.
하루 동안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한 종잇조각을
정리하고 나면 동네 한 바퀴를 달리는 시간이다.
달리는 길가에는 가지각색의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있다.
하얀 베고니아는 아름다움의 절정을 지나고 있고,
철쭉과 장미는 그 빛깔과 향기가 한창이다.
나무 위의 새들은 조깅하는 길에서 매일 마주치지만,
늘 새롭게 인사를 건넨다.
하늘 위의 구름은 화창할 땐 파스텔화를 그려놓고,
흐린 날엔 묵화를 그려놓는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달릴 땐
나는 영화‘로키’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동으로는 뉴캐슬 골프장이 보이고,
서로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빌딩숲이 보이고,
남으로는 레이니어 산 정상의 만년설이 보이고,
북으로는 벨뷰의 다운타운이 보이고,
그 아래에는 워싱턴 호수가 펼쳐져 있는 정경이 보이는 언덕이다.
항상 혼자서 달리던 동네 길이었는데
오늘은 깡충깡충 토끼가
긴 머리 찰랑찰랑 바람을 일으키며 나와 함께 달린다.
너풀너풀 나비가
긴 팔을 휘저으며 나와 함께 달린다.
성크성큼 새끼 노루가
다리춤을 추면서 나와 함게 달린다.
빠릇빠릇 대는 퀘일 새가
잰 걸음으로 내 뒤를 따른다.
열 살 박이 딸아이가 나와 함께 달린다.
그 애는 나의 토끼요, 나비요, 노루요, 퀘일 새이다.
오늘은 꽃도, 구름도, 하늘도, 바람도, 새침때기 새들도
몽땅 나만 바라본다, 부러운 듯이…
이 아름다운 저녁에…
알렉스 로비라 셀마가 쓴 책 <나를 바꾸는 미로 여행>에는 티베트의 라마승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늘 달로 여행하겠다는 꿈을 꾸었는데, 어느 날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달에 착륙하면서 로켓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달로 간 그 사람은 항상 달에 가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자 반대로 이제는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더구나 산소도 사흘 치 밖에는 남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그 시간 안에 다른 로켓이 그를 구하러 온다거나 더 많은 산소를 가져올 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우주 비행사는 그제야 처음으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절히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달이 아닌, 지구의 자기 집에서 머물면서 평범하고 소박하게 생복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던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 달까지 여행해야만 했던 셈이다.
우리 모두는 이 우주비행사와 같다. 멀리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지만 실제로 행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 이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이며, 내가 화를 내며 보내는 일분 동안 나는 육십초의 행복을 잃어버린다는 점을 명심하자!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